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종이로 된 만화보다 웹툰(Webtoon)이 더 익숙한 시대가 됐다. 출퇴근길, 자기 전, 등굣길 등에서 편리하게 마주할 수 있는 웹툰은 우리에게 생활 속 일부나 다름없게 자리 잡았다. 수많은 웹툰 플랫폼 중 ‘네이버 웹툰’은 가장 대중적인 웹툰 플랫폼이다. 그 중에서도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웹툰이 있다. 바로 우리대학 출신 웹툰 작가 오성대의 『기기괴괴』이다. 오늘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대학 공업디자인학과(현 디자인학과) 출신 웹툰 작가 오성대 동문을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10년 넘게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이고 현재는 네이버 웹툰 에서 『기기괴괴』를 연재 중인 오성대입니다.
Q. 현재 직업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만화가를 꿈꿨습니다. 그러다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의 문턱에 섰을 때의 만화계는 직업으로 삼기엔 전망이 너무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만화 대신 게임회사 취업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쪽으로 취업하고 나니 제가 생각했던 일과는 차이가 있었고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웹툰에서 한 줄기 빛을 봤고, 그 길로 바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렇게 네이버 도전 만화에 1년 반가량 만화를 올리다 연재 제안을 받고 정식 데뷔를 했습니다.
Q. 웹툰 작가로 활동하시면서 가장 뿌듯할 때가 언제인가요?
A. 작가들은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아무래도 독자들의 반응이 좋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의도한 바를 독자들이 크게 공감해줄 때는 그간 힘들었던 작업 과정이 잊힐 정도로 기분이 좋습니다. 그 외에는 수입 부분에 만족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수입이 많지 않았지만, 점점 늘어나 이제는 가족들을 잘 챙길 수 있는 정도가 돼서 그런 점에서도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반대로 가장 힘들 때는?
A. 『기기괴괴』라는 웹툰은 옴니버스 형식입니다. 이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특징 때문일 수도, 역량의 한계일 수도 있는데, 만화가 기복이 꽤 있는 편인 것 같습니다. 또한 반응이 좋을 때도 있지만 반응이 좋지 않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는 우울하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멘탈이 크게 약한 편은 아닌 데다 가족이나 동료들이 잘 챙겨주는 편이라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Q. 웹툰 작가라는 직업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예술 직종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만화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그 자체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창작은 언제나 고통이지만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그 뿌듯함은 다시 원고 앞에 앉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부분이 많고, 일정도 스스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 공간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사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많습니다.
Q. 학교생활 중 가장 도움이 됐던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만화관련학과를 나오지 않아서 만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 건 없지만 디자인과에서 드로잉 수업을 들었던 게 기술적인 부분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술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전문 학원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학교에 다닌 걸 딱히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학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견문과 다양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런 것들이 나도 모르게 만화에 여기저기 녹아들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Q. 우리대학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제가 02학번이었는데 아마 그때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입시 관련해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우리대학이 ‘가나다 군’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학교였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대학이 1순위로 지망하던 학교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학교 시험을 볼 때는 운도 컨디션도 따르지 않아서 시험을 망쳤습니다. 그런데 우리대학 시험은 어쩌다 20분 정도 지각을 했는데도 그날 컨디션이 워낙 좋아서 붙었습니다. 지각한 이유도 재밌는 게, 학교 정문에는 얼추 제 시각에 도작했지만 실기시험장이 걸어서 15분은 걸리더라고요. 캠퍼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컸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학교 다닐 때는 넓은 캠퍼스가 맘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Q. 2009년에 데뷔하신 후, 오랜 기간 동안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이신데 활동을 이어올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지금이야 환경이 잘 조성돼 고수익을 내는 작가들도 꽤 있지만, 데뷔 당시에만 해도 웹툰만으로 일반 직장인들처럼 먹고산다는 건 꿈같은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당시엔 웹툰을 하더라도 투잡인 사람들이 꽤 됐습니다. 잘 버는 건 둘째 문제고 일단 만화만 하면서 사는 것부터가 힘든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만화를 투잡이 아닌 원잡으로 하며 살기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 사실 자체가 원동력이고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Q. 그림이나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보통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재밌게 그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더러 반응이 안 좋거나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를 땐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예전보다 약간 늘었습니다. 실력 좋은 경쟁작들은 하루가 멀다고 들어오는데 나는 발전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차기작 걱정도 되고. 나이가 들어가며 예전보다 창의력이나 만화적 센스도 떨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주변에서 이렇게 오래 버티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하다고 말해주긴 합니다. 어쨌거나 저는 만화를 좋아하니까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중요한 건 도전 만화가 때의 그 초심과 열정을 되찾는 일인 것 같습니다.
Q. 아무래도 창작을 주로 하는 직업이니 종종 스트레스를 받으실 것 같은데, 스트레스나 멘탈 관리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지인들과 같이 온라인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만화에 관한 대화를 하며 멘탈를 다잡습니다. 사실 스트레스 받으며 힘들게 만화를 그려도 반응이 좋으면 스트레스는 금방 풀립니다. 그런데 반대로 반응이 안 좋으면 스트레스가 두 배로 쌓입니다.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은 만화를 잘하는 것입니다. 근데 그게 쉬운 것도 아니고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 어렵게 느껴지긴 합니다.
Q. 만약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다시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실 건가요?
A. 높은 확률로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 직업은 수동적인 편에 속하는 제가 능동적으로 택했던 몇 안 되는 길이니까요.
Q. 웹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꼭 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A. 희망찬 얘기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이 나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면 후배들의 진로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인터뷰이기에 좀 냉정하게 답해보자면, 만화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도전하기엔 그 이상의 것들이 필요합니다. 재능에 노력까지 있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모든 창작이 그렇지만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습니다. 눈 감고 걷는 느낌이 날 때도 많아요. 도전은 자유고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그만큼 경쟁은 심하고 시장은 냉정합니다. 저만 해도, 저 스스로가 재능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 재능은 생각보다 흔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 보자고 전략적으로 만든 게 『기기괴괴』였습니다. “그것도 재능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동안 내가 실패한 수많은 만화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남에게 조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만화는 항상 어렵습니다.
Q. 작품 활동을 하실 때, 작가님만의 철학이 있나요?
A. 사실 거창한 건 없고 ‘보는 사람이 재미라든가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게 그리자’ 정도입니다.
Q. 한 회, 혹은 한 에피소드의 작업 기간이나 스케줄은 어떻게 되시나요?
A. 한 회에 거의 일주일 걸립니다. 옴니버스다 보니 짧지만, 신작을 계속 내는 느낌이라서 기획도 매번 새로 해야 합니다. 그게 시간을 좀 많이 잡아먹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컷 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 점이 항상 아쉽게 느껴집니다.
Q. 웹툰은 독자의 댓글이 주요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댓글을 자주 보시는 편인가요? 혹 자주 보신다면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으신가요?
A. 아무래도 베스트 댓글 위주로 봅니다. 특정 댓글이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오래전에 ‘아내의 기억’이라는 에피소드를 연재할 당시 댓글과 쪽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주로 반려자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여러 가정의 평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Q. 현재 연재 중이신 『기기괴괴』는 옴니버스 형식의 웹툰입니다. 옴니버스 장르는 그만큼 많은 소재가 필요한데, 소재는 주로 어떻게 얻으시나요?
A. 혼자 조용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합니다. 침대 위에 누워서 눈 감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어떤 걸 검색하거나 참고한다고 뭐가 잘 나오진 않더라고요. 물론 무에서 유가 나올 리는 없어서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듣는 것들이 무의식중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정도. 어쩌다 주변에서 소재를 받을 때도 있지만 워낙 혼자 하는 걸 좋아해서 소재는 잘 안 받는 편입니다.
Q. 『기기괴괴』 에피소드 중 하나인 ‘성형수’가 얼마 전 스크린에 올랐습니다. 요즘 웹툰이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작가 입장에선 원작이 다시 관심을 받고 수입도 더 생길뿐더러, 독자 입장에서도 원작과 다른 색깔로 다시 볼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성형수’는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극장 개봉을 한 드문 케이스인데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습니다.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오래전부터 어려운 상황인데 국내외로 상당한 성과와 의미를 남겼다고 들어서 기쁩니다.
Q. 『기기괴괴』는 현재 약 7년 동안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상위권 웹툰인데, 독자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선배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흔치 않은 장르와 상상력, 거기에 옴니버스라 가볍게 볼 수 있는 장점이 더해져 많이 보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앞으로 웹툰이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나요?
A. 간단합니다. 큰 이슈 없이 작가들은 안정적인 연재를 할 수 있고, 독자들도 다양하고 좋은 만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됐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A. 요즘 작업이 잘 안 풀려서 다시 초심을 찾고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일단은 꾸준히 노력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고 난 후에 새로운 목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웹툰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제 인터뷰가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후배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