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낡은 제도
매년 끊이지 않은 부작용
인우(隣友)보증제도는 글자 그대로 이웃(隣)과 친구(友)가 보증을 선다는 뜻입니다. 즉, 병원의 출생증명서가 없어도 보증인으로 성인 2명을 세우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이지요. 이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제도로, 병원이 없거나 멀어 집에서 출산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우보증제도는 보증인만으로 출생 신고가 가능해 많은 부작용을 야기했어요.
지난 8월 승무원으로 일했던 여성이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2명의 아이를 허위로 출생 신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서류상으로 이 여성은 두 여자아이의 어머니였고, 그녀는 양육수당과 고용보험 등으로 수천만 원을 챙겼습니다.
이처럼 허위 출생 신고를 통해 양육수당을 챙기거나, 신용불량자가 통장개설을 하는 등 인우보증제를 악용한 사례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는 영아유기, 불법입양, 외국인 불법 국적 취득 등 중범죄에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인우보증제도가 아동의 인권을 위협하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바로 인구 행정이 신고에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신고자가 허위로 신고해도 담당 공무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공무원 무사안일주의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죠. 카이스트 문송천 교수는 인우보증제도가 행정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존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인우보증제 폐지됐지만 출생 미신고는 여전
국가의 관심과 국민의 성숙한 의식 필요
2013년 8월이 돼서야 인우보증제의 폐지를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인우보증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의사가 작성한 병원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거나, 병원의 출생증명서가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허점은 남아있습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나 기한을 넘기더라도 법적인 제재는 ‘과태료 5만원’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법을 무시하거나, 아이를 출산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신고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개월 이내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무려 46건에 달합니다. 또, 교육부의 올해 전국 초등학교 입학예정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약 500명의 아동이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중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가상 아동’도 포함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출생뿐만 아니라 임산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국가를 속이는, 무엇보다 인간의 생사를 이용하는 출생 허위 신고는 큰 범죄입니다. 국가는 엄격한 행정 처리가, 국민은 발전된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