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학식은 대학생들의 끼니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용한 학생 복지 서비스 중 하나로 남았다. 어려운 경제적 흐름 속에 외부 식당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고자 점차 학생 식당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도 작년 667호 심층면 “학생들 부담 덜어주는 학식, 그 실태는”에서 학식에 대해 다루며 우리대학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과 인터뷰하고,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해 학식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와 그 실태에 대해 다뤘다.
당시 학우들이 학식을 주로 찾지 않는 이유로는 질 ▲낮은 식사 ▲메뉴의 다양성 부족 ▲비싼 가격 등을 뽑았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테크노파크 식당의 학식 가격이 4월 17일부터 인상됐다. 테크노파크 식당은 생협에서 운영하는 식당이 아니지만, 학내 학생들의 한 끼를 책임지는 든든한 식당 중 하나다. 이러한 학생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학식 가격 인상 결정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학식 가격 인상?
테크노파크의 학식 가격은 어떻게 인상됐을까? 테크노파크의 학식 단가는 지속적인 식재료와 인건비 인상, 고객 식사의 질개선을 이유로 2022년 4월 4일(월)부터 4,2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됐다. 이후 2023년 4월 17일(월)부터 5,000원에서 5,200원으로 최근 다시 식대가 조정됐다.
테크노파크는 식자재 가격 급등 및 가스 전기 요금과 공공요금 인상을 이유로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인상 이후 올해 인상까지 합치면 약 1년 만에 1,000원 인상된 것이다.
학식, 우리대학
학우들의 의견은?
그렇다면 현재 우리대학 학우들의 학식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본지는 지난 3월 28일(화)부터 4월 1일(토)까지 우리대학 학우 85명을 대상으로 학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학식 가격이 음식량과 질에 비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비싸다 40명(47.1%) ▲적절하다 36명(42.4%) ▲저렴하다 9명(12.6%)으로 많은 학우가 양과 질에 비해 학식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사 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 어딘지 묻는 질문에는 제2학생회관이 41명(48.2%)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테크노파크 21명(31.8%), 마지막으로 기타(편의점, 교외식당 등) 17명(20%) 순이었다.
학생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학식 시간대가 수업이랑 겹쳐서 맞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몰린다 ▲가격이 비싸다 ▲메뉴가 적다 ▲맛이 없다 ▲조기매진 되는 경우가 많다 ▲음식 질이 좋지 않다 ▲멀어서 가기 힘들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학생 식당을 이용하며 원하는 개선사항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메뉴 다양화 ▲가격 인하 ▲학생 식당 증설 ▲반찬 가짓수 증가 ▲제1학생회관 식당 오픈 ▲식당 오픈 시간 유연화 ▲음식 퀄리티의 개선 ▲테이블 자릿수 증가 등이 있었다. 주로 가격에 비해 학식 퀄리티가 낮아 아쉬움을 호소하며, 학생 식당의 협소한 장소 문제로 불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작년 667호 심층에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학식 가격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6.9%(7명) ▲그렇다 11.3%(11명) ▲보통이다 34.5%(38명) ▲그렇지 않다 34.5%(38명) ▲전혀 그렇지 않다 13.8%(15명)로 작년에도 여전히 학생들이 학식 가격에 대해 저렴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학식을 주로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는 ▲낮은 식사 질 때문에 36%(35명)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서 32%(31명)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8%(8명) ▲비싼 가격 때문에 8%(8명)로 나타났고 ‘수업이 끝나면 식당이 문을 닫아서’ 등의 의견도 있었다.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와 작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의 응답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지는 지난해에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의 학식이 어떻게 형성이 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유연주 생협 팀장을 만나 학식 가격 책정에 대한 이유와 함께 학생 식당 운영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학식 가격은 무엇을 고려해서 책정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학식 가격은 식재료 원가, 인건비, 공과금(수도, 전기, 가스, 통신 등)을 비롯한 운영에 필요한 각종 경비와 기타 부가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용 등을 고려해 식단가에 따른 메뉴 구성으로 책정됩니다. 이용자가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현재 생협의 어려움에 따라 학교에 납부하는 기타 공과금(경비, 소방, 청소 등)의 비용은 2022년까지 면제받은 상태입니다. 현재 정식은 4,200원~5,000원대의 메뉴가 구성돼있고, 라면 2,500원, 공깃밥 500원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학생 식당으로 수익이 나오나요?
A. 1년 중 방학이 4개월이 넘는 관계로 전체적으로는 적자로 운영이 됩니다. 그러나 적자 운영 중에도 학생 중간고사 응원을 위해 연 2회 이벤트 및 특식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천원의 학식 제공 ▲갈비탕 등 특식메뉴 제공 ▲기타 행사 지원과 같은 이벤트가 있습니다.
Q. 학생 식당을 운영하면서 고충은 무엇인가요?
A. 교내 학생 식당 1곳 운영으로(테크노파크 제외) 학생과 교직원 동시에 만족하는 메뉴 구성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계속 상승하는 물가와 인건비, 각종 공과금 인상률이 급증하고 있으나 일정 소득이 없는 학생들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식단가 인상을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식당 업무의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으로 인해 조리원 채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조리장 내 시설 노후 및 한정적인 설비로 다양한 메뉴와 충분한 식수에 따른 양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계절별 변수 ▲환경적 요인 ▲특수상황 등에 따라 식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2022년 여름, 배추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폭등해 김치 공급 및 수급이 어려워 제공이 불가능해, 사전 공지 후 대체 김치로 제공했으나 배추김치 미제공으로 인한 민원과 강한 클레임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타 대학의 상황
그렇다면 타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학식을 합당한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어떠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이에 몇몇 대학에서는 1,000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했다.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은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해 젊은 층의 아침 식사 습관화와 쌀 소비문화 확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대학교와 함께 공동 지원해 대학생에게 쌀과 쌀 가공식품을 활용한 양질의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또한 쌀소비 확대 및 학생 식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업을 지원했다.
올해 사업 참여 대학교로는 41개를 선정했는데, 이 사업을 함께하는 41개 대학은 서울•경기•인천 11개교(서울대, 인천대 등), 강원 4개교(강원대, 상지대 등), 대전•충청 6개교(충남대, 순천향대 등), 대구•부산•울산•경상 12개교(경북대, 부산대, 포항공과대 등), 광주•전라 8개교(군산대, 전남대 등)이다. 2017년부터 정부와 학교가 아침 식대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학가에 확산해 농식품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학생이 1,000원을 내면 나머지 금액을 학교가 보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지원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정부 또한 지원액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29일 정부는 제9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개최해 1,000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대학생 및 대학들의 수요가 높은 점을 감안해 지원 규모를 연 69만명 분에서 150만명 분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 규모도 7억 7,800만원에서 15억 8,80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교육은 국가 책임인데, 정부의 1,000원 학식 확대 방침은 인심 쓰기용으로 결국 대학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며 “이미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이 부족한 마당에 1,000원 학식까지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정부가 지원금을 넉넉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예산 확대를 협의 중”이라며 “인당 지원액을 1,000원보다 늘리는 방법, 지원액은 유지하되 지원 학교 수를 늘리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0원 학식 사업,
우리대학은?
타 대학에서는 1,000원 학식 신청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명화 학생지원과 주무관은 “생협 측과 논의한 결과 우리대학은 1,000원 학식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현재 제2학생회관 학생 식당의 화구가 적은 편이어서 덮밥(컵밥) 메뉴도 생협 측의 요청으로 사라졌다”며 “1,000원 학식을 추진하려면 늘어나는 학우에 맞춰 더 많은 화구가 필요한데 지금 규모의 화구는 일반식을 하도록 맞춰져있고, 학교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학식을 위해
학식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학생 복지 서비스 중 하나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학식의 가격도 점차 올라 이제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편히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게 됐다. 우리대학의 학식은 규모도 줄어들고 가격도 점차 인상되며 학생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값싼 가격에 질 좋은 학식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 식당 운영 개선, 1,000원의 아침밥 사업 도입을 위한 학생 식당 지원 확대 등 학교차원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경은 기자
서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