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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마약 범죄에 적신호 켜진 대한민국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3-03-27 15  |  672호 ㅣ 조회수 : 682

마약과의 전쟁



 지난 3월 6일(월), 중학생 A양(14)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필로폰 0.05g을 구매했다. 필로폰을 구매하는 데 든 돈은 단돈 40만원이었다. 불과 14살밖에 안 된 미성년자가 강력한 마약을 투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지난해 10월 21일(금) 경찰의 날,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관세청, 식약처 등의 유관기관의 통합 연계 체계를 구성한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 마약 단속을 선언했다.



 이같이 정부가 마약 소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함을 의미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마약류 사범은 총 1만 8,395명으로 역대 최다 인원이었다. 국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이 28.57배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는 이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사태의 심각성이 대두된 것은 단순히 마약 범죄 적발이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뉴스들을 보면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은 곳에서 마약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이제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을 만큼 수면 위로 불어나 버린 것이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사안은 미성년자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검찰청의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2021년 동안 미성년자 마약류 사범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21년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적발 횟수는 450회로 전년 대비 43.8%나 증가했다. 이제 마약이 청소년들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구하기 쉬워진 것이다.



 최근의 마약 거래는 ‘텔레그램’을 통한 온라인 거래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텔레그램’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앱인데, 극도의 암호화와 보안성을 자랑한다. 결제 수단으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주로 이용된다. 이러한 온라인 거래가 10~20대 젊은 층 마약류 사범 증가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텔레그램에선 수많은 마약방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마약이 보란 듯이 판매되고 있다.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사는 곳만 대면 마약이 하루 안으로 배달된다.



마약의 늪



 모두가 알듯이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마약을 가까이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어느 수준일지 잘 와닿지 않는다. 마약은 흔히 가해자가 곧 피해자인 범죄라고도 한다. 당사자 이외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리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은 어떨까?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지옥 같은 삶’이라고 한다. 마약은 신체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며 뇌의 구조적, 기능적 손상을 남긴다. 기분장애, 환각, 불안과 공황, 우울증 등은 마약 중독자에게는 흔한 정신질환이다. 또한 마약은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단시간에 증폭시켜 통제력과 정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기능 발휘를 왜곡시킨다. 이로 인해 마약 중독자는 앞으로의 감정 조절과 충동 조절이 어려워진다. 단 한 번의 투약으로도 이러한 뇌 기능의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필로폰은 1회 사용량인 0.03mg으로도 몸에 즉각적으로 분비되는 도파민을 평소의 수천 배까지 증가시킨다. 이는 정상인에게 평생 나오는 도파민의 총량보다 많은 수치다. 폭발적인 양의 도파민이 쏟아지는 상태에 익숙해진 중독자는 더 이상 마약을 하지 않고는 즐거움의 감정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정서적 문제만이 아니다. 마약을 끊으면 금단 증상이 오는데, 손발 저림, 치아 통증, 탈모, 근육통 등 다양한 신체적 고통을 수반한다. 이런 후유증들은 환자들이 마약을 더욱 끊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마약사범 재범률은 ▲2017년 36.3% ▲2018년 36.6% ▲2019년 35.6% ▲2020년 32.9% ▲2021년 36.6%로 꾸준히 30%의 재범률을 유지하고 있다. 마약 중독은 정신적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질환과 같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마약 중독은 당사자 주변인의 삶도 서서히 파멸시킨다. 중독자의 가족들은 소중한 이의 인생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고통을 떠안게 된다.



마약 근절, 예방만큼

사후관리 절실



 마약의 중독성과 재범률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독치료와 같은 근본적 대책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그러나 작년 마약과의 전쟁 선포가 무색하게 정부는 마약중독 치료 지정병원에 대한 올해 예산을 4억원 규모로 동결했다. 이는 늘어나는 마약 환자들을 치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2022년 마약류 중독 치료 보호기관 21곳 중 13곳은 환자를 받지 않는 유명무실 상태였고, 다른 5곳은 연간 1~2명의 환자만 받고 있었다. 사실상 나머지 2곳만이 마약중독 치료를 도맡는 실정이다. 마약 중독 치료에 투입되는 자원을 보상하는 체계가 없으니 민간병원은 마약 환자를 받으면 손해만 보게 되므로 이는 당연한 결과다.



 복지부는 마약류 중독 치료 활성화를 위해 중독자 치료 비용 19억원, 치료 보호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비용 9억원으로 총 28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건전 재정 기조하에 단속강화 등의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면서 해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부족한 치료 시설 때문에 국내 마약 환자들은 중독 치료 의지가 있음에도 혼자서 이를 감내해야 한다.



 마치 ‘전쟁’하듯 많이 잡고 세게 응징하는 것은 마약 ‘근절’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등의 해외국가들은 마약의 처벌 강화보다 치료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이제는 사전 예방보다 더 근본적인 사후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암수율: 범죄가 실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용의자 신원미파악 등으로 해결 되지 않아 공식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암수 범 죄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수치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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