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구팬들이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 1,0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야구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도 지난해의 열기를 이어받아 첫 다섯 경기를 매진시키는 것에 더해 개막시리즈 10경기 모두 경기장을 꽉 채우며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전통적으로 국제대회 성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의 선전 이후 초반 K리그가 많은 관중을 몰고 왔고, 한국 여자 배구팀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남자배구 리그의 인기를 추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야구는 2023년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줬음에도 관중 동원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프로야구가 잠깐의 인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프로야구가 계속해서 관중들에게 사랑받고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관 문화의 대세를 이끄는 20대 팬
관중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젊은 팬들의 증가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야구팬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현장 팬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23년보다 KBO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냐’라는 질문에 64.3%가 동의했다. 그것에 더해 20대 여성은 13.6%p 높은 77.9%를 기록하며 엄청난 관심도를 보여줬다. 20대 여성 팬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야구장에 직접 가서 관람하는 직관 문화의 유행으로 인한 유입 팬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야구장은 응원 단장의 구호와 치어리더의 안무를 따르는 비교적 쉬운 응원 문화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야구장에 처음 가본 팬들도 큰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다. 실제로 한국 프로스포츠협회에서 KBO 팬 9,243명을 조사한 2023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직관 전 기대했던 요소 중 가장 만족한 원인으로 현장 생동감 및 분위기를 뽑았다. 작년 지인을 따라 야구장을 처음 가본 박 씨는 “야구를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나에게 추천해 줘서 직관을 결심했다. 내 고향에 맞는 응원팀도 아니고 생소한 스포츠였지만 응원을 따라가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팬들이 모두 하나가 돼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마음껏 소리 지르며 놀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4일(금) KIA와 LG가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야구 인기에 불 붙이는 마케팅 전략
각 야구구단은 유입 팬들을 더 불러오면서 기존 팬들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여러 재밌는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KBO구단들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인 ‘슈야와 토야’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팬들은 야구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모티콘을 활용해 온라인으로도 팬심을 표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인형과 키링까지 콜라보로 출시해 팬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켰다.
스타 선수를 이용한 마케팅도 진행했다. 작년 KBO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KIA 타이거즈 소속 김도영 선수는 리그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에 구단은 최소 타석 내츄럴 사이클링히트* 기념 유니폼,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념하는 유니폼, 30홈런-30도루를 기념하는 유니폼을 제작했다. 이 기념 유니폼은 예매만 7만 장이 넘어가며 역대급 반응을 몰고 왔다. 선수의 활약을 굿즈를 통해 기념하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잘 파악한 것이다. 추가로 KBO는 선수 포토카드를 제작해 선수의 스타성을 좋은 마케팅 요소로 연결하고 있다. 열성 야구팬 이 씨는 “팬들은 항상 이런 특별한 굿즈에 갈증이 있다. 기념 유니폼 같은 경우는 가격이 10만원대가 보통 넘어 부담은 되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또, “집에 걸려있는 유니폼을 볼 때마다 야구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콜라보와 재밌는 마케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전했다.
우리대학 유일 스포츠 직관 동아리 ‘MVP’
야구의 인기가 많아지며 함께 야구 직관을 다니는 친구를 구할 수 있는 동호회와 동아리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우리대학 스포츠 직관 동아리 MVP의 회장 최유림(행정·24) 학우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유림 씨는 “MVP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경기장에 찾아가며 취미를 공유하는 동아리이다”라며 소개했다. TV로 보는 것과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응원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TV로 볼 때는 선수의 경기력을 분석하며 경기를 보게 된다. 하지만 경기장에 직접 가게 되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간절하게 팀의 승리를 바라며 응원해 경기 자체를 즐기게 된다. 특히, 현장감 측면에서는 직접 찾아가 관람하는 게 압도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직관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같이 직관하는 것이 좋은 것 같냐는 질문에는 “함께 경기와 선수 얘기를 하며 응원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 팀이 지더라도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어떤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는 “우리 동아리에는 스포츠를 잘 모르지만 입문하고 싶은 분이나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다른 스포츠를 입문하고 싶은 부원들도 매우 많다. 경기 관람을 끝나고 부원들이 입문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경기를 볼 친구가 생겨서 너무 만족한다라는 얘기를 자주 해주신다. 최대한의 부원들이 즐길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동아리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야구의 인기가 늘어나며 야구 직관 문화는 20대들의 문화생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야구장에 직접 찾아가 결과와 상관없이 스포츠를 그 자체로 즐기는 청년들의 모습은 사회에 큰 에너지를 주고 있다. 야구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츄럴 사이클링히트: 한 경기에 안타-2루타-3루타-홈런을 순서대로 기록하는 사이클링히트
이준석 기자 hng458@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