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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혹시 나도 도파민 중독? ‘숏폼’ 이용 주의해야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23-12-04 09  |  683호 ㅣ 조회수 : 787

 대학생 A씨는 요즘 ‘숏폼’에 빠져서 고민이다. 잠들기 전에 잠깐 봤을 뿐인데 2~3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A씨는 “영상 한두 개만 보려고 했다가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힘들고 수업도 몇 번이나 지각한 적이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중력도 줄어들어 강의에 집중도 안 되고 책 한 권도 제대로 읽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식을 줄 모르는

숏폼 열풍



 숏폼은 1분 이내로 구성된 짧은 영상을 말한다. 개그, 스포츠, 게임, 반려동물,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들이 짧고 강렬하게 지나간다. 유행하는 춤이나 영상을 패러디해 올리는 ‘챌린지’는 누구나 찍어올릴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로, 최신 트렌드를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최근 발로 바닥을 밀면서 미끄러지듯이 춤을 추는 영상인 ‘슬릭백 챌린지’를 찍어 올린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2억 뷰 이상을 달성하고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는 등 숏폼의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지난 10월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숏폼 콘텐츠에 대한 이용 현황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 중 83%는 숏폼을 잘 알고 있으며 75%는 숏폼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중장년층 또한 59%가 숏폼 시청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 열풍이 비단 젊은 층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현상이 됐다는 방증인 셈이다. 시청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시청 시간의 추이를 묻는 질문에는 ‘변함 없다’는 54%, ‘늘어나고 있다’는 30%에 달한 반면 ‘줄어들고 있다’는 16%에 그쳐 숏폼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알고리즘에 따라 계속해서 재생되는 숏폼 특성상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고, 계속해서 시청할 경우 집중력, 문해력,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숏폼 콘텐츠, 집중력

문제 유발할 수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숏폼에 중독될수록 ‘팝콘 브레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팝콘 브레인‘은 뇌가 빠르고 강한 디지털 자극에 익숙해져 현실의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팝콘이 만들어질 때 크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크고 강렬한 자극이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 뇌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우리 뇌는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러한 자극이 계속되면 내성이 생겨 더 크고 즉각적인 자극을 찾게 되고 현실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가톨릭대 의정부 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는 “숏폼을 몰입해 시청하는 습관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긴 분량의 다른 영상을 보기 힘들어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은 더 늘어난다”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자극적인 영상에 끌리게 하고 수동적인 집중력을 유지시켜 타 영상보다 숏폼 시청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의지를 발휘해 몰두하면서 발생하는 능동적 집중력과는 다르게 수동적 집중력은 강한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에 익숙해지면 오랫동안 몰입해서 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지어 숏폼을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숏폼의 영상이 계속해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접해서 나오는 보상 호르몬인 도파민이 빠르고 많이 나오는데 이는 합성마약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하며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숏폼 콘텐츠는 신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숏폼을 시청하다 무의식적으로 특정 소리를 반복해서 내거나 눈을 깜빡이는 등의 틱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기능성 틱 유사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해성 콘텐츠의

온상이 된 숏폼



 누구나 쉽게 찍어 올리는 숏폼의 특성상 유해성 콘텐츠 제작 문제 역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초 이탈리아 10대들 사이에서 얼굴을 인위적으로 꼬집어 붉은 상처를 내는 챌린지인 ‘프렌치 흉터 챌린지’가 화제가 됐다. 이에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는 틱톡이 자해행위를 선동하는 유해 매체 제작을 유도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현지 공정거래위원회는 “틱톡은 유해 콘텐츠를 감독하는 적절한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프렌치 흉터 챌린지는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규정한 틱톡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아르헨티나에서는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고 버티는 ‘블랙 아웃 챌린지’를 하다가 12세 소녀가 숨진 일도 있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기아 자동차를 절도하는 장면을 촬영해 공유하는 챌린지인 ‘기아 챌린지’, 걸어가는 사람의 발을 걸어 넘어뜨려 뼈를 부러뜨리는 ‘스컬 브레이커 챌린지’등 숏폼 플랫폼에는 유해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숏폼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 숏폼의 인기가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숏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숏폼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중독성과 유해성을 이유로 강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 인디애나주는 “틱톡이 사용자를 속이고 어린이들에게 성인 콘텐츠를 노출시켰다”며 틱톡을 고소했으며, 미 몬태나주는 주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키르기스스탄는 “틱톡은 짧은 동영상 속 가상 세계에 사용자들을 몰입시킨다. 이를 시청한 후 10대들은 특정 영상을 따라 하려 하는데 이런 행동 가운데 일부는 생명을 위협한다”며, 틱톡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내에서도 숏폼 플랫폼을 법률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SNS를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숏폼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신고가 들어온 뒤 영상 게시를 중지하는 사후 조치가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숏폼 플랫폼은 사실상 무법지대며,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숏폼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개인의 자율적인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법률적 규제 ▲창작자에 대한 교육 ▲플랫폼의 자체 규제 등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종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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