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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22년 후에 또... 서울 지하철 방화 사건이 남긴 숙제
정혜원 ㅣ 기사 승인 2025-07-15 18  |  705호 ㅣ 조회수 : 5

 지난 5월 31일(토),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해 승객 400여 명이 선로를 따라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전 8시 43분경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 한강 하저터널 구간을 주행하던 열차 내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60대 남성 원 모씨가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기름에 불을 붙여 시작됐다.



 기관사와 승객들은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화에 나서 대형 인명피해를 막았으며 소방당국도 즉시 출동해 추가 진화를 실시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2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130여명은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어 치료받았다.



 범인 원 모씨는 범행 후 약 1시간 만에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원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5일(수) 범인 원 모씨를 ▲살인미수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원 씨는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사고가 준 충격은 상당했다. 승객들은 기름 냄새를 맡자마자 패닉 상태로 뛰어 달아났으며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객실 전체를 덮쳤다. 실제로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휘발유가 인화점과 발화점이 매우 낮고 휘발성은 강해서 화재 위험성이 높은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객차는 천정고가 낮고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유독성 검은 연기가 더욱 빠르게 발생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5호선 방화 사건 현장 CCTV 화면 (출처=서울남부지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22년, 여전히 남은 과제



 이번 방화 사건은 2003년 발생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사건도 방화범이 객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192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하철 역사와 차량 내 안전시설이 크게 개선됐다. 대구시는 사건 이후 10년간 수백억원을 들여 차량 내장재를 불연성 소재로 교체하고, 화재감지기 및 무선통신 설비를 강화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2006년까지 수천억원을 투입해 지하철 1~8호선 차량의 내장재를 난연성 소재로 바꿨다.



 이러한 투자 덕분에 이번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은 짧은 시간 내 불길이 잡혔고, 객차 전체가 전소되는 극단적 상황은 막을 수 있어 당시의 대구 참사만큼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김진철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사건 당일인 31일 현장 브리핑에서 “최근 지하철 열차는 대부분 불연재로 돼 있어 쓰레기만 일부 불에 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터널 내부에서 빠르게 확산한 검은 연기 때문에 시민들의 질식 위험은 여전했다. 전문가들은 터널 내 환기 설비와 객차 간 연기 차단문 설치 등 추가적인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안전 강화 하겠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



 이번 서울 지하철 방화 사건은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하저터널’이라는 특수한 구조다. 수심 약 30m 아래 밀폐된 터널은 환기가 어렵고 연기가 빠르게 퍼져 승객들이 불과 3분 만에 시야를 잃을 정도였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연기 확산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으며 현재 서울의 많은 노선이 하저터널이나 긴 터널 구조로 돼있어 위험에 취약하다. 특히 방화 사건 같은 테러 형태의 공격이 일어난다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2005년)와 벨기에 브뤼셀 지하철 폭탄 테러(2016년) 등 해외에서도 터널 및 밀폐된 지하 공간은 항상 큰 피해를 불러왔다.



 이와 함께 기관사 혼자 지하철을 운행하는 ‘1인 승무 체제’ 또한 대응을 지연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1인 승무 체제’ 하에서 기관사는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도 혼자 운전과 방송, 사고 대응을 해야한다. 사고 당시에도 기관사는 승객의 신고와 자신의 판단만으로 상황을 처리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적어도 출퇴근 시간만큼은 2인 승무제를 실시하고 객실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CCTV의 실시간 전송 시스템 미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당시 객실 영상이 실시간으로 관제실에 전송되지 않아 초동 대응이 지연된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됐으나 예산 문제로 인해 개선이 미뤄져 왔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 이후 지하철 안전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2026년까지 1~8호선 전 역사에 인공지능 기반 화재 및 폭력 감지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며, 객실 안전요원을 출퇴근 시간대에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승객 대피 시설과 연기 차단 장비를 추가로 확충할 예정이다.


 

화재와 테러에 대비할 우리의 모습은



 전문가들은 지하철 내 화재 및 테러 발생 시 빠르고 정확한 시민들의 초동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승객들이 객실 내부에 비치된 소화기를 빠르게 사용하고 비상 통화 장치로 상황을 전달하며 초기 진압에 큰 도움을 줬다. 또한 출입문 비상코크를 당겨 신속하게 탈출한 것이 큰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지하철 차량 안에서 불이 나면 즉시 ▲기관사에게 상황 전달 ▲소화기 사용 ▲비상 출입문 개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지하철 방화 사건은 대규모 피해를 간신히 피했지만,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제도적·구조적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비용이 아닌 ‘생명과 안전을 위한 필수 투자’로서 지하철 안전 시스템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정혜원 수습기자

hyewon561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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