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30일(월) 경찰청은 암표매매를 포함한 ‘3대 기초질서’의 홍보와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6월 5일(목)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하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초질서 회복의 후속조치이다. 해당 3대 기초질서는 ▲교통질서 ▲생활질서 ▲서민경제질서로 구성돼있다. 이 중 서민경제질서 분야에 암표 매매가 포함되며 암표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행될 것을 암시했다.
악용되는 AI 기술, 무섭게 커가는 암표 시장
최근 국내 공연시장은 ▲서울국제도서전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프로야구 경기 등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티켓 판매액은 2024년 상반기 6,288억원에서 29%가량 증가한 8,13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공연시장은 활기를 띄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따라 암표 시장도 조용히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공연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약 11배 증가했으며, 프로스포츠 암표 신고 건수는 2019년 6,237건에서 2024년 51,405건으로 약 8배 증가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암표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부분의 암표 상인은 빠른 티켓팅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오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 매크로는 웹 자동화를 통해 네트워크 트래픽*을 직접 제어해 타 사용자들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발전했다. 또한 VPN 등을 사용해 IP 차단을 회피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OCR(광학문자인식) 기술로 CAPTCHA* 인증을 통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AI는 발전한 매크로에 날개를 달아줬다. 기존 매크로는 티켓 판매 웹페이지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업데이트 함으로써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AI가 이를 학습하기 시작하며 각종 사이트 변화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웹페이지 버튼의 위치가 바뀌어도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작동할 수 있게 발전했다. 또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모방해 의도적으로 랜덤한 지연 시간을 두며 사람의 행동처럼 보이게 만들어 행동 감지 시스템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 왼쪽은 편집으로 만들어진 티켓, 오른쪽은 실제 티켓이다. 취소마감일시 등 세세한 부분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암표 시장이 만들어내는 2차 피해 ‘암표 사기’
암표는 공연 관계자와 구매자에게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암표 사기라는 2차 가해를 유발한다. 이는 주로 SNS, 암표 사이트 등에서 암표를 매매 하는 과정 속 발생한다.
첫 번째 유형은 아옮(아이디 옮기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기이다. 아옮이란 암표 상인이 구매자와 협의해 예매표를 취소하면 구매자가 취소표를 잡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이용자가 취소표를 가져갈 수 있기에 100%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암표 상인은 이 점을 이용해 구매자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다. 아옮을 할 때 매크로를 사용하는 제3의 인물을 섭외해 구매자가 취소표를 잡지 못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구매자는 티켓을 얻지 못하고 티켓비용 및 수고비 등을 지불하게 된다.
두 번째 유형은 티켓 사진 조작이다. 최근 대부분의 티켓 업체는 현물 티켓보다 문자를 통해 예매 내역을 구매자에게 전송하고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암표 근절을 위해 시행된 예방책 중 하나이지만 최근에는 잘못된 방향으로 악용되고 있다. 포토샵을 이용해 실제로 갖고 있지 않은 암표를 소지하고 있는 것처럼 속인 뒤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고 잠적하는 수법이다. 이는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개한 지난해 8월 기준 신고 현황 비중은 프로야구(KBO리그)가 97.5%, 프로 배구(KOVO) 0.8%, 프로 축구(K리그) 0.9%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여줬다. 내한 행사도 예외는 아니다. K대학교 학생 A씨는 8월 3일(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되는 토트넘과 뉴캐슬 내한 경기의 암표를 구하다 사기 흔적을 발견해 곧바로 구매를 취소했다. 티켓을 구매하면 전송받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편집해 티켓을 실제로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 뒤 구매자의 결제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또한 사기 방지를 위한 에스크로(결제 대금 제3자 예치) 프로그램까지 가짜로 만들어 속이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암표를 구할 때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의심을 전제하고 구해야 한다”며 암표 사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암표 근절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정부, 효과 있을까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당시 ‘취향저격’ 공약에서 스포츠 티켓팅에 추첨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론의 반대로 약 3시간 만에 해당 공약을 철회한 바 있다. 지난 6월 5일(목)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암표를 포함한 기초질서 회복을 언급했고 이에 따른 다양한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7월 2일(수) 경기북부경찰청은 서민경제 영역에서 암표 매매를 포함한 주요 단속 대상을 설정했으며, 대구경찰청은 7월부터 9월까지 홍보ㆍ계도 기간을 거친 뒤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트래픽: 특정 시간 동안 네트워크를 통해 흐르는 데이터의 양
*CAPTCHA: 컴퓨터와 인간을 구별하기 위한 자동화 테스트
정우정 수습기자
wjddnwjd03@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