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L파는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을 강조하고 북한의 남한혁명노선이라고 하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추종하는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는데요. 1986년 건국대학교에서 애국학생 민족해방 투쟁총연맹을 결성하고자 했던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NL계열은 임수경 전 의원의 무단 방북 사건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이 사건에 연관돼 옥살이를 한 바 있습니다. 임 전 의원이 1989년 북한을 무단으로 방문할 당시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주사파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북한의 노선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우리나라가 반봉건사회이며,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라고 주장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이들의 활동은 소련이 해체되고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차츰 소멸하게 됩니다.
PD계열이라 불리는 민중민주파도 NL계열과 함께 대학 운동권을 양분한 대표적인 집단입니다. 이들은 민중민주주의혁명(People’s Democratic Revolution)을 통한 민중민주주의정권 수립을 목표로 했던 집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념적으로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중시하고 있으며, ‘평등파’라고도 불립니다. PD계열의 활동가는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의 타파를 주장하며 현실투쟁에 있어서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반자본·반정부 투쟁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NL계열에 비해 소수였던 PD계열이 NL계열과 다른 점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경제·군사적으로 예속됐다고는 생각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한 자율성을 가졌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또한, PD계열은 한국 민중을 탄압하는 주체를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 정부로 인식했습니다. PD계열은 혁명운동권의 주류인 NL파의 주장대로 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수용하지만, 방법론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PD계열은 남한의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북한과 협조하고 남한의 사회주의화 이후 북한과 연방제통일을 할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정권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일파였습니다. NL과 PD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주체사상의 수용여부인 것입니다.
NL과 PD는 한동안 학생사회를 양분하는 두 축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는 각각 양 계열에 속한 학생이 주로 입후보했고, 어느 계열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 대학의 학생운동 방향이 좌우됐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리대학도 1997년까진 NL계열로 분류되는 후보가 당선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가는 그때와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NL과 PD계열 모두 그 세력이 대외적으론 미미합니다.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훈풍이 불었을 당시, 관련 운동을 진행하며 세를 불렸던 양 조직입니다. 이때 사회 운동을 벌였던 NL과 PD계열 인사들은 어느새 40~50대가 돼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진보계열 정당에 입당해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임종석 비서실장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원용찬 기자 YongChan@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