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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짊어질 시대적 과제
권민주,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0-09-27 12  |  635호 ㅣ 조회수 : 773

미디어가 짊어질 시대적 과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우리 사회는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 변화와 발전을 이뤄왔다.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에서도 많은 것이 발전을 이뤘지만, 도덕의식처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성숙해졌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확실히 타인의 감정에 세심해진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문화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반영된다. 최근 미디어나 창작물에 대한 대중들의 도덕적 검열이 점차 엄격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고 ‘예민하다’ 혹은 ‘지나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가 예민해졌다기보다는, 이제까지 사회가 무지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실제로 옛날 영화나 드라마를 당시에는 불편하다는 인지 없이 봤지만, 다시 보면 각종 차별이나 성범죄 등이 눈에 밟히는 경우가 많다. 과거 미디어 속에서는 성인과 미성년자가 사귀는 내용이나 성범죄 등이 로맨스로 포장되거나 인종차별, 외국인 희화화, 그리고 성차별 등 각종 혐오 표현들이 코미디로 다뤄졌다. 여기서 말하는 ‘혐오 표현’의 ‘혐오’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혐오 표현이란 ‘소수자 개인 또는 소수자 집단’을 표적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조장·강화하는 행위이다. 이때 소수자란 단지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권력적으로 열세인 집단이나 문화와 제도적으로 불평등한 처우나 불이익을 받아온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을 말한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표출하는 표현 ▲멸시·모욕·위협하는 표현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모두 혐오 표현에 해당된다. 한때 우리는 이런 혐오 표현들에 대해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오락거리로 즐겼던 적이 있다. 그 시절은 모두가 무지했던 때이다. 하지만 스마트폰만 켜도 정보가 넘쳐나는 현재, “몰라서 그랬어요”라는 말은 더 이상 핑계가 되기 어렵다. 시대가 똑똑해진 만큼 우리 역시 그에 발맞춰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끊이지 않는 문제들



  미디어 매체가 발전함에 따라 미디어 사용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 느낌 등을 미디어 속에 표현하는 일명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현상의 활성화는 사용자들의 감정과 가치관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이 표현하는 주관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타인과의 갈등을 불러옴으로써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복학왕(출처 : 네이버 웹툰)



  대표적으로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됐던 사례는 웹툰 작가이자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기안84’의 사례이다. 기안84는 지난 8월 11일(화) 네이버 웹툰을 통해 공개한 『복학왕』에서 능력 없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남자 직원과 성적인 관계를 가짐으로써 회사 인턴에 최종 합격했음을 표현하는 내용을 담아 “성적인 행위와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 등을 담고 있다”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해당 회차에서 이에 대한 은유적 묘사로 봉지은이 조개를 배 위에 올리고 깨는 모습을 그려 많은 독자들이 불쾌함을 표했다. 이에 대해 기안84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는 더 큰 논란을 키웠다. 기안84는 사과문을 통해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기안84의 이러한 사과문은 오히려 그의 여성에 대한 편협한 사고를 드러낸



▲복학왕의 한 장면(출처 : 네이버 웹툰)



것 아니냐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현실 사회에서 여성이 능력 없이 귀여움으로 취직한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회 풍자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뿐 아니라 기안84는 이전에 청각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웹툰 속에서 어눌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으로 희화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안84의 웹툰 속 표현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젠더 갈등을 일으킨다” 또는 “웹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을 어눌하게 말하는 식으로 묘사해 배려가 부족하다”라는 지적을 하며 부정적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기안84의 논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여성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기안84의 스토리를 여혐이라고 하는 건 과도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편한 내용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라며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풍자는 비하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몇몇 사람들에게서는 기안84의 웹툰 속 표현이 부적절한 감은 있지만, ‘여혐’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다음으로 웹툰 작가 ‘삭’이 『헬퍼』라는 웹툰으로 논란이 됐다. 『헬퍼』는 2011년 첫 연재를 시작했던 시즌 1에 이어, 시즌 2가 연재됐다. 시즌 1은 전체관람가로 그려졌지만 시즌 2는 18세 이용가로 바뀌어, “더욱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그려졌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헬퍼』는 지난 8일(월)에 유료분으로 공개된 247화에서 여성 노인 캐릭터 피바다가 벗은 몸으로 결박당한 채 모발이 다 뜯긴 머리에 주사기로 약물을 투여받는 고문 장면이 나왔다. 이에 이 장면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평가와 함께 “보기 불편하다”라는 여론이 생겼다. 이외에도 『헬퍼 2』는 이전 회차들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및 여성 살해,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매매 묘사, 불법 촬영 및 유포, 그리고 집단 성폭행 등 과도하게 자극적인 장면들을 묘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웹툰 작가 삭은 “시즌 2는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처 입은 모든 약자들을 대신해 더 아프게 응징해 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성인 등급이었기에 전체 관람대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해왔다”라며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수위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하지 않은가 생각해왔고,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자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근 부적절한 내용으로 지적을 받은 것은 웹툰뿐만이 아니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365일>과 <큐티스>도 있다. 영화 <365일>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납치하고 폭력적 성관계를 이어가다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성인 영화이다. 이는 범죄를 미화한다며 논란이 됐다. 실제 납치 피해자인 가수 더피는 공개적으로 넷플릭스 측에 드라마 스트리밍 중단을 요구했으며 “성폭력과 인신매매를 섹시하고 로맨틱한 것으로 위장한다”라며 필름 폐기를 요구하는 백악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영화 <큐티스>에서는 아이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섹슈얼한 춤을 추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트위터에서는 해시태그 #cancelnetflix와 함께 넷플릭스 구독 취소를 인증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영화<큐티스>의 포스터(출처 : 넷플릭스)



창작자가 잊지 말아야 할 것



  논란들이 이어지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이러한 부도덕한 표현들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혐오 표현의 자유’는 제외돼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시민단체인 만화계 성폭력 대책위(이하 대책위)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대책위는 이번 기안84 논란에 대해 네이버 웹툰에게 창작 윤리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가장 문제적인 것은 대다수의 작품이 전 연령이 볼 수 있도록 서비스되고 있으며, 어린 나이대의 독자는 이러한 혐오를 그대로 학습해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네이버 측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작가의 작품 방향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나,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를 조롱할 권리를 주는 자유가 아니며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창작자에게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때로는 작품 속에서 논쟁적 주제가 사회에 메시지를 주기도 하지만 현재 네이버의 논란 작품들은 혐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매번 반복되는 논란의 일각에서는 미디어의 표현에 대한 법적제재를 요구하기도 한다.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 방식만이 규제 방식으로 남아있고, TV 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웹툰이나 유튜브처럼 최근 영향력을 행사하는 뉴미디어의 경우 마땅한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 물의를 빚었던 웹툰은 방통위가 접수된 민원의 검토를 거친 후, 웹툰 자율 규제 위원회에서 자율 규제 조치로 처리하도록 한다. 이마저도 사전 조치가 아닌 사후 조치인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법적 검열은 사회적 통념에 따라 부적절한 것으로 규정된 내용에 대한 검열뿐 아니라, 사회적 입막음으로써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또한 법적인 규제가 아니여도 대중들의 검열도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검열과 규제로 인해 창작물의 경우,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표현의 참신함이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창작자가 창작 활동 과정에서 대중의 눈치를 보게 돼 창작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최근 웹툰 작가 ‘주호민’이 지난 18일(금)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대중들의 검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만화는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게 있다”라며 “전쟁 피해자라든지 선천적 장애 같은 것을 희화화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이내 웹툰 검열이 심해졌다며 “그 검열을 옛날엔 국가에서 했지만 지금은 시민이, 독자 가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말했다. 주호민의 발언은 “이번 기안84와 헬퍼 사건을 옹호하는 거냐”, “정당한 비판이 어떻게 독재와 같냐”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만큼 최근 대중들의 검열이 엄격해졌고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미디어는 영화, 드라마, 유튜브, 만화, 그리고 광고 등 종류도 다양하고 폭넓게 우리 삶 속에 영향을 끼친다. 오늘날에는 뉴미디어의 증가로 그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 형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미디어 속 내용에 대한 조절이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충돌하는 표현의 자유 또한 미디어의 중요한 권리이며, 윤리적 문제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적절하다”와 같은 범위 설정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중들에게도 자체적으로 검열할 줄 아는 비판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러나 뚜렷한 판단력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이나 청소년은 미디어 속 내용을 그대로 습득하기 쉽다. 그렇기에 미디어의 영향에 관한 책임은 창작자에게 무게가 더욱 기울어진다. 앞으로 미디어의 창작자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지니고 행위 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의 영향력을 알고 이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에서 창작자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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