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씨(22·가명)는 덜렁대는 성격이 고민이다. 뒤돌아서면 하던 일도 잊어버리고, 물건은 하나씩 어딘가 두고 온다. 하다못해 매일 쓰는 단어도 자주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집중력 또한 현저히 떨어져 일을 제대로 끝맺지 못한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그녀는 일상생활과 학업에도 지장을 느끼며 스스로를 자책하곤 한다. 그러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된 ‘성인 ADHD’, 그녀는 어쩌면 자신이 성인 ADHD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성인도 ADHD라고?
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잉행동, 충동성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는 12세 이전에 발병하며 주로 소아 장애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러한 ADHD 증상이 성인기까지 남아있을 시성인 ADHD라고 불리게 된다.
ADHD는 유전적·환경적 요인, 그리고 주의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불균형 등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과거에는 ADHD가 성인이 되면서 뇌가 발달해 대체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기적인 연구가 축적되며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의 35~65% 이상은 성인기까지 그 증상이 일부 남는다고 알려졌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성인 ADHD 환자가 전체 인구의 약 2~4%를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나는 조용한 ADHD?
소아기 ADHD의 경우, ‘부주의 증상’과 ‘과잉행동 및 충동성 증상’ 두 가지를 모두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성인은 억제성 뉴런이 발달해 ‘과잉행동 및 충동성 증상’이 호전되고 ‘부주의 증상’만이 남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성인 ADHD는 ‘조용한 ADHD’라고 불리곤 한다.
조용한 ADHD가 겪는 ‘부주의 증상’으로는 ▲학업, 일, 기타 활동 중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부주의한 실수를 자주 한다 ▲집중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자주 갖는다 ▲일상적인 일을 자주 잊어버린다 ▲지속적으로 정신을 쏟아야 하는 일을 피하거나,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자주 있다 등이 있다.
이외에도 ‘과잉행동 및 충동성 증상’으로는 ▲쉴 틈 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모터가 달린 것 같이 행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자주 중단시키거나 무턱대고 끼어든다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절부절못한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해 버리는 수가 자주 있다 등이 있다.
성인 ADHD에 대한
말말말
Q. 성인 ADHD는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A. ADHD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선천적인 뇌 발달의 결함과 유전적 요인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스트레스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시 뇌 활동이 떨어져 후천적으로 ADHD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전통적 의미의 ADHD는 12세 이전 소아기에 발현이 된 것을 의미하며, 성인이 되면서 업무와 학업량이 늘어나며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경우가 많다.
최근 성인 ADHD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관련이 깊다. 도파민은 머리 속 에너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도파민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진다. 도파민이 부족한 사람에겐 간단한 일조차도 버겁게 느껴진다.
유튜브, 숏폼, SNS, 자극적 영상들이 넘쳐나는 도파민 과잉 세상에서 도파민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현대인들은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든다. 결국 만성적인 도파민 부족 상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도파민이 넘쳐흐르는 사회에서 도파민에 중독된 이들은 마치 ADHD와 같은 증상을 겪는다.
Q. ADHD는 치료할 수 있을까?
A. ADHD는 진단 후 적절한 치료가 지속된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성인 ADHD 역시 소아 ADHD와 마찬가지로 약물 치료가 우선적으로 실시된다. 약물 치료 시 ADHD 증상의 대부분이 호전되고 치료 한달 이내에 치료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국내에 허가된 ADHD 치료 약물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됐다.
또 약물과 함께 인지 행동 치료도 병행될 수 있다. ADHD 환자들에게 취약한 목표 세우기나, 계획 지키기, 시간 관리, 충동 조절을 위한 전략 연습 등 행동 개선 노력 역시 ADHD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Q. ADHD와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의 구별은?
A. 우울증 역시 신경전달 물질의 부족으로 인한 인지 저하가 발생하는데, ADHD는 우울로 인한 기분 저하 이전부터 ADHD 의심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우울증에 ADHD의 증상이 가려지진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성인 ADHD 환자의 80% 이상은 불안, 우울, 충동조절장애, 기분장애 및 수면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은 증상으로 인해 대인관계에서의 거절, 실패, 부정적 피드백과 같은 경험을 자주 겪는다.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 자존감 저하와 함께 추가적인 정신 질환들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ADHD가 제대로 진단되지 않은 채 동반 질환만을 치료해 근본적인 치료는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ADHD 환자들은 계속해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며 치료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를 지속하기 힘들거나, 방금 한 일도 기억이 안 나거나, 자잘한 실수가 많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가? 혹은 이를 모두 자신을 자책하며 덜렁대는 성격 탓을 하진 않았는가? 예전부터 이런 불편을 겪고 있었다면 자신의 성격, 의지 때문이 아닌 ADHD로 인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국내 성인 ADHD 환자는 약 77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로 치료받는 환자의 수는 전체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자신의 타고난 성격 탓으로 여기며 내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문제가 ADHD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문제다. 성인 ADHD가 의심된다면 자책보단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우선이다.
장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