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양의 자원이 매장된 유전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가의 경제 시스템은 뒤바뀔 것이고 기업들은 모두 달려들어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자신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 같은 왠지 모를 기대감에 휩싸여 다들 신이 날 것이다. 매일매일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취업률은 떨어진다는 기사들에 느꼈을 답답함을 모두 한 방에 날려버릴 만한 이야기다.
이 허황되고 쓸모없어 보이는 상상들이 약 50년 전 이 땅에 존재했던 담론들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 모든 이야기는 ‘제7광구’라는 제주도 아래 위치한 대륙붕에서 시작된다. 1968년 당시 유엔의 ‘아시아 극동 경제 위원회’에서 동중국해 지역을 대상으로 자원탐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보고서에서는 ‘타이완부터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대륙붕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자원이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다. 그 이후에 천연가스 매장량도 어마어마하다는 보고서가 연달아 나오게 된다.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은 산유국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에 ‘제7광구’라는 노래가 유행할 정도였다.
1960년대 대한민국은 에너지 빈곤 국가였다. 박정희 정부는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지하자원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68년 유엔의 보고서가 나온 후 ‘제7광구’를 우리나라 해역으로 일찍이 선점해버렸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국제해양법상 대륙붕의 경우 그 대륙붕이 어느 대륙과 이어져 있는지를 기준으로 소유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제7광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오키나와였지만, 마침 그 사이엔 깊은 해저 골짜기가 존재했기에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독자적으로 광구를 개발할 자본과 기술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1978년 한국은 일본과 한일공동개발협정을 맺는다. 이후 양국은 1980년대 초까지 대륙붕에 탐사선을 보내고 가망성 있는 7개의 시추공을 뚫어 조사에 임했다. 그런데 1986년 일본 측에서 갑작스레 자원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모두 철수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앞선 이유를 말했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본다면 유엔의 국제해양법이 개정돼가는 조짐을 보였다.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제7광구’는 이후에 일본의 해역이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렇기에 협정이 만료되는 2028년까지 기다리게 된다면 일본은 온전히 독점적인 개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협정에 한일이 공동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개발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겨, 일본이 빠져버리면 한국은 어떠한 개발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제7광구’는 수십 년간 잊혀진 땅이 돼버렸다.
이대로 협정이 만료된 후, 국제 재판소에 가게 되면 ‘제7광구’는 현대의 국제해양법에 의해 대부분이 일본의 해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앞서 말한 복잡하게 얽힌 양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사실상 수십 년간 방치돼 있었는데, 2020년 1월 문재인 정부 당시 이 문제를 한번 건드려본다.
현대에 들어와 한국은 ‘제7광구’가 경제성 있는 자원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기에, 한국석유공사를 조광권자로 지정할테니 일본도 조광권자를 지정해달라는 통보를 일본 외무성에 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 측에서는 코로나-19와 하계 올림픽을 이유로 우리나라와의 만남을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우리나라의 보다 적극적인 제스쳐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후 국제 재판소에 가게 됐을 때, 위와 같은 노력이 하나의 실적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협정기한이 5년 남은 2023년,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5년이 지나면 모든 상황은 일본 측에 상당히 유리해진다. 또 50년 전과 달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국제적 위상이 거대해진 중국도 이 싸움에 개입할 것이다. ‘제7광구’가 있는 동중국해는 단지 경제적으로 유망한 곳이 아니다. 중국의 해양 진출에도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과 서방국가들 역시 이 분쟁에 자신들의 위세를 보여줄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되기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는 더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성이 있다.
많은 외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상반기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급·정상 회담에서 이 문제를 가져가 ‘향후 한일 양국이 7광구 공동개발 협정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는 합의라도 도출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