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20대 중반 데뷔해 28살의 나이로 국내 정상에 선 게이머가 있다.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이하 하마코) 시즌6’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조현수(신소재·08) 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Flurry(플러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조현수입니다. 방송 스트리머, 해설도 겸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Q. 하스스톤을 소개하자면?
하스스톤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상대와 1대1로 시간제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무료게임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시작하려면 돈을 어느 정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즐길 수 있고,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Q. 닉네임으로 사용 중인 Flurry의 뜻은 무엇인가요?
하스스톤에 사용하는 카드 중 하나인 폭풍의 칼날(Blade Flurry)에서 따왔어요. 처음 닉네임은 ‘로맨틱겨울’로 한글이었어요. 하스스톤이 국내에 출시 됐을 때가 겨울이어서 그런 닉네임을 지었어요.
게이머가 되고 큰 대회를 나가기 위해서는 영어 닉네임이 필요했어요. 대회를 주관하는 측에서도 해외 송출이 될 때 한글은 읽기 힘드니까 대신 영어 닉네임을 원했고요. 영어 닉네임을 제출해야 했을 때 그 순간 플러리라는 이름이 떠올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지은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까 상위권 랭크에 진입했고, 내가 이 게임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그때는 게임이 출시된 지 얼마 안됐을 때다 보니까(하스스톤은 2014년 3월 발매했다: 역자 주) 하스스톤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상위권 랭커들을 게임에서 만나면서 함께 게임판을 키워나갔죠. 그렇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하스스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쉽잖아요. 게임에 사용하는 카드만 적당히 외우고 숫자만 알면 되는 게임이죠.
Q. 프로게이머가 되는 데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반대 많았죠. 대학생 때 공부를 잘하지 못했어요. 대학교 오니까 (대학생활이) 제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대학은 아니었어요. 과제를 열심히 했는데 C+를 받아요. 반대로 과제를 베껴도 A+를 받아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님들은 정답을 원했겠죠. 하지만 내가 노력한 것들이 상관이 없어지잖아요.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까 공부를 계속해도 인정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생 때 고민 많잖아요. 졸업하고 뭐해야 할까, 망한 학점 복구 어떻게 하지 같은 고민이요. 저는 다 신경 쓰지 않고 게임만 했어요. 그러다가 군대에 갔죠. 군대를 갔다 오니까 하스스톤이 발매됐어요. 하스스톤 대회에 입상하고 돈을 버니까 주변의 시각이 달라졌어요. 먹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살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쭉 달려와서 여기까지 왔죠.
Q.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하마코 시즌6 대회 우승이죠. 하마코 대회가 시즌6까지 있었어요. 제가 하마코 시즌1에서 예선을 뚫고 4강, 시즌4에서는 8강까지 올라갔어요. 그래서 시즌6 예선 뚫었을 때 16강까지 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어요.
결승전 상대가 ‘고스트’ 박수광 선수였는데 선수들 사이에서 저보다는 고스트 선수가 더 잘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결국, 고스트 선수를 이겨서 실력을 인정받게 됐어요. 하마코 우승이 제일 기억에 남죠.
하마코 우승을 계기로 미국도 가고 국가대표로 뽑혀서 APAC(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개최하는 최고 권위의 하스스톤 대회인 블리즈컨으로 가는 최후의 관문) 4강까지 올라간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요즘은 게임 해설을 하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요.
Q.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순간 혹은 경기가 있다면?
하스스톤은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라 지는 경우도 많아요. 제일 아쉬웠던 것은 하마코 대회 우승 후 열린 APEC 4강에서 진 경기에요. 그 경기만 이기면 블리즈컨을 갈 수 있었어요. 결승만 가면 블리즈컨을 갈 수 있었는데 4강에서 탈락해서 아쉬웠죠.
Q. 소속돼 있는 팀 카론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과거 기상캐스터로 활동하셨던 신예지 님이 선수들을 섭외해서 창단된 팀이 카론이에요. 최근 하스스톤 개발사인 블리자드에서 팀 지원을 해준다는 얘기가 있어서 팀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저희 팀도 마찬가지예요.
Q. 팀 창단 후 열린 첫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15일(일) HTC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이벤트성인 대회로 초청전이었어요. 3번만 이기면 우승이라 큰 대회는 아니었어요. 중요한 점은 팀 카론이 창단되고 첫 우승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회를 통해서 팀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었죠.
Q.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크라니쉬’ 백학준, ‘서랜더’ 김정수 선수를 빼놓을 수 없어요. 이 두 친구는 실력도 좋고 하스스톤에 대한 신념이 있어요. 크라니쉬 선수는 제가 HGG(하스스톤 글로벌 게임)대회 때 집단지성으로 팀을 이뤄 같이 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저희 팀이 안 좋은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팀원들은 그 상황을 불평했어요. 그러나 크라니쉬 선수는 “지금 대회니까 정신 잡고 우리가 안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라고 말했어요. 이 선수는 다르다는 걸 느꼈죠.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정수(서랜더)는 게임을 잘해요. 천재 같아요. 과거 같은 팀에서도 활동했었는데 그냥 천재에요. 상위권 랭커의 상징인 전설 등급이 나왔을 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달성한 선수에요.
Q. 1인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하스스톤을 하다 보면 사람들끼리 입소문이 돌아요. 이 사람이 잘한다, 저 사람이 잘한다는 소문이요. 그럼 그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잖아요. 관심도 받고 싶고. 그래서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컴퓨터도 안 좋고, 여건이 안 됐어요.
이후 올킬러즈라는 프로 팀에 들어갔어요. 올킬러즈에서 활동했을 때 트위치(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1인 방송 플랫폼) 측에서 1인 방송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했어요.
Q. 하스스톤 외에 좋아하는 게임이 있나요?
게임은 다 좋아해요. 리그오브레전드(LOL)도 좋아하고. 특히 닌텐도 게임을 좋아해요. 2D, 가상 게임이 좋더라고요. 방송하면서 다른 게임도 많이 하려고 해요.
Q. 팬들이 지어준 별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다면?
팬들이 지어준 별명 중 짓궂은 별명이 많은데 저는 서른더가 듣기 좋고 무난한 것 같아요. 그 별명이 제일 좋아요. 이 뜻이 서랜더랑 제 나이인 서른을 합친 거잖아요. 제가 서랜더 선수를 좋아하기도 하니까요. 채팅으로 놀리며, 주고받기도 좋고, 입에도 착착 감겨 재밌어요.
Q. 이 자리를 빌려 방송 홍보를 하자면?
우리대학 학생 중 하스스톤을 하는 분들이 재밌게 게임 하셨으면 좋겠고, 제 방송도 많이 봐주세요. 후원도 좀 해주시고. (웃음)
우리대학 학생이라고 얘기하면 받아주니까 채팅으로 인사했으면 좋겠어요. 딱히 바라는 건 없고 대학생활 잘 하시고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Q. 하스스톤에 입문하고 싶은 학우들에게 팁을 주자면?
일단 프로 선수의 방송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해요. 잘하는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이렇게 플레이하는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 비교하면서 게임을 하면 배우는 부분이 있어요. 또,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1인 방송의 장점이잖아요. 피드백을 받으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죠.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는 신념이 하나 있어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거든요. 어제보다는 항상 나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하마코 대회 때처럼 말이죠. 하마코 결승이 롯데월드에서 열려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인생에서 다시 못할 경험이죠. 해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하고, 방송도 이대로만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Q. 조현수 동문에게 하스스톤이란?
이런 질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하스스톤은 인생이다 이렇게 말하면 식상하잖아요. 음 저에게 하스스톤은 그냥 일상이죠.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앞으로 하스스톤을 얼마나 할지도 몰라요. 제가 대학생 때도 그랬고 살면서 미래를 설계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 행복하면 좋다는 생각이 강해요. 하스스톤은 제가 지금 하는 것이니까 잘해야 하는 것이죠.
Q. 끝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후배들한테 이런 얘기를 할 위치가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프로게임 세계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으로서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어요. 억지로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생각을 바꿔보세요. 남의 조언보다 본인의 선택이 중요해요. 자신이 행복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방향으로 쭉 가시길 바랍니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