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문예창작학과 김미도 교수(좌)와 최승호 교수(우)
본지는 제583호를 통해 과거 제자들을 성희롱한 문예창작학과(이하 문창과) 최승호 교수의 복직 사실을 전했다. 그 후 우리대학 제1학생회관, 어의관 등 학내 게시판에 최 교수의 복직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부착됐다. 대자보에는 최 교수의 사과와 자진사퇴 요구 등, 최 교수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기사 583호 ‘당신은 성희롱을 일삼던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까?’]
결국, 최 교수는 지난달 17일(금)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문창과 학생회는 사과문에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학생회는 문창과 교수인 김미도 교수에게 간담회를 요청했고, 지난달 22일(수) 어의관 526호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관련기사 584호 ‘문예창작학과 최승호 교수, 사과문 게재’]

▲ 문예창작학과 김진영(문창·15) 학생회장이 최승호 교수에게 발언하고 있다.
간담회서 사건 경과 밝혀져
이번 간담회에는 문창과 교수진과 학생들을 비롯해 노영숙 성평등상담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김미도 교수의 사건 경과 설명 ▲최승호 교수 발언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최 교수의 성희롱 사건을 포함해 문창과에서 벌어진 3건의 성폭력 사건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 과에서 벌어진 3가지 사건이 연관됐다”고 전했다. 먼저 2015년 7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문창과 학생이 다른 학생의 ID를 도용해, 다수의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글을 게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행위를 파악한 문창과의 한 여학생은 과거 13학번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학생들을 두고 성적 모욕에 해당하는 대화를 했다고 김 교수에게 전했다. 김 교수는 13학번 단톡방에 연루된 학생을 조사했고, 그런 중에 최 교수의 범행을 알게 됐다. 2015년 7월부터 김 교수와 문창과 교수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식 상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명가량의 학생이 최 교수의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해 2학기가 시작되고 김 교수가 상담을 추가로 진행하던 중에 최 교수가 타 학과 학생에게 성적 문자를 보내고, 만남을 강요했다는 등의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최 교수를 대상으로 교내 성폭력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최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2016년 2월 29일(월) 징계위원회는 최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판결에 불복한 최 교수는 그해 3월 14일(월) 정직 처분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미 수강정정기간이 끝난 후라 최 교수의 강의는 개설되지 않았다. 그해 7월 22일(금) 최 교수는 명예훼손으로 문창과 이사라 교수를 고소했지만, 이는 8월 16일(화)에 기각됐다. 그해 2학기가 시작되자 최 교수는 다시 정직 처분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당시에는 학생들이 이미 다른 교수의 강의를 신청한 상황이었다. 문창과 측은 최 교수의 강의를 추가로 개설했지만, 신청한 학생이 없어 결국 자동으로 폐강됐다.
2017년 1월 20일(금) 최 교수의 징계 기간이 만료돼 올해 1학기부터 최 교수는 다시 교단에 서게 됐다.
최 교수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것”
학생 “사과 진정성 느껴지지 않아”
최 교수는 간담회에서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최 교수는 “징계위원회에서 받은 징계의결서에 근거해 사과문을 작성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강의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또, 최 교수는 사과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성희롱 방지 교육 참여 ▲학생들과의 사적인 접촉 금지 ▲개인적인 지도 금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창과 학생들은 최 교수의 사과에 의문을 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대욱(문창·11) 씨는 최 교수에게 “오랫동안 항고까지 하면서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다가 왜 지금 사과문을 쓰는지 의문이다”라고 질문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8월에 있었던 학과회의에서 내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그 후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씨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사과했느냐”고 물었다. 최 교수는 “직접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우리 학과생 13명과 타과생 1명에게 사과문을 다시 작성하겠다”고 전했다.
최 교수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지 회의를 표하는 학생도 있었다. 문창과 정광언(문창·12) 前 학생회장은 임기 당시 최 교수와 면담을 했었다. 간담회에서 정 前 학생회장은 “당시 최 교수는 자신의 성희롱 사건에 책임을 느끼기보다 이미 끝난 일임을 강조했다”며 “이번 학기 첫 수업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前 학생회장은 “최 교수의 사과는 단지 수업 개설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깊은 사과와 반성이 행동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희롱 인식 = 세대 차이?
문창과 학생회, 최 교수 사퇴 요구
최 교수는 이번 학기 첫 강의에서 세대 차이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나는 75학번으로, 지금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세대 차이를 얘기했다”며 “학생을 축하해주기 위해 다가간 행동이 솔직히 (왜) 성적 수치심으로 느껴지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아현(문창·14)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 교수는 지금도 성희롱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성희롱도 모르는 교수에게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또, 간담회에서 최 교수는 타과의 피해 학생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그 학생이 내게 시적 영감을 주고 싶다고 하기에 직접 그린 그림을 가져오라고 했다”며 “학생이 가져온 그림이 누드화였고 그림을 보고 엉덩이가 담긴 시를 문자로 보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후에 학생으로부터 내 강의를 들어 영광이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그 시는 외설적인 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문창과 13학번 단톡방 성희롱 사건 피해자라고 소개한 고은별(문창·13) 씨는 “최 교수가 성희롱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성희롱을 모르는 사람이 앞으로 성희롱을 안 하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고 씨는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힘들었는데 최 교수가 실질적으로 잃은 것이 있느냐”며 “간담회에서도 피해 학생을 음해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끝으로 고 씨는 “최 교수가 학교에 남아 있게 된다면 누군가는 최 교수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며 “이는 엄연한 수업권 침해로 또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창과 김진영(문창·15) 학생회장은 “최 교수가 쓴 사과문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간담회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일은 교수가 권력남용으로 학생에게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김 학생회장은 “간담회 이후 어떤 노선을 택할지 확실히 정했다”며 “학생회는 최 교수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교수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답했다.
최 교수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간담회에서 최 교수에 대한 사후 처리는 결정되지 않았다. 김미도 교수는 “학생회가 간담회를 주최했으니 학생회가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며 “최 교수가 정리할 시간을 갖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약속하겠다”고 전했다.
노영숙 성평등상담센터장은 “성희롱에 관련한 학칙을 개설하고, 학기 후 교수평가에 성희롱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창과 학생회는 지난달 31일(금) 최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에는 “최 교수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찾지 못했다”며 “이후로도 최 교수의 사퇴를 촉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서명운동도 예고됐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