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IEEE 스펙트럼’은 우리대학 이승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공중을 떠다니는 카트, ‘팔레트론’을 미래의 카트 기술 중 하나로 소개했다. ‘팔레트론’은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며 좁은 턱이나 계단에도 손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팔레트론을 연구한 이승제 교수 연구팀의 박건우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팔레트론 연구가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됐다고 들었습니다.
A. IEEE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IEEE는 I-triple-E, 줄여서 ‘랄’이라고 부르는 곳은 저희가 논문을 낸 저널이고요. 이 논문이 IEEE 내부에 스펙트럼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는 곳에서 저희한테 연락이 와서 기사를 게재했고 이후에 국내 뉴스까지 소개가 됐습니다.
Q. 국내 SNS에서도 화제가 되고있습니다. 뿌듯하셨겠어요.
A. 주변에 친구들이 ‘너 나왔다더라’ 하면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제가 의도치 않게 소식을 접한 적도 있어요. 많은 관심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되죠. 어쨌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논문을 발표할 때도 많은 질문을 받을 거고, 어쩌면 비난하는 질문도 있을 것 같아 겁도 나지만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화물 드론 팔레트론(palletrone)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A. 팔레트론은 말 그대로 화물을 운송하는 드론이에요. 기존의 화물 운송 시스템은 바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바퀴를 사용할 경우 지형이 고르지 않다든가 도로가 없을 때는 문제가 생겨요. ‘기존의 운송시스템 지형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드론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연구하게 됐어요.
하지만 기존의 드론은 화물을 드론 아래에 배치하고 운송하는데 여기서 두 가지 문제점이 생겨요. 첫째로 화물의 크기가 드론보다 커지면 드론의 추력(드론이 나아가는 방향의 힘)을 방해해서 화물 운송이 어렵고요. 두 번째는 기존의 드론은 위치를 변화시키려면 자세를 바꿔야 해요. 드론이 앞으로 이동하면 앞으로 숙여지는 모양이 돼요. 옮기는 화물이 액체일 경우는 출렁거릴 수 있는데 이게 드론 비행의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문제가 있어요. 이런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항상 수평을 유지하는 드론인 팔레트론을 고안했어요.
Q. 팔레트론을 어떤 방식으로 고안해 내셨나요?
A. 우선 제작방식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Matlab으로 구상을 해보고 괜찮으면 C++ 언어를 사용해서 드론에 구현하는 방식이에요. 드론은 항상 자기 위치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저희는 여기에 강건제어*나 Compliance Control이라는 제어 기법을 도입해서 사람이 밀면 밀리고 끌면 끌리는 형태로 만들었어요. 이 기법을 X, Y, Z축에 모두 적용해서 위 아래로 들었다 놨다 해도 되고, 계단을 가도 일정한 높이를 유지할 수 있게 했어요.
Q. 팔레트론 상용화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쏠리는데요. 특허는 내셨나요?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이번에 연구했던 팔레트론 관련 특허는 신청했고요. 특허를 기업에서 사준다면 고맙겠지만 연구실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물건을 직접 개발해서 판매하고 이걸로 수익을 얻는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입장이거든요. 기존에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 기존에 있었던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해 나가는 곳이 연구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용화는 많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팔레트론은 아직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여요. 우선 신뢰성*이 확보돼서 안전사고가 없어야 하고, 소음 문제도 있고 배터리 문제로 바로 상용화는 힘들거예요. 물론 이런 부분이 해결만 된다면 운송이나 군용 등 팔레트론이 활동할 분야는 무궁무진해요.
Q. ‘팔레트론’은 연구하시는 멀티로터 기술의 한가지 줄기라고요. 멀티로터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우리가 흔히 드론이라고 부르는 친구들은 일반적으로 UAV라고 하는 에어 비히클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는 작은 친구들이에요. 그런 드론 중에서 여러 개의 모터를 사용하면서 수평을 유지하는 드론이 멀티로터입니다.
Q. 멀티로터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배터리나 비행시간, 동체 무게 등의 요소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세와 위치의 유지에요. 기존에 사용하던 드론은 동체에 바로 출력을 전달하는 프로펠러가 붙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자세 변화가 항상 일어나게 되고 기체가 기울어진 상태로 코너링을 할 수는 없거든요. 기울어지게 되면 위치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멀티로터의 경우는 자세 변화가 있어도 항상 자기 위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평 이동이 가능하고요. 프로펠러 축에 서브 모터를 하나씩 연결하고 출력용 프로펠러 로터의 각도를 임의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해서 수평 이동이 가능하도록 구현했습니다.
Q. 멀티로터를 연구하시는데 팔레트론만 주목을 받는 듯 합니다.
A. 언론에서 저희 드론이 화물 운송을 하는 부류의 드론이라고만 처음에 소개가 됐어요. 화물 운송은 저희 연구실의 메인 스트림이 되는 멀티로터의 활용 방안 중에 하나고 다른 연구 분야들도 많은데 화물 운송에만 이제 뭔가 집중이 된 것 같아서 안타깝죠.
‘드론 기술을 가지고 화물 운송을 왜 하냐’, ‘3kg밖에 못 뜨는데 화물 운송을 어떻게 하냐’ 이런 댓글들이 꽤 많았거든요. 이제는 막 타격이 있지는 않은데 처음 봤을 때는 제 연구다 보니까 속상한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일례로 제가 논문 설명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놓은 게 있어요. ‘IEEE’에 논문을 냈을 때 그거를 평가하시는 분들이 보면서 어떤 실험을 했는지 알 수 있게 설명하는 영상이었어요. 팔레트론이라는 게 한 번 뜨고 나니까 거기에 사람들이 와서 영상 댓글을 달아요. 한 외국인이 아무 이유도 없이 ‘Dumb(멍청한)’이라고 쓰고 간 적도 있어요. 영상이 3분짜리 정도 길이인데 초반에는 비행 영상이 나오고, 1분 20초부터 비행 알고리즘이 나와요. 시청 지속 시간을 보니까 정말 귀신같이 1분 19초 20초에서 딱 잘린 거예요. 이쪽 분야 사람들만 ‘이거 어떻게 했나 보자’라고 하면서 보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딱 1분 20초 1분 10초 선에서 보고 끝내버리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쓸모없다고 비칠 수 있는데 그거를 만들기 위한 이론적인 접근에 대해서는 잘 조명이 안 돼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인터뷰를 통해 기회를 얻은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YTN 뉴스에서 소개된 팔레트론 기술
Q. 현재는 어떤 멀티로터 기술을 연구하고 있나요?
A. 지금은 소방 드론을 만들고 있어요. 소방 호스에 1m나 2m 간격으로 드론이 묶여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일반적으로 실외에서 불을 끌 때는 소방관분들이 직접 화재 진압을 하면 되는데 실내 환경 같은 경우에는 장애물도 많고 안에 연기도 많아 시야도 안보이고 위험하잖아요. 이렇게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위험이 있는 공간을 저희 드론을 이용해 들어가서 화재를 진압해요. ‘비행하는 지네’같은 모양을 생각하면 돼요. 소방드론은 딥러닝적인 요소도 같이 접목해서 만들고 있어요.
Q. 멀티로터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기술적 혹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던 점이 있으시다면?
A. 저희 연구실에는 ‘사람이 문제다’라는 격언이 있거든요. 사람이 잘못 코딩했기 때문에 이상하게 날고 있는 거죠. 다시 가서 코드를 확인하면 ‘제대로 생각을 했다’라고 하는 부분도 틀린 게 하나씩 보여요.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부분이 많고 성과도 바로 보이지 않아 힘든 부분이 있어요.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저희 연구실 공간이 좁아요.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진짜 좁거든요. 저희가 논문 영상을 찍을 때 서울대 연구실에 가서 실험을 했었어요. 이 부분은 총장님이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우리대학에 드론을 사용하는 연구실도 많기 때문에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는 그런 드론 실험장이 크게, 방 하나가 아니라 층 한 두 개 트고 방도 여러개 합쳐서 큰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Q. 우리대학 특성상 대학원 진학에 관심 있는 학우가 많습니다. 이런 연구에 관심이 있는 학우에게 드릴 조언이 있으신가요?
A. 학부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초라고 생각해요. 멀티로터에는 강건제어도 그렇고 학부 때 배우는 고전 제어 부분도 그렇고 수학적인 부분이 많이 쓰이거든요. 특히 선형대수 같은 과목이 많이 쓰여요. 이런 과목을 따로 공부하는 것도 좋고 수업을 듣는 것도 좋아요. 상당히 도움이 많이 돼요.
기초가 잡혀있고 석사 진학을 원하는 학부생이라면 평소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과 관련된 연구를 찾아보는 거예요. 교수님께 문의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강건제어: 제어대상과 제어기, 주변 환경 등으로부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임무를 다할 수 있게 하는 제어 방식
*신뢰성: 소재나 제품, 시스템 등이 주어진 환경하에서 고장 없이 일정 기간 최초의 품질 및 성능을 유지하는 특성
박종규 기자 peter196772@seoultech.ac.kr
최가예 수습기자 rkdp1105@seoultech.ac.kr
디자인 | 왕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