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9일(일)에 방송한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한반도의 대재앙을 주제로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면서 6만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슬픈 상황에서, 백두산 폭발 예상 시기가 2년 후인 2025년으로 예측돼 한반도의 위기가 화두에 올랐다. 백두산이 분화할 확률이 100%라는 내용이 언급되며,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백두산 분화 관련 논쟁이 격렬했다.
최근 안전지대로 알려진 남한에서도 지진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으며, 백두산이 100년 주기로 폭발한다는 설이 중심에 있다. 정말로 2025년에 한반도에 영화와 같은 재난이 일어날까?
백두산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리틀보이)의 약 16만 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예측돼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남한을 넘어 일본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2019년 개봉했던 영화 「백두산」도 방송과 함께 재조명됐다. 영화는 규모 7.0의 강진이 서울을 뒤덮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실제로 백두산이 아무리 강하게 분화하더라도 서울이 지진의 영향권일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화산이 분화할 때 뜨거운 마그마가 올라오면서 주변에 있는 암석에 강한 충격을 주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화산 영향권은 반경 100㎞를 넘기기는 생각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0세기쯤에 백두산이 강력하게 분화했던 적이 기록에 남아 있지만, 근원지로부터 140㎞ 떨어진 지점의 지층에서 지진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진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화산재다. 10세기 ‘밀레니엄 분화’ 때 백두산에서 분출된 화산재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당시 피해는 동해는 물론, 일본까지 전해졌다. 당시 나온 화산재를 모으면 남한 전역을 1m 높이로 모두 덮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홋카이도에 쌓인 화산재는 5㎝ 두께로 분석됐다. 또한 화산재가 높이 날아가면 3~4년간 성층권에 머물 수 있으며, 태양이 지구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범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백두산 칼데라호에는 20억t에 이르는 물이 담겨 있다. 분화의 충격으로 이 물이 넘쳐 산기슭을 덮칠 때 큰 홍수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칼데라호 주변에는 중국으로 향하는 계곡도 있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피해도 예상된다. 또한, 백두산 칼데라호의 수면 아래에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액체 상태로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분화로 칼데라호 수면이 넘치고 가라앉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유출되면 주변 생물들이 질식해 사망할 수 있다.
2025년에 화산이 분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분화 100년 주기설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946년, 백두산은 화산폭발지수 7(화산 분출물의 양을 기준으로 1~8의 척도로 나눔) 규모의 폭발을 했다. 그 이후 1000년 동안 세기마다 최소 1번 이상은 분화했다. 이를 근거로 100년 주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근 백두산의 분화기록을 분석했을 때 1925년이기 때문에 2025년에 백두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백두산 주변의 ‘의심스러운 정황’도 가설에 힘을 실었다. 2002~2005년 백두산에서는 약 3,000회의 지진이 발생하고, 칼데라호 일대가 수십㎝나 부풀어 올랐다. 온천수가 83℃ 정도까지 오르고, 화산 가스가 나오며 정상 인근의 나무들이 말라 죽어가는 것이 관측됐다. 하지만 현재 백두산 칼데라호의 화산성 지진 활동은 평균 수준이고, 화산가스 방출이나 온천수 온도도 예년 수준이다.
또, 1925년에 백두산이 분화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소련과학원 원동지부 연구진이 1925년 화산재와 수증기가 백두산 칼데라호 안에 솟구치는 걸 봤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화산연구단장은 “해당 문헌이 현재 북한에만 남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1903년 백두산 칼데라호에서 소규모의 분화한 기록이 공식적인 기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2025년에 정확하게 백두산이 분화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이하 윤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중순까지 백두산 칼데라호에서 화산 활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데이터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화산성 지진 활동은 한 해 100회 이상 기록하는 등 평균치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백두산 화산성 지진 활동은 연 평균적으로 40~50회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현재 지진 활동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화산 가스 방출이나 온천수 온도도 평소 관측한 수준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백두산이 분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뚜렷하게 화산 활동을 하는 ‘활화산’이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백두산 칼데라호 하부 5~7㎞ 밑에 마그마방이 있다. 화산성 지진이 칼데라호 칼데라 내부 지하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온천수 온도도 다른 화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언제 폭발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수 전 교수도 “서기 79년 폼페이를 덮친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기 전인 62년에 대규모 지진 등 전조 현상이 있었다”며 “2000년대 초중반에 활발했던 화산 활동이 추후 백두산이 폭발할 만한 전조 현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