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예비군,
현행 교통비 지원은
우리대학의 예비군 훈련장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금곡예비군훈련장이다. 군부대 특성상 교통편이 좋지 않아 우리대학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훈련장에 가기 위해서는 1회 이상의 환승이 필요하며, 1시간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국방부에서는 학교와 부대와의 거리를 고려해 훈련 교통비 8,000원을 일괄적으로 훈련에 참여한 학생 예비군들에게 지급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부대를 방문하면 지급되는 교통비가 일견 충분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훈련 당일 훈련장으로 향하는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예비군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 예비군들은 편의와 시간 절약을 위해 버스와 지하철보다는 택시를 이용해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택시의 경우 타 대중교통보다 높은 이용요금이 발생하며, 택시를 통해 훈련장까지 왕복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훈련 교통비로 입금되는 8,000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대학에서 금곡예비군훈련장까지 이동했을 때 발생한 택시비가 4인 탑승 기준 인당 8,000원을 상회했다는 학우들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적게는 몇백 원, 많게는 천 원단위까지의 사비를 내고 예비군 훈련을 받고 온 셈이다.
이러한 학생 예비군들의 고충을 고려해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인천대, 강원대, 한국교통대를 비롯한 많은 국립 및 사립 대학에서 예비군 훈련일에 부대 입·퇴소 편의를 위해 예비군 수송버스를 대절 및 지원하고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총학생회 차원에서 2022년도 학생 예비군 훈련 간 예비군 수송버스를 지원할 뿐 아니라 조식 사업을 진행해 학생 예비군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9시라는 이른 아침부터 진행하는 예비군 훈련 특성상 허기를 채우지 못하고 훈련을 가는 학생 예비군들의 고충을 해소하고자 시작된 사업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 예비군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경우 예비군 훈련 간 차량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별 교통비 지급…
차량 지원은 불가
우리대학의 예비군 버스에 대한 입장은 우리대학 공지사항에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4월 14일(금) 공지사항에 게시된 ‘[예비군연대] 대학·직장 예비군 훈련 간 차량 지원 검토 결과’ 게시물에 따르면, ▲국방부는 개인별 교통비 지급 ▲감사원은 국비의 이중 지원으로 판단 ▲교육부는 여학우를 포함한 전학생의 동의가 있어야 학생 복지 지원금을 편성해 일부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각 정부부처의 의견과 더불어 우리대학 예비군연대 측에서는 학교와 훈련장까지의 이격 거리(12km) 및 훈련장까지의 교통편을 제시하며, 거리 및 대중교통 이용에 제한이 없으므로 현행(훈련 간 차량 미지원)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4월 7일(금)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예비군 버스 관련 전달 사항’ 게시물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예비군 일정 중(4/20~4/22) 타 학과 진로 활동으로 버스가 이미 예약돼 대절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예비군 일정상 오전 9시 이전에 출발해야 하므로 교직원 근무 시간에 맞지 않아 학교 버스로 예비군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총학생회 측에서는 대안으로 ▲학교 예산 활용 ▲예비군 비용 중 교통비를 일부 참가비로 책정 ▲참가비를 높여 운영하는 방안 ▲전액 혹은 잔액에 대해 자치회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위 방안 모두 현 상황에서 실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예비군연대와 총학생회 측 모두 버스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건설시스템공학과(이하 건시공)와 건축공학과를 비롯한 일부 학과는 자체적으로 예비군 버스 수요 조사에 나섰다. 14대 클라우드 건시공 학생회는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는 수송버스를 예약할 것이라고 밝히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요를 조사했다.
그러나 수요 조사 과정에서 최소 인원 45명을 충족하지 못해 버스 예약은 무산됐다. 4인 탑승 기준 우리대학에서 훈련장까지의 인당 택시비가 약 9,000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에 버스 탑승 단가는 13,000원으로 책정돼 대부분의 학우들이 버스 탑승의 이점을 느끼지 못해 발생한 상황이었다.
차량 미지원,
학우들의 의견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우리대학 학생 예비군 1년 차 A씨는 “작년에도 예비군 훈련을 대면으로 진행해 차량 없이 지인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는 수고를 겪은 선배들을 많이 봤는데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돼 유감이다. 작년에도 예비군 훈련을 대면으로 진행한 만큼 이와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A씨는 “예비군연대의 입장대로라면 각 정부부처의 의견에 따라 대부분의 학교가 예비군 버스를 운영할 수 없을 텐데, 예비군 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대학이 우리대학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비군연대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생 예비군 2년 차 B씨는 “우리대학에서 훈련장까지의 교통편이 있지만 좋은 편이 아니고, 한국교통대의 경우 훈련장까지의 거리(13.6km)가 우리대학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버스 지원을 하고 있는데 훈련장까지의 거리가 짧고 훈련장까지의 교통편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버스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예비군연대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A씨와 마찬가지로 예비군연대의 입장에 회의감을 보였다.
훈련 당일 시험?
하루 전 ‘연기’ 통보
예비군 버스로 인해 뒤숭숭한 상황에서 예비군 훈련 당일 시험 논란까지 발생했다.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이 제보한 시험 공지에 따르면 4월 18일(화)에 시험을 본다고 명시돼 있었다. 4월 18일(화)은 해당 학과가 예비군 훈련을 가는 날짜였다. 공지에 따르면 학우들은 예비군 훈련을 갔다 온 후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먼 곳에서 통학하는 학우들은 옷을 갈아입거나 씻지도 못한 채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의 항의 덕에 시험 전날이자 예비군 훈련 전날인 17일(월)에 시험 날짜를 미룬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 날짜에 시험이 잡혔었다는 충격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해당 수업을 듣고 있는 C씨는 “예비군 훈련 날에 시험이 계획돼 있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시험은 연기됐지만 이것도 시험 전날 공지돼서 시험공부 계획에 차질이 생겨 피해를 본 학우들이 많았다. 애초에 훈련 날짜에 시험을 잡았다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시험 전인 지난 3월 31일(금)에 우리대학 공지사항에 ‘예비군 훈련 학업 보장(필독)’이란 제목의 공지가 올라왔다. 예비군연대에서 작성한 공지로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학생(예비군)의 학업 보장 관련 교육부 공문과 학업 보장 홍보 포스터가 포함돼 있었다. 이 공지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 다음날에 평가를 하는 경우도 학업 보장 침해라고 나와있었다. 또한 “4월 17일(월)~26일(수)은 우리(예비군연대)의 요청으로 각 대학 및 대학원과 예비군 훈련부대와 협의된 우리대학 학생들과 교직원을 위한 예비군 훈련 기간이다. 각 대학 및 대학원 교직원과 교수들은 관련 규정을 준수해 예비군 훈련을 받는 학생들이 학업 보장 침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관심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글도 포함돼 있었다.
학생 예비군 대원들의 학업 보장
예비군 동원훈련은 2박 3일간 진행되는데, 이렇게 되면 학생 예비군들은 3일간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국가에서는 이를 방지하고자 각 대학에 학생 예비군을 설치해 훈련시간을 8시간으로 단축해 주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시간을 단축했다 해도, 학생 예비군 대원들은 훈련 당일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법을 통해 학생 예비군 대원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예비군법> 제10조 2항(예비군 동원 또는 훈련 관련 학업 보장)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의 장은 예비군 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는 학생에 대하여 그 기간을 결석으로 처리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병역법> 제74조 3항(병력동원 및 훈련 관련 학업 보장)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의 장은 다음 각 호에 따른 소집 등(이하 “병력동원소집 등”이라 한다)에 응하여 의무를 이행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그 소집된 기간을 결석으로 처리하거나 그 소집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즉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학생이 예비군훈련 참가로 인해 학업과 관련된 불이익이 없어야 함을 위와 같이 법률로써 규정하고 있다.
반복되는 부당한 처우
이러한 국가와 교육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 예비군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다시 예비군 훈련이 시작된 지난해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예비군 훈련으로 결석한 학생에게 감점을 부여한 뒤 “(예비군 훈련은) 조국과 나 자신 포함 가족을 지키는 일이니 헌신하고 결석에 따른 1점 감점은 안 바뀌니 인내로서 받아들이시라”고 했다. 이후 다행히 예비군 참석에 따른 결석을 감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런 사례는 성균관대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같은 해 서강대의 한 교수 역시 불시 쪽지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예비군 훈련 참가 학생들을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사과문을 올렸고, 부경대의 한 교수 역시 여름 계절학기 강의에서 예비군 훈련 참가자의 출석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불거졌다.
TV나 여러 매체에서는 항상 예비군 전력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매우 중요한 전력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정작 예비군이 받는 처우를 보면 이들을 매우 중요한 전력이라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학생 예비군 기준 8시간의 훈련을 받고 왔지만 그들에게 제공되는 건 정작 8,000원의 식비와 8,000원의 교통비가 전부다. 대부분의 대학에는 예비군 수송버스 지원을 비롯해 학생 예비군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며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학생들에 대한 존중이 있다. 나라와 가족, 친구들을 위해 한 몸 바쳐 희생하는 그들에게 부당한 대우가 돌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박세정 기자
남건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