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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은둔, 니트족… 현대 청년들의 곪은 속마음
김시현 ㅣ 기사 승인 2023-12-04 16  |  683호 ㅣ 조회수 : 658

 올해 31세인 오태현(가명) 씨는 오늘도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낸다. 딱히 하는 일은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밤낮을 바꿔 잠을 자며 하루를 보낸다. 밖에 나오는 건 몰래 화장실 갈 때뿐, 예전 친구나 지인들과의 연락은 끊었다. 가족과의 대화도 거의 없다. 드라마나 뉴스에 나오는 별종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은둔 청년들의 증가



 최근 취업난과 같은 사회의 과도한 경쟁이나 가정불화, 따돌림 등 다양한 이유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집이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은둔 청년이라 불리는 이들은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끊어 사회생활을 일절 하지 않으며, 심한 경우 가족과의 대화조차 단절된 경우도 있다. 한국에선 흔히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 새 10~20대 청소년•청년 중 고립을 자처한 이들이 늘며 ‘고립 청년’, ‘은둔 청년’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통상 현장에서는 물리적, 정서적으로 타인과 관계망이 단절됐거나 외로움 등의 이유로 일정 기간 고립상태인 이들을 ‘고립 청년’,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집 안에서만 지내며 일정 기간 사회와 교류를 차단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 구직 활동이 없는 이들을 ‘은둔 청년’이라고 일컫는다.



 이런 은둔 청년이 최근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의 전국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년이 51만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청년의 5%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들 중 18.5%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청년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신체 건강이 나쁘다는 응답도 일반 청년의 3배에 달했다.



 니트(Neet)족* 또한 청년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12월에 서울시에서 발표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는 고립•은둔 청년 추정 규모가 12만 명대로 서울시 청년의 4.5%가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이들은 지난 1주일간 경제활동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일을 했다 42% ▲휴가 및 임시 휴직 중이다 7.8% ▲일을 하지 않았다 50.2%로 나타나 일반 청년의 ▲일을 했다 82.1% ▲휴가 및 임시 휴식 중이다 5.8% ▲일을 하지 않았다 12.1%로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었다. 특히 은둔 청년이 일반 청년에 비해 일을 하지 않는 비율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을 따라 1주일에 1시간 만이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번 적이 있으면 그 1주일 동안 일을 한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졸업 후 3년 이상 미취업 한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이 총 21만 8,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니트족 현상이 악화될 경우 고립•은둔 청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청년 니트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국가별 문제 해결법



 일본은 6개월 이상 은둔 상태를 유지하면 히키코모리로 분류한다. 일본의 중앙성청인 후생노동성이 히키코모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뒤, 2019년 실태 조사를 통해 히키코모리 평가•지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이들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이다. 일본의 경우 115만 명 이상의 인구가 히키코모리 상태에 놓여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인구 100명 당 1명 꼴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겨진다. 일본 버블 경제 붕괴 시기인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떠오른 히키코모리 문제는 2000년대 들어 게임•소셜미디어 중독 등으로 인해 젊은층에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집에서 오랜 시간 혼자 지내게 된 이들을 중심으로 히키코모리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코나마형 청년자립기숙사’나 ‘생활곤궁자립지원 사업’ 등 여러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요코나마형 청년자립기숙사는 장기간 등교를 하지 않거나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공동생활이나 합숙 등을 통해 저하된 체력을 회복하는 ▲신체 만들기 ▲생활리듬 개선 ▲타인과의 관계 회복 등을 통해 생활개선을 도모한다. 생활곤궁자립지원 사업은 2015년부터 기초자치단체에서 실시하며 히키코모리를 포함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자립 상담과 취업 준비 지원을 주된 업무로 한다.



 미국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정신질환 진단기준서 ‘DSM-5’ 개정판에 일본어 발음 그대로 ‘Hikikomori(히키코모리)’ 사례가 기술됐다. 그만큼 은둔 청년이 증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은 니트족 대신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단절청년(16~24세 대상의 청년층으로 1년 이상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1년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은 ‘단절청년을 위한 성과동반시범사업’을 마련해 단절청년층이 다시 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지난 9월, 정부는 ‘청년 복지 5대 과제’를 발표했다. 고립•은둔청년, 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청년, 청년마음건강, 청년자산형성을 골자로 청년 복지 정책을 과제로 책정했다. 이 중 고립•은둔청년에 대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네 곳에 건립할 청년미래센터(가칭)를 토대로 고립•은둔청년에게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는 ‘자기회복 프로그램’, 사회관계를 맺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는 ‘사회관계 형성 프로그램’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런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고립•은둔 청년 종합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 종합지원대책은 청년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발굴부터 맞춤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체계적 청년 지원’과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차별이나 무관심 대신 사회적으로 응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회적 관심 확산’으로 나눠 투트랙 방식을 바탕으로 시범 운영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정책을 발표한 이후, 9월까지 총 1,078명의 청년이 서울시 사업에 지원했으며, 이후 500여명의 인원이 자가진단과 상담을 거쳐 실제 프로그램 지원을 받게 됐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청년이음 센터 상담센터(02-6953-2520)에 문의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과제다. 고립된 마음을 어루만지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니트족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김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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