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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 독립영화제, <수족관>과 <미래의 노래>를 만나다
서유정 ㅣ 기사 승인 2024-11-21 16  |  697호 ㅣ 조회수 : 43

 지난 11월 7일(목)에 우리대학 중앙독립영화제작 동아리 MIST가 영화 시사회를 개최했다. 올해 하계 프로젝트로 제작된 <수족관>과 <미래의 노래>가 더숲 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됐으며 각 영화는 상영 후, 약 20분간 GV*를 가졌다.



죽음이란 상실을 소화하기 위해



 하계 프로젝트 첫 번째 영화는 <수족관>으로 갑작스럽게 남자친구를 떠나보낸 ‘민희’와 그녀에게 새롭게 찾아온 인연, ‘결’의 이야기이다. 화재 사고로 연인을 잃은 뒤 불을 강박적으로 피하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민희는 ‘수족관’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결을 만나게 된다. 결은 함께 일할수록 소심해 보이지만 죽은 금붕어들을 남몰래 뒷마당에 묻어줄 만큼 따뜻한 민희에게 호감을 품고, 민희 또한 다정하고 유쾌한 결과 함께 할수록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그러나 그녀의 집 한편에 자리하는 남자친구의 ‘유골함’은 지난 일을 상기하고, 그로 인한 고통과 죄책감을 외면하지 못한 민희는 결과 거리를 두며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영화 후반부, 죽어서도 유골이 돼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민희의 체념 어린 말에 결은 이렇게 답한다. “그래서 다행이지 않아요? 사람들이 덜 슬퍼할 수 있잖아요”

▲ 영화 <수족관> 속 한 장면



“죽음은 끝이 아닌 자유로워질 수 있는 통로”



 죽음을 통해 민희와 결의 애도와 치유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감독을 맡은 김두현(조형·20) 학우(이하 김 학우)는 “한 영화에서 유골함을 앞에 두고 가족과 친구들이 옷을 벗고 울부짖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장면이 충격적으로 각인돼 ‘유골함’이라는 소재 자체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후 유골함을 소재로 쓰다 보니 자연스레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됐고, 그러한 사람들에게 실제로 이 이야기가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수족관이라는 공간과 두 인물이 결말을 맞이하는 ‘바다’라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 김 학우는 “수족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고, 바다는 세상을 떠난 이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자유로워질 수 있는 통로로 생각하며 썼다”고 이야기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카메라 기법이나 촬영할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김 학우는 “영화가 이야기로서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시각의 예술이기도 해서 봤을 때 예쁘지 않으면 촬영을 계속했다. 촬영 시작 전에도 미리 방문해서 가장 예쁜 곳이 어딘지 찾고, 또 가장 예쁘게 나올 수 있는 구도는 어딘지 확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감을 많이 받았던 작품은 무엇인지에 대해 “촬영 기법이나 미적인 부분에서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많이 참고했고, 서사나 인물 구상 면에서는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한강 작가의 『힘』이라는 소설을 보면서 인물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다듬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 영화 <미래의 노래> 촬영 현장



악보로 쓰여진 청춘



 두 번째 영화 <미래의 노래>는 열여덟 살의 세 여학생이 작곡 동아리를 결성하며 ‘노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갈등도 겪으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멜로디언을 잘 다루는 ‘윤희’, 음악 선생님이 돼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심어주고 싶은 ‘효정’, 그리고 대학 입시를 위한 방안으로 음악을 택한 ‘정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의 순간, 함께 만든 악보를 찢어 나눠 가진 뒤 10년 뒤 학교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영화 OST로 쓰인 「여름의 대삼각형」은 우리대학 중앙작곡동아리 ‘STring’과 함께 작업한 곡으로, 영화 속에서는 효정과 윤희, 정우가 함께 만든 노래로 등장한다. 발랄한 멜로디와 여름의 청량한 색채감은 세 인물의 이야기에 생기를 더한다.



‘멋진 실망’에 대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각본과 공동 감독을 맡은 최윤 학우(문창·22)는 “관계를 통해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기도 하지만, 그 관계를 모두 똑같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방식과 생각대로 기억하는 부분이 당연하지만 슬프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영화로 풀어내면서 실망하게 되더라도 멋지게 실망하는 방법을 얘기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답했다.



 세 인물은 함께 했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10년 후 학교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효정뿐이다. 이러한 결말에 대해 공동 감독과 프로듀서를 맡은 김창아 학우(문창·22)는 “영화를 만들 때 처음부터 이 셋은 절대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썼다. <미래의 노래>가 우정 영화처럼 보이긴 하지만, 글을 쓸 땐 우정보다는 지나간 기억을 간직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같은 나이에 같은 우정을 쌓았지만, 우정을 간직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비록 그 결과가 실망스럽더라도, 그렇기에 관계를 쌓을 때 최선을 다해서 서로를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끝으로 촬영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효정 역할을 맡은 박은진 배우는 “그 당시 비가 많이 와서 촬영도 많이 지연되고, 더워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한 번은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밥을 먹고 촬영 장소로 다시 왔는데 바닥 공사를 하고 있어서 배경이 전 장면과 일치하지 않게 됐다. 오늘 영화로 보니 편집이 잘 돼서 다행이다”라고 답했다.

▲ 영화 <미래의 노래> 속 한 장면



*GV: 영화 상영시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


서유정 기자 suj7260@seoult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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