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재정 감사 ‘거부’? 자격박탈로 인한 감사 ‘불능’
심재민, 박세정, 최종호 ㅣ 기사 승인 2023-02-20 14  |  669호 ㅣ 조회수 : 1701


논란을 불러일으킨 입장문 한 장

 

지난 1월 2일(월)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에 성명문이 올라왔다. 임기가 지난 권오훈(기자차 · 17, 이하 권 씨) 제38대 총학생회장 직인이 찍힌 이 성명문은 “2022학년도 하반기 재정 감사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라는 말로 시작해 “학생자치기구들이 재정감사위원회(이하 재감위)의 하반기 재정 감사를 거부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이어서 “재감위 활동위원들이 자치회비를 납부하지 않아 규정 상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또한 예산안, 결산안 등을 인준 받는 과정에서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아 학생 대표자들로부터 소명문 작성 등 맡은 바 임무에 성실하지 못했다. 현 재감위는 총학생회칙에 의거해 자격이 없을뿐더러, 자치회비 납부로 자격이 부여된다 하더라도 우리 학우들을 대상으로 공명한 재정 감사를 진행할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재정 감사를 거부한다”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씨는 2022학년도 총학생회와 학생자치기구는 재정 감사에 있어 학우들 앞에 떳떳하다고 주장하며 기존 재정 감사에 제출되는 양식에 맞춰 자료를 정리하고 학우들에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이 한 장의 성명문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뜨겁게 달궜다. 재감위의 감사에 임하지 않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데, 이러한 결정 뒤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을까?

 

“재감위 자격 위임하겠다”, 하루아침에 소멸된 재감위

 

때는 2022년 10월 13일(목)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지는 당시 권 씨와 재감위원장의 대화 내역을 입수했다. 권 씨가 재감위 임명에 필요한 서류 양식을 보내며 “재감위원장님 위 형식에 맞춰서 해당하는 부분들 오늘 내로 작성 완료해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재감위원장은 “오늘 내로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권 씨는 “그럼 언제까지 가능하실까요? 부총학생회장님께서 10월 3일(월)에 ‘2022 자치기구 대표자 톡방’에서 10월 8일(토)까지 관련 자료들 취합해 달라고 공지드렸는데 재정감사위원회만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익일 14시까지 가능한가요?”라고 되물었고, 재감위 측에서는 익일 새벽에 자료를 제출했다.

재감위와 총학생회 사이에 차가운 기류가 흘렀다. 총학생회를 견제해야 할 기구가 서류 미비로 결성되지 못할 뻔한 위기를 총학생회가 한차례 넘기게 해준 것이다. 논란이 잠잠해질 무렵, 다시 한번 문제가 제기된다.

12월 21일(수), 재감위원장은 2022학년도 하반기 재정감사 가이드라인에서 감사 기간을 6월 1일(수) 부터 11월 30일(수)까지로 못 박는다. 이에 자치기구와 각 단과대, 학과 학생회장이 포함된 확대운영위원회 (이하 확운위) 단체 채팅방에서 “임기가 12월 31일까지인 곳이 있는데 왜 감사 기간이 11월 30일로 정해졌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이 제기됐고, 재감위원장은 “임기가 11월 30일에 종료되는 단위가 존재해서 그렇게 설정했다. 12월 감사는 2023학년도 재감위 상반기 감사에서 실시할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12월에 이전 기구가 사용한 내역을 후대가 감사받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전대에 있으나 책임은 후대가 지게 된다는 문제를 제기됐지만, 재감위원장은 “11월 30일까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기간에 대한 의견은 더이상 수용하지 않겠다”라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2021년 하반기 감사 역시 11월 30일로 진행했다”라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2021학년도 하반기 감사 기간은 12월 26일까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기간으로 작은 논쟁이 있었던 이날, 제38대 동아리연합회장이 재감위원장의 자치회비 납부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권 씨는 “자치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자격 박탈이다”라고 주장했고, 재감위원장은 “자치회비를 납부한 자에게 위원 자격을 위임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채팅방을 나갔다.

총학생회칙 제112조 2항에 따르면 재정감사위원은 재정 부담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에 한한다. 따라서 자치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인준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이미 인준이 됐으므로 인준 자체가 무효처리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족했던 성명문, 하루만에 뼈아픈 사과

 

성명문이 공개된 다음 날인 3일(화) 올라온 입장문에서는 “차기 재정 감사에는 응당히 다뤄져야 하며 이에 대해 숙지한 상태였다. (중략) 이는 금번 재감위에 감사받는 것을 거부하는 표현이었으며, 결산안을 공개하지 않는 등 학우들 앞에 감사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재정 감사에 대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시 말해 결산안 공개 자체를 거절하거나 여타 다른 사정이 있어 재정감사를 거부한 것이 아닌, 금번 재감위의 자격 박탈로 인해 재정감사를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상황을 분명히 한 것이다.

권 씨는 재감위 측의 불찰 및 재감위원장의 자치회비 미납부로 인한 위원장 자격 박탈에도 분명한 책임소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해당 사태와 무관한 재감위원을 향한 사과와 임기 종료 후 학생사회에 물의을 일으킨 것을 사과하는 내용 또한 담겨있었다.

성명문이 발표된 지 하루만에 사과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이 발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논란의 화살이 총학생회 측으로 돌아오자 단순 ‘재정감사 거부’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거부’할 권리는 없다



총학생회칙 제141조 1항에는 ‘의결기구를 제외한 재정을 사용하는 본회 모든 기구는 재정감사위원회의 감사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있다. 2항에는 ‘재정감사위원회의 감사에 응하지 않거나 부정이 발견된 대표자는 대표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이 있다. 실상 총학생회에서 원칙적으로 재감위의 감사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재감위의 인준이 무효화된 현재로선 총학생회가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재감위 자체가 없다. 비록 성명문과 입장문에서 일부 ‘거부’라는 단어가 사용됐지만 재정 감사를 거부한 것이라기 보다는, 재정 감사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 현 상황이다.

 

“장학금 지급은 어려워…” 현 재감위 상황

 

재감위원들은 학칙에 따라 50%, 재감위원장은 70%의 봉사장학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강동희 제39대 총학생회장이 학생처에 문의한 결과, 재감위원들의 장학금 지급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생처에 따르면 총학생회에서 회부한 명단에 의거해 장학금이 지급되는데, 실질적으로 재정 감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장학금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감위가 없는 경우 따로 재정 감사를 실시한 인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도 있지만, 선정 기간이 지나 사실상 지급은 불가능하다. 본지는 현 상황에 대한 재감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재감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3번의 “죄송합니다”와 3번의 “사과드립니다”

 

권 씨의 이름으로 올라온 3번째 입장문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상황 설명과 사과의 표현이 담겨 있었다. 특히, 재감위의 결점들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표했는데, 재감위가 인준 절차에 필요한 자료 제출 기한을 넘기며 불성실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자치회비 납부 확인 절차 이후 자료가 수신돼 해당 절차가 간과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권 씨는 이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말했던 ‘감사 거부’와 ‘재정 감사 양식에 맞춘 결산안 전체 공개’라는 대책이 합리적이지 못했고 부족한 대책이었다며 사과를 표하고 몸을 낮췄다.

그리고 즉각적인 재정 감사의 필요성과 감사를 미루게 됐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해결책 마련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본인의 총학생회장으로서 권한이 사라지는 시점이기에, 이후 제39대 학생자치기구의 문제 해결 과정에 협조할 것을 약속하며 입장문을 정리했다.





 

“임시기구 설치로 해결해야…”, 2023년도 자치기구가 떠안게 된 과제

 

이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전대 자치기구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들의 임기가 끝나게 돼 사실상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현재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2023년도 자치기구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월 16일(월) 확운위의 정기 회의에서 1시간 가까이 논의가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총학생회칙 제6조에 따라 재정감사를 실시할 임시기구를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총학생회칙 제6조는 “본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각 호의 기구를 둔다. 이 외에도 총학생회장단의 발의로 임시기구를 둘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준 절차 체계화, 회칙 구체화 등의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심재민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