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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중의 철학 소비와 도서 유통의 현실, 독립 서점의 목소리
김종현 ㅣ 기사 승인 2024-11-05 15  |  696호 ㅣ 조회수 : 61

 철학서점 소요서가(이하 소요서가)는 을지로 청계상가에서 철학 도서만을 취급하는 독립 서점이다. 소요서가는 외국의 도서를 번역해 국내에 출판하는 ‘도서출판 소요서가’, 다양한 철학 강의를 운영하는 ‘아카데미 소요’와 함께 대중에게 건전한 독서 문화의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본지는 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시작된 독서 문화 열풍을 취재하기 위해 소요서가 공동대표 윤상원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철학이라는 소재로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원래는 친한 사람들끼리 운영하던 공부 모임이 있었어요. 그 모임을 통해서 출판사를 기획하게 됐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책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같이 소개할 만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서점을 열게 됐어요. 어떤 서점을 할지 고민하다 그 공부 모임이 철학 공부 모임이었기 때문에 철학 서점으로 정했어요. 당시에 당연히 철학 서점이라는 게 국내에 없었고 저희가 처음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희가 나름 처음 시작한다는 것에서 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지만 ‘이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래도 우리 사회에 철학을 좋아하는 일반인도 많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대중적으로 크다 보니 이런 서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함께 서점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철학은 예전부터 꾸준히 인기 있는 교양이다. 그러나 철학의 극히 일부만을 다루며 철학을 표방한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다.



Q. 대중들은 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A. 사람들이 (철학을)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철학이라는 분야를 좋아하는데 막상 많이 팔리는 책을 보면 처세술을 설명하는 책들이 많잖아요. 이런 것들이 철학의 중요한 윤리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오늘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살아가면 내일도 기대할 만하다는 식으로 훈육하는데 그치는 책들이 많거든요. 철학이 체제 순응적인 사람을 키워내는 것은 아닌데 ‘어려운 일상을 만족하고 살아라’라는 말로 철학이 소비되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지금은 철학 연구자와 대중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교양 철학으로서의 중간 지대에 해당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철학계의 현실이죠.



책을 팔아도 적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22년에 발행한 『2022 지역서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 서점 중 연 매출액이 1억원 미만인 경우가 43.0%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도서 원가가 도서 가격의 70%를 차지한다는 점과 인건비 등의 운영비용이 추가로 지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독립 서점이 경영상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Q. 독립 서점으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일단 살아남는 게 목표죠. 단골손님이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책을 일부러 서점에 와서 기꺼이 구매해 주시고 독서 모임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하시면서 도움을 많이 주시지만, 사실 서점이라는 업종 자체가 그렇게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예요. 이번에 한강 작가의 책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책이 들어오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거든요. 도서의 유통 구조도 그렇게 투명하지 않고요. 현재 유통 구조에서 서점이 책 한 권을 통해서 가져갈 수 있는 이득도 굉장히 제한적이어서 서점의 운영이 실질적으로 수익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대형 서점의

‘상생’ 아이러니



 현재 한국에서 소비자가 책을 구매하려면 출판사-도매업체-소매업체, 혹은 출판사-소매업체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에 밀려 도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Q. 우리나라의 도서 유통 구조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A. 일단 도서를 도매로 취급하는 큰 서점으로는 교보문고(이하 교보)와 웅진북센이 있어요. 독립 서점들은 교보에서 도매로 책을 사 오기도 하지만, 독립 서점과만 거래하는 웅진북센에서 책을 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강 작가의 책을 출판하던 ‘문학 동네’, ‘창비’, ‘문지’가 교보나 인터넷 서점들 위주로 도서 물량을 공급하고 작은 서점들에 들어가는 물량을 모두 중단했어요. 교보의 경우에도 도매업자로서 도매로 책을 풀지 않고 소매로만 판매하면서 일주일 이상 지역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은 거예요. 결국 지역 서점협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문제를 발표하니까 교보가 그제야 자신들은 일주일간 한강 작가의 책을 팔지 않는 상생 협력을 하겠다며 입장을 발표했었죠. 이 때문에 사람들이 교보를 칭찬하기도 했었는데,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그렇지 않아요. 이미 100만 부 이상 판매하고서 이러한 조치를 한다는 게 어이가 없죠. 정말 아이러니한 점은 한강 작가가 독립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거예요. 분명 이번 사태를 통해서 정부도 사람들이 건전하게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탁자 위의 책을 정리하는 공동대표 윤상원 씨


김종현 기자 24100076@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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