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은 1988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돼 오늘날까지 복지제도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경제 활동 인구는 줄고 연금 수급 인구는 늘어나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대두됐다. 또,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연금 제도로 인해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3월 20일(목)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노후 소득 수준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연금 개혁이 시행됐으나, 개정안을 발의한 주호영 등 국민의힘 의원 10인은 낮은 보험료율 대비 높은 급여체계와 저출산 고령화를 반영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황임을 밝혔다. 기금 고갈을 우려하며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위태한 현시점에서 이번 개혁이 당면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연금, 무엇이 이렇게 바뀐다!
이번 개정안은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제도적 변화를 도입했다.
우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조정된다. 우선 자신의 소득 중 지급하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비율을 나타내는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3%로 인상된다. 다만 갑작스러운 보험료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고려해 2026년부터 매년 0.5%p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며, 2033년 목표치인 13%에 도달한다. 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수혜 연금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가용 기금이 2056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과 정부의 기금운용 수익률 1%p 제고(4.5%→5.5%) 노력이 병행된다면 기금 소진 시점이 15년 연장되어 2071년까지 유지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또,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국가의 지급 보장 근거를 보다 명확히 규정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국가가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시책을 수립 및 시행함과 더불어 연금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보장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출산과 군 복무에 대한 크레딧 제도도 확대된다. 국민연금에서 ‘크레딧 제도’란, 개인이 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았거나 일부만 냈더라도 출산과 군 복무 등 특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그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출산 크레딧의 경우, 현재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둘째 자녀는 12개월, 셋째 자녀 이상부터는 18개월의 크레딧을 인정하고, 최대 인정 기간을 50개월로 제한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첫째 자녀까지 지원을 확대(12개월 인정)하고 인정 상한 기간 규정도 폐지한다. 군 복무 크레딧 역시 현재 6개월의 인정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늘린다.
한편,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한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다시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50%를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저소득 지역가입자 전반으로 지원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하위법령 마련을 거쳐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대한 세대별 의견… 어떻게 갈리나
국민연금 개정안에서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3%로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되며, 국민연금 제도의 변화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갈등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면 수령 금액이 늘어나기 연금 수령 시점이 가까워진 만큼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성세대는 연금기금이 고갈될 경우 가장 먼저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의 개정안이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면 보험료율 상승을 감수할 만한 변화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국민연금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 (출처: 한겨례신문)
여야 3040의원,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 열어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제423회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7인 중 찬성 193인, 반대 40인, 기권 44인으로 통과했다. 개정안이 통과했지만, 찬성하지 않은 84표에서 알 수 있듯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개정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여야 3040세대 국회의원 8인의 초당적 모임인 ‘더 나은 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청년세대를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담기지 않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정파를 넘어 더 나은 연금 개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원들은 ‘세대 간 부양 구조에만 맡겨서는 기금 고갈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금소득세 징수액 총액을 국민연금에 자동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제도 방향은?
국민연금 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가가 연금 급여 지급을 보장하도록 명문화했으나, 연금 기금이 고갈됐을 때 부족한 기금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지금까지 보험료를 지불해 온 기성세대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고, 젊은 세대에게 지나친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연금 제도를 위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손해창 기자 thsgockd210@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