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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해체, 이건희 컬렉션
윤태훈 ㅣ 기사 승인 2021-05-24 12  |  646호 ㅣ 조회수 : 972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 출처 : 연합뉴스



뜻깊은 해체, 이건희 컬렉션



  지난 4월 28일(수), 故 이건희 회장(이하 이 회장)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한국 고미술품 및 서양화 작품, 국내 근대 미술 작품 등 약 1만 1천 건, 2만 3천여 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를 기증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삼성 일가는 김앤장 법인을 통해 한국화랑협회 미술품 감정위원회 등 3곳 기관에 이건희 컬렉션의 감정을 의뢰했다. 이후 5개월간 진행해온 시가 감정 끝에 이건희 컬렉션은 감정가 총액 약 2조 5000억원~3조원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추정됐다. 개인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 최초의 억만장자였던 석유왕 존 D. 록펠러의 손자인 데이비드 록펠러의 ‘록펠러 컬렉션’과 비교하면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전까지 단일 컬렉션 사상 최대 규모였던 록펠러 가문의 소장품은 약 1,550여 점으로, 전체 추정가로는 5,000억원이었다. 실제 경매가 진행된 뒤에는 추정가의 두 배가 넘는 9,210억원으로 낙찰 총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훨씬 웃도는 이건희 컬렉션의 규모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내외 미술계가 들썩였다. 게다가 이번 기증은 컬렉션의 대부분을 국립기관에 귀속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한 축을 그을 세기의 기증으로 남았다.



총망라 컬렉션,

한국화부터 인상파까지



  이건희 컬렉션은 방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국내외 미술을 총망라한 컬렉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이건희 컬렉션은 총 1,448점으로,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7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이다. 세부적으로는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등 다양한 장르가 고르게 포함됐다.



  기증 미술품에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들이 포함됐다. 한국 회화사 대표작으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등이 있다. 게다가 ▲모네 ▲샤갈 ▲미로 ▲피카소 ▲르누아르 등 19세기 말~20세기 초 인상주의 사조 이후 포비즘, 큐비즘에 이르기까지의 서양 근대 걸작들도 대거 기증됐다. 대표적으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등이다.



  근대 미술품은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이 어려워 그간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미술관에서는 작품 확보가 어려웠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은 앤디 워홀, 바스키아 등 20세기 중반에 유행한 팝아트 작가 작품만을 소량 소장하고 있었을 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1년 소장품 구입 예산은 48억원 정도다. 1년 예산으로 이건희 컬렉션 정도의 규모로 수집하려면 대략 600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간 피카소 작품 한 점도 없는, 그리고 피카소 작품 한 점 가격도 안 되는 예산으로 운영된다는 오명에 시달렸던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부를 통해 소장품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 14점, 보물 46점을 포함한 고미술품 21,693점이 기증됐다. 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기증품은 겸재 정선의 말년작인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다. 이는 가로 138.2cm, 세로 79.2cm 크기의 대작으로 정선의 400여 점 유작 가운데 가장 크다. 화랑 관계자에 따르면 1조원 상당의 가치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또한 고려 불화인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와 수월관음도의 존재도 두드러진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불화가 없었지만, 이제야 빈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됐다.



미술품 기증,

최선책 아닌 차선책



  이번 기증에 포함되지 않은 이건희 컬렉션의 미공개 작품들의 행방도 동시에 주목됐다. 대표적으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마크 로스코의 ‘무제’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 있다. 이외에도 ▲르누아르 ▲제프 쿤스 ▲고갱 ▲마티스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소장자가 이 회장 개인이 아닌 삼성문화재단으로 돼 있어 애초부터 상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삼성 일가는 상속세액 11조 4,000억원 미술품과 부동산 등 ‘안전자산’에 대한 추정 상속세 2조가량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물납제 대상이 부동산과 유가증권, 비상장주식으로 한정된 우리나라의 과세 법률에 밀려 기증을 결정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 회장이 미술품을 투자의 수단으로 여겨 시세차익을 실현했다고는 볼 수는 없다. 삼성가는 지금껏 소장한 작품을 단 한 점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담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컬렉션을 경매 시장에 되팔아 국외로 반출시키는 대신 기증이라는 차선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이 회장이 수집의 본래 취지인 미술관에 두는 것을 원했기에 차선책을 택했다는 관측이 대다수를 이룬다. 미술계에서는 많은 국외 나라에서 시행 중인 미술품 물납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보기 드문 전시회,

이젠 국내 각지에서



  지난 4월 중순, 호암미술관 수장고에 있던 이건희 컬렉션이 미술품 전용 차량을 통해 항온·항습 시설이 완비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에 입고됐다. 기증 작품은 ▲작품검수 ▲상태조사 ▲등록 ▲촬영 ▲저작권협의 및 조사연구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과천관, 청주관에서 차례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오는 8월 서울관에서는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12월에는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해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2년 3월엔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과천관에서는 오는 9월과 2022년 4월에 순차적으로 개막한다. 청주관에서는 2022년 개방형 수장고인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들을 자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기증에서 특기할만한 특징은 작가의 연고지의 미술관까지 작품이 전달됐다는 점이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전남 일대에서 활동한 동양화가 허백련 ▲대구미술관에는 대구 대표 화가 이인성 ▲제주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 ▲강원도에 위치한 박수근미술관에는 박수근의 작품을 기증하는 식으로 지역별 특성까지 고려했다. 이에 따라 기증작을 중심으로 지역 미술관에서도 전시회가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기증의 최대 수혜자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조만간 기증의 뜻을 기려 ‘이건희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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