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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주점 금지령, 대학생들 면허 없이 술 판매 안 돼
손명박 ㅣ 기사 승인 2018-05-24 16  |  603호 ㅣ 조회수 : 3189
  매년 전국 각지의 대학 축제를 장식하던 학생 주점이 국세청과 교육부의 규제 강화로 올해부터 볼 수 없게 됐다. 우리대학도 이번 어의대동제 축제 기간 동안 주류 판매 없이 먹거리만 판매하는 부스가 운영됐지만, 그럼에도 술 없는 축제를 눈뜨고 지켜보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나가며 여전히 술이 함께하는 축제를 즐기고 있다.



“무면허로 주류를 판매하면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학 축제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25일(수), 교육부는 국세청의 요청을 받고 우리대학을 포함한 각 대학에 주류 판매 관련 법령을 준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서 교육부는 “대학생들이 축제 기간 동안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등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매번 발생하고 있다”면서 “각 대학에서는 대학생들이 주세법을 위반해 벌금 처분을 받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건전한 대학 축제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학생들이 면허를 취득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주류 판매업 면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자체에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고인은 주류 판매 공간을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 축제 기간에만 교내 노상에 임시로 설치되는 학생 주점은 판매 공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대학 축제가 아닌 지역 축제에서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임시로 설치되는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지자체들은 축제의 성공을 위해 관련 조례를 만들어 주류 판매업 면허를 내주고 있다. 대학 축제와 지역 축제의 성격이 다른 이상, 지자체에서 대학 축제에도 동일한 판단을 내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현 상황으로 비춰볼 때, 교육부의 공문은 사실상 ‘학생 주점 철폐령’인 셈이다.



주류 판매 금지의 도화선이 된 형평성 논란



  옛날부터 학생 주점 운영을 관행으로 묵인해오던 국세청과 교육부가 올해 들어 갑자기 제동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5월, 국세청은 인하대에서 학생회 학생들이 축제 기간에 무면허로 술을 팔았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학생회에 술을 공급한 도매업자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학생회 학생들은 학교가 재발 방지를 책임지는 선에서 과태료 부과를 유예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대학 축제 전역에서 학생 주점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데, 제보받은 대학만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처벌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일각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국세청이 교육부와 함께 올해부터 관행을 상대로 칼을 꺼내 들게 된 것이다.



  국세청이 대학 축제를 돌며 주점을 단속하는 팀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세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주류를 판매한다는 신고가 들어온다면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상황은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입장은 대체로 호의적이지 않다. 수십 년간 문제없이 운영되던 행사를 갑자기 걸고 넘어지는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축제 기간에 주점을 운영하려고 미리 주류를 주문해놨는데, 갑작스럽게 통보가 와서 당황스러웠다”며 “그간 관행으로 묵인하던 주점 운영을 두고 갑자기 규제를 벌이는 게 도통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재학생 A 씨 역시 “축제 때 술을 덜 마시게 돼 안전하진 건 사실이나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에는 어려워진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학을 상대로 칼을 뽑아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안전사고가 최근 몇 년간 잇따라 발생하자 교육부는 단과대 학생회가 아닌 학교 주관으로 학내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치러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각 대학 학생회는 교육부의 지침으로 학생 자치활동이 위축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주류를 반입하기 위한 편법 난무해



  이번 사태를 마주하는 대학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교육부 공문의 후속 조치로 대부분의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축제 기간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우리대학과 고려대, 서울여대, 세종대, 한양대 등은 주류 판매는 하지 않고 먹거리만 파는 부스를 운영하되, 캠퍼스 밖에서 술을 구매해서 가져오는 것을 허용하는 식의 전략으로 대응했다.



  건국대와 광운대는 주류를 포함한 모든 음식 판매를 금지했다. 대신 축제 기간 동안 푸드 트럭을 입점했다. 특히 건국대의 경우 학생회 차원에서 주류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 지난 18일(금) 우리대학 B 학과 부스에 소주병이 쌓여있다. 축제 기간 학내에서 주류가 판매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외부에서 술을 구매해 들여왔다.



  우리대학 공과대학은 주류 공동구매로 주세법에 대응했다. 단과대에서 각 개인이 소비할 주류를 함께 구매하고, 축제 기간에 나눠주는 방식이다. 도매가로 주류를 구매했기 때문에 차액이 발생하지 않고 주세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게 공대 학생회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다른 학과에서는 학생회비를 낸 사람 3명이 같이 오면 소주 3병을 무료로 주는 방식의 이벤트로, 주세법을 비껴나갔다. 부산대, 경성대, 부경대 등 부산지역 18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회는 지난 15일(화) 대학 축제를 지역 축제와 같이 주류 판매 예외 규정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현재 해당 청원은 총 905명이 동의를 한 상태다.





  현재 우리대학을 포함한 전국의 대학교에서 주세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부스에 주류를 반입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과 교육부의 규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저 겉으로 법만 위반하지 않았으니 상관이 없다는 걸까. ‘초인목후이관(楚人沐而冠)’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르는 나날이다.



손명박 기자

grampus@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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