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에서 협동을 위해 조별과제를 하는 것을 알겠으나, 과연 이게 유효한지 모르겠다”, “팀플은 인류애 상실에 효과적이다” 우리대학 학생이 설문조사를 통해 전달한 조별과제에 관한 의견이다. 조별과제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은 설문조사 외에도 TV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조별과제 잔혹사’, 〈개그 콘서트〉의 ‘조별과제’ 코너, 가수 설현 씨가 모델이 된 스프라이트의 광고의 “선배님 이름도 뺄게요”라는 문구 등 다양한 매체 속 풍자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다시 만나지 말자!
본지에서는 조별과제에 관한 학생 의견을 알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우리대학 학생 208명이 참여했다. 단과대를 기준으로 참여자는 ‘공과대학 61.1%(127명)’, ‘인문사회대학 11.5%(24명)’, ‘조형대학 10.6%(22명)’, ‘에너지바이오대학 8.7%(18명)’, ‘정보통신대학 4.8%(10명)’, ‘기술경영융합대학 3.4%(7명)’으로 나뉘었다. ‘한 학기 평균 조별과제 수는 몇 개인가’라는 질문에 ‘2~3개’라는 답변이 67.6%(140명)로 가장 많은 답변을 보았다. ‘없음’이라는 답변은 5.8%(12명)로 가장 적은 응답 수를 기록했다. 많은 수업에서 조별과제를 강의방식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별과제가 학생의 학업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지와 선호도와 필요성에 관해 조사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별과제의 유무가 강의 선택에 고려되는 요소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관해 65.9%(137명)가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조별과제가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 3.4%(7명)’, ‘도움이 되는 편이다 15.4%(32명)’으로 총 응답자 중 18.8%가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혀 필요 없다 10.1%(21명)’,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38.5%(80명)’으로 더 많은 학생이 조별과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선호도에 관한 질문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조별과제를 ‘10.5%(22명)가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지만 63.1%(131명)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조별과제의 선호도와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지만 조별과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학생들이 인지하고 있는 조별과제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조별과제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발표 및 자료 준비 능력 38.5%(80명)’, ‘협동심 24%(50명)’, ‘대인관계 15.4%(32명)’, ‘더 다양한 지식 습득 8.2%(17명)’ 의 응답을 보였다. 한편, 기타의견에서 ▲스트레스 ▲없음 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이 조별과제에서 느끼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조별과제 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업무배분 51%(106명)’, ‘모임시간 정하기 23.1%(48명)’, ‘조원 간 불화 9.1%(19명)’, ‘연락 문제 7.2%(15명)’, ‘과제의 난이도 6.7%(14명)’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같이 할 사람이 없다’ 등이 있었다. ‘조별과제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복수응답 허용) ‘불성실한 조원 처벌 49%(102명)’, ‘점수에 관한 공정성 40.9%(85명)’. ‘발표 위주의 수업 25.5%(53명)’의 답이 있었다. 많은 학생이 업무배분 항목을 지적했다. 가장 개선돼야 할 점은 불성실한 조원 처벌과 점수의 공정성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학생들이 느끼는 업무배분의 문제가 단순히 역할을 무엇을 할지에 관한 문제점이라기보다 개인이 맡는 업무의 양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불성실한 조원 처벌’과 ‘점수에 관한 공정성’이 매우 높은 비율로 선택됨을 봤을 때, 대부분 학생이 자신이 참여한 것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요구함을 알 수 있다.
업무 배분 문제의 원인인 불성실한 조원이 실제로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학생들은 어떻게 조치를 하는지 설문을 통해 살펴봤다. 불성실한 조원 경험 여부에 관해 ‘있다 73.1%(152명)’라는 응답이 가장 많다. 대부분 학생이 불성실한 조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반면에 ‘자신이 조별과제에 임하는 태도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적극적으로 한다 43.3%(90명)’, ‘주어진 일만 한다 43.3%(90명)’, ‘팀에 피해가 가지 않는 만큼만 한다 13.5%(28명)’으로 답변했다. 불성실한 조원이 존재한다는 비율에 비해 ‘팀에 피해가 가지 않는 만큼만 한다’와 ‘무임승차’라는 답변의 비율이 아주 적었다.
불성실한 조원 대처 방법에 관한 질문에 (복수응답허용) ‘참여권유 49%(97명)’, ‘조치 없음 42.4%(84명)’라는 두 가지 항목이 비교적 높은 응답율을 보였다. 다음으로 ‘교수님께 고발 16.7%(33명)’, ‘결과보고서에서 제명 10.1%(20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조치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답변을 참고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은 참여권유를 일차적으로 실시한다. 이것이 잘 안된다면 포기하거나, ‘교수님께 고발’ 혹은 ‘결과보고서에서 제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권유’를 선택한 이유로는 ‘진정한 팀플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학년이라 불쌍하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조치 없음’의 경우 ‘아는 사이라서’, ‘원만한 관계를 위해’, ‘귀찮아서’, ‘고발하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보였다. 학생들은 비교적 소극적인 방식으로 불성실한 조원을 대처하고 있었다. 또한 대처 방식의 이유가 대부분 ‘아는 사이라서’, ‘원만한 관계를 위해’라고 대답한 것을 통해 소극적인 대처 방식의 이유가 대인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조별과제에 관한 학생들의 해결책으로는 ‘불성실한 조원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발표준비 전에 대략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교수자가 고발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불성실한 조원을 찾아내야 한다’, ‘발표 당일 발표자를 공개 추첨으로 선택하자’, ‘조별과제를 안 했으면 좋겠다’, ‘적절한 평가 요소가 있으면 좋겠다’ 등 여러 답변이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조별과제
조별과제의 부정적인 역할에 관한 해결책을 얻고자 우리대학 교수학습개발센터(이하 개발센터)에서 교수학습법 연구 및 프로그램 총괄을 맡은 임유진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잘못된 조별과제에서 나타나는 역효과 때문에 조별과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서 임 교수는 조별과제가 지식을 구체화 시킨다며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정교화 된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쉽게 해주기 때문에 학습효과를 높인다.
이어서 임 교수는 “조별과제에서 제시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별과제가 장래 회사에서 진행하는 팀 프로젝트와 비슷해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진행하는 팀 프로젝트는 스스로 열심히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학 내에서의 조별과제는 개인 평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대학 내의 조별과제도 개인 참여도를 평가해 업무분담, 무임승차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평가제도 중 하나가 서로서로 평가하는 장치인 ‘동료평가제’이다. 평가지에는 ▲자신이 얼마나 조별과제에 참여했는지 참여도를 스스로 평가 ▲자신이 맡은 역할 ▲다른 팀원은 얼마나 조별과제에 참여했는지 ▲그 학생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별과제에서 아쉬운 점 등의 항목을 포함한다.
하지만 아직 동료평가제라는 제도가 조별과제에 정착돼 있지 않다. 따라서 임 교수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불성실한 조원에 관한 대처 방안을 설명했다. 조별과제는 좋은 교육방법 중 하나이지만, 조별과제를 통해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계속된다면 학생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강의계획서를 참조해 조별과제를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조별과제를 피하지 않고 불성실한 조원을 독려해 조별과제를 마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은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또는,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개발센터에서는 이러한 조별과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교수에게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교육 상담이나 강연을 통해 올바른 교수법과 학생들의 의견을 전한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개발센터는 교수학습법에 관한 책자를 만들어 모든 교수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모든 조별과제에 똑같은 해결방안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과제의 특성에 따라 어떤 해결방안은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 동안 잠시 진행하는 조별과제의 경우 동료평가제를 할 필요가 없다. 캡스톤 디자인과 같이 프로젝트에서 분담해야 하는 양이 많은 경우 개개인의 참여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임 교수는 “앞으로의 교수의 역할은 더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지식을 잘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진자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교수가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컸다. 따라서 많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더 전문적인 교수자를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MOOC 등을 통해 좋은 교수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교수자는 지식 전달이 아닌 지식 습득을 돕는 조력자로 변하고 있다. 그 결과 교육기관에서는 지식을 습득하는데 개별학습보다 더 효과적인 조별과제를 선택하게 됐다.
앞으로 교육형태는 팀 기반으로 진행될 것이다. 조별과제 폐지는 현재 교육방식의 흐름에 어긋난다. 현재 미국의 울린 공대, 미네르바 스쿨 등 세계적인 교육기관에서도 조별과제를 채택했다.
조별학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된 교육방법이다. 하지만 공정하게 평가되지 못하고 있으며 불성실한 조원 때문에 일부 학생에게만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순히 조별과제 제안에 그치지 않고 공정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관심을 가져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학생은 자신의 참여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조별과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수업을 구성하는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조별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조별과제는 비로소 제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