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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소비자 선택권 축소·독과점 우려
황아영, 김나영 ㅣ 기사 승인 2025-01-08 13  |  699호 ㅣ 조회수 : 19



 2020년부터 추진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4년만에 마무리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한다.



 인수과정에서 관건은 기업결합으로 인해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지 심사하는 ‘기업결합심사’를 국가별로 통과하는 것이였다. 대한항공은 신고 대상국 9개국, 임의 신고 대상국 5개국 등 총 14개국의 심사를 거쳤다. 그중에서도 핵심인 2014년 11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기업결합 승인에 이어 12월 미국 법무부의 합병 승인으로 모든 승인을 완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년 동안 통합 준비를 거쳐 오는 2026년 10월 25일 완전히 대한항공에 흡수될 예정이다.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한항공은 통합 브랜드를 자사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을 수립했다. 합병 이후 인천국제공항의 대규모 터미널 재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은 제1터미널을 사용 중이다.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그 산하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제2터미널로 이전하며 대규모 인프라 조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국내 항공 시장 67% 점유, 독과점으로 항공료 인상 우려



 인수 합병으로 아시아나항공의 LCC 브랜드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역시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로 통합될 예정이다. 이중 부산을 거점 삼아 운영 중이던 에어부산의 통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에어부산의 독립적 운영 및 본사 유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부산시의 요구를 거부하며 통합 LCC 본사를 수도권으로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부울경 주민들의 항공 선택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권리 축소 및 독과점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미 EU, 중국, 영국 등 여러 경쟁당국이 대한항공 상대로 슬롯* 및 노선 반납 조건 아래 합병을 승인했다. 따라서 인천-런던, 인천-상하이, 인천-베이징 등 주요 인기 노선의 슬롯이 반납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해당 노선을 선택할 소비자 기회가 줄어들고 항공편 공급마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납된 슬롯이 외국항공사에 넘어간다고 해도 기존 국내 항공사 수준의 서비스 질이 온전히 유지될 지 미지수다. 이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축소 및 항공권 가격 상승 리스크가 우려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의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시 시장 점유율(올해 1~10월 탑승객 수 기준)은 67%로 국내 항공 시장에서 절대적인 독점 지위를 가지게 된다. 독점 노선의 문제로 항공권 가격 인상, 서비스 질 저하 등이 꼽힌다. 특히 김포-제주 노선에서 독점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30년간 독점한 인천-올란바토르 노선 요금을 비슷한 거리인 홍콩 노선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책정한 전력이 있다.



‘계륵’ 된 아시아나 마일리지 문제



 기재 정리에 따른 항공 비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보잉 기종을,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 기종을 주로 사용 중이다.대한항공은 운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종 단일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후 기재의 리스 반납 및 신규 기재 도입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항공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가 약 1조 원 규모라고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가치가 하락하거나 환산 비율에 의해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직 구체적인 전환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사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를 고려할 때 1대 1 전환은 어렵고,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상대적으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보다 낮은 비율로 계산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해 있던 스타얼라이언스 혜택도 사라짐에 따라 환승 네트워크 축소, 라운지 서비스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시아나는 최근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좌석을 늘려 마일리지 소진을 독려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공급과, 제휴 상품 샵 제품들의 연이은 품절사태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이 관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을 기대 반, 우려 반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이슈가 항공 산업 재편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의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독과점 심화, 항공권 가격 상승, 지방 노선 축소, 마일리지 제도 변화 등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12월 11일(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LCC에 서남아시아·유럽 운수권을 배분하고, 대체 항공사 진입이 필요한 노선에도 LCC 운항을 지원해 독과점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롯: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



황아영 수습기자 ayoung6120@seoultech.ac.kr

디자인 |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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