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외
평점:★×8.62(네이버)
재작년 11월, 북미 한국문학학회는 김애란 작가와 김연수 작가를 초청하기 위해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산하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에 요청을 넣었다. 하지만, 번역원에서는 “두 작가를 위에서 싫어하기 때문에 초청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문열 작가를 초청할 것을 제의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의 작품으로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김애란 작가와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중견 작가인 김연수 작가를 ‘위에서’ 싫어하게 된 이유는 두 작가가 세월호 사건에 관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 작가는 현재 큰 이슈가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고, 해외 진출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았다.
이렇게 피해를 본 김애란, 김연수 작가를 비롯해 박민규, 김행숙, 황정은 등 열 두 명의 작가 및 학자는 그들이 바라본 세월호 사건을 글로 풀어낸 책 ‘눈먼 자들의 국가’를 발간했다.
세월호 ‘사건’
박민규 소설가는 세월호 침몰은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사고와 사건은 개인, 또는 단체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고,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이다. 전원 구조나 에어포켓 같은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차가운 바다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갔다.
세월호는 분명 사건인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었다. 청와대에서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한 여당 의원은 유가족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면 피해자에게 칼자루를 쥐게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아니면 누가 그 칼자루를 쥐어야 할까. 분명 ‘구조하지 않은’ 주체가 있는데, 그 주체에게 칼날을 들이밀 이는 누구여야 한다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해 답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 와중에도 유족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아직은 어디서 날이 밝아온다고 말할 수 없는, 밤
‘아직은 어디서 날이 밝아온다고 말할 수 없는 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빛을 비추며, 서로서로 빛을 비추며, 죽은 아이들을 찾아야 합니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찾아 어둠 속으로 파고들어 가야 합니다.’
김행숙 시인이 말한 것처럼, 아직 우리는 캄캄한 밤에 머물러 있다. 잠깐 아침이 올 것 같다가도 다시 밤, 또다시 밤이 되어가고 있다. 여전히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세월호는 점점 잊혀 간다.
세월이 흐르며 세월호를 말하는 이들은 ‘용감하거나’. ‘지겨운’ 사람이 됐다. 세월호를 말하면 청와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세월호를 떠올리면 ‘세월충’이니, ‘유족충’이니 하는 발언을 들어야 했다. 이 책에 이름을 올린 열 두 명의 저자들 역시 본의 아니게 ‘용감한’ 사람들이 돼 버렸다.
실제로 지난 1월 10일(화)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관련 서적을 출간한 출판사에 대해 “좌파 문예지에만 지원하고, 건전 문예지에는 지원을 안 하니 건전 세력이 불만이 많다”고 언급하며 지원 삭감을 지시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책 ‘눈먼 자들의 국가’를 낸 출판사 문학동네 역시 이러한 지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세월호를 언급하는 사람, 기업 모두 청와대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는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고 싶은지’에 대한 여부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잊어야 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잊으라” 하는 그 누군가와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은 누군가는 동일인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눈먼 자들’로 만든 것이다.
여전히 우리의 시야는 어둡고, 문화인들은 ‘블랙리스트’라는 어둠에 갇혀있으며, 아침이 밝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이다.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눈을 뜨는 날은 언제쯤 찾아올까.
문단비 기자
mun_3058@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