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설탕 열풍, 괜찮을까?
▲롯데에서 출시한 무설탕 제품들
무설탕 제품은 설탕이 함유되지 않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물론 당뇨 환자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설탕으로 알려진 설탕 대체 성분인 당알코올은 이러한 소비 흐름과 함께 식품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성분 중 하나다. 칼로리는 낮지만 설탕을 대체할 정도로 단 맛을 내는 이유 때문이다.
당알코올이란?
당알코올은 이름과 달리 당과 알코올 성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물질이 아니다. 당알코올은 당의 카보닐기를 알코올로 환원시킨 물질이다. 당알코올은 당으로부터 유도된 유기 화합물이라 당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당과 다르게 각 탄소 원자에 한 개의 하이드록시기(OH)가 부착된 형태를 갖고 있다. ▲자이리톨 ▲소르비톨 ▲만니톨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당알코올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파인애플 ▲올리브 ▲아스파라거스 ▲고구마 ▲당근은 당알코올 중 하나인 만니톨의 천연 공급원이며, 일부 과일과 야채에는 자일리톨이 들어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설탕 캔디 ▲초콜릿 ▲과자 ▲에너지 드링크 ▲치약과 같은 포장된 제품에는 인공적으로 생산된 당알코올이 들어가기도 한다.
기존 설탕의 열량이 g당 약 4kcal인 반면, 당알코올의 열량은 g당 0.5~3kcal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체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아 실제 탄수화물 섭취량은 많지 않다. 영양성분표에 당알코올 함유량이 5g이라고 적혀 있더라도 실제 소화 흡수되는 양은 30%에서 많게는 50%에 그친다. 이 때문에 당알코올은 낮은 칼로리와 탄수화물로도 음식과 음료를 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단맛으로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칼로리나 혈당 걱정을 덜어주는 무설탕 제품들은 설명만으로는 완벽한 제품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과연 안심하고 마음껏 먹어도 되는 걸까?
무설탕, 이름 뒤에
감춰진 부작용
당알코올을 지나치게 섭취하게 되면 소화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일반 당분은 소화 중에 흡수된 뒤 소장에서 흡수되지만 당알코올은 소장에서 매우 천천히 불완전하게 분해된다. 제대로 분해되지 못한 당알코올은 대장으로 옮겨가 박테리아를 키우면서 설사약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과민성 장 증후군이나 염증성 장 질환 등이 있는 사람들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성인의 경우 하루에 20~30g의 소르비톨 섭취는 복통을 유발할 수 있고, 자일리톨 100g, 만니톨 20g 이상을 섭취할 경우 설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체중에 따라 당알코올 허용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칼로리가 높은 편인 당 알코올이 아니더라도, 인공감미료는 설탕과 마찬가지로 과다 섭취하면 안 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인공감미료를 과다 섭취하면 당뇨병 위험이 상승한다.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쳐 혈당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체중과 혈당 수치가 정상인 120명을 대상으로 인공감미료 섭취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카린과 수크랄로스를 섭취한 그룹은 상당히 높은 혈당 반응이 일어났다.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탄산음료를 자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약 70% 높았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시훈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알코올은 구조적으로 단당류에 속해 더 이상 분해될 것이 없기 때문에, 당 알코올은 섭취하는 즉시 혈액 속으로 들어가 혈당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단맛의 늪에 빠지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먹다 보면 오히려 단맛 중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몸에 흡수가 되지 않아도 일단 혀가 단맛을 느끼면, 맛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리고 쾌감을 느껴 중독되는 보상 시스템이 돌아간다.
인공감미료를 장기적으로 많이 먹으면 결국 원하는 단맛의 강도가 세져 오히려 더 많은 단 음식을 먹게 한다. 설탕이 안 들었다고 광고하는 ‘제로소주’는 더 조심해야 한다. 제로소주에도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다가, 알코올 자체의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폭식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우리 몸의 소화 효소는 과당과 포도당 같은 일부 당류만 분해할 수 있어서 당알코올과 같은 가짜 당이 들어오면 금방 알아챈다. 이에 진짜 당을 채우라고 요구하게 되며, 오히려 더 배가 고파지고 다시 음식을 섭취하게 만들어 폭식을 유발하는 것이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설탕이 가진 단점을 대체하기 위해 당알코올을 사용하지만 당알코올은 ▲폭식 ▲혈당 수치 상승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설탕 제품에는 이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은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라는 말처럼 무설탕 제품에 들어가는 당알코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적정 섭취량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조절한다면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식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