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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믿고 사는 인플루언서 추천, 바로 결제
강문경, 윤지선 ㅣ 기사 승인 2024-09-11 15  |  694호 ㅣ 조회수 : 745

사람들의 관심이 돈이 되는 세계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프로그램 <더 인플루언서>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유명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트로에서는 인플루언서를 ‘구독자의 관심을 받아 탄생했고 동시에 시청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고 소개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총 4천억원 규모의 마케팅 시장을 대표하는 인플루언서 77인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출연자들은 각 라운드마다 본인 채널만의 존재감, 파급력, 화제성을 주제로 한 미션들을 수행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관심과 영향력이 곧 돈과 권력으로 이어지기에 인플루언서가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의 파급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장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의 ‘벤치마크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2016년 2조 2천억원에서 2022년에는 21조 7천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6년 전에 비해 약 10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이다. 또한 2024년 말까지 약 32조 7천74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2023 트렌드 리서치에 따르면 제품 구매 시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 한국 소비자는 71.4%로, 2023년 기준 약 3천3백만 명에 달한다. 통계 결과를 보고 국내 기업들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따라 구매



실제로 자신이 팔로우하던 인플루언서의 커머스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손유정 씨(21)를 인터뷰했다. 어떤 인플루언서의 커머스 제품을 구매했는지에 대해 손씨는 “인플루언서 ‘이브이(엄지완)’를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다.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고 외모를 가꾸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화장을 하고, 외적으로 잘 꾸미는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보며 팔로우했고 다이어트 보조제 제품을 구매했다”고 답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게 된 이유로 손씨는 “인플루언서가 다이어트를 하며 유용하게 사용했던 제품을 인스타 스토리로 공유했다. 일상 사진을 업로드하며 관심있던 제품을 소개하고 활용법을 함께 알려주다가 저렴한 가격에 공구(커머스)를 열기 시작했다. 평소 좋아하던 인플루언서였기에 믿음이 가서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 또 선착순에 들면 다른 사은품도 함께 증정한다고 해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해당 인플루언서를 신뢰하는 이유를 묻자 손씨는 “인플루언서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모습을 SNS를 통해 업로드해 많은 신뢰감을 가지게 됐다. 다이어트 보조제 말고도 다른 기초, 색조 화장품도 공구(커머스)를 진행했는데 모두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고 직접 사용했을 때 제품의 질도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공동구매를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지 묻자 “만약 유명 브랜드 제품을 공구한다면 원래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 하지만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공구한다면 꼭 사라고 추천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유행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광고의 파급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광고는 TV 광고와 달리 상호 소통이 가능해서 대화를 나누며 친근한 이미지를 노출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이때 인플루언서가 특정 회사 제품에 대한 의견을 말하거나 평가를 하면 소비자의 인식과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에게 커머스 구조를 묻다



기자는 인스타그램에서 부부 채널로 2천 8백 명의 팔로워 수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십삼부부’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결혼식 준비 과정 ▲신혼 라이프 ▲추천 가전제품 등의 콘텐츠를 업로드해 조회수 400만이 넘으며 유명해진 십삼부부는 “주변 사례들을 보니 보통 커머스를 진행할 때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와 인플루언서가 직접 회사에 연락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업체에서 제품 샘플을 보내주면 먼저 사용해 보고 공구 진행 여부를 인플루언서가 결정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인플루언서가 평소에 사용하던 제품이 좋아서 자신의 채널과 협업해 커머스를 진행하자고 기업에 직접 요청한다. 이후 단계부터는 비슷하다. 공구를 시작하기 전 팔로워들에게 판매할 할인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협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 선착순 경품 지급과 추가 할인 이벤트도 함께 정한다. 판매 수익을 얻는 방식도 인플루언서마다 상이하다. 계약 당시 처음부터 수익을 얼마 받기로 정하기도 하고, 할인 링크로 접속해 구매한 수량에 따라 인센티브가 추가되기도 한다”고 커머스의 과정을 설명했다.



신뢰받지 못하는 커머스



하지만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커머스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와 관련해 인플루언서 커머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우리대학 학우들을 포함한 20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커머스의 신뢰도에 관해 묻자 “실제로 사용했는지 확실히 증명하지 못하면서 효과를 주장함”, “광고성 제품이 많은 것 같고 효과에 대해서 후기가 믿음직하지 못하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인플루언서 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은 근거 없는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허위·과대광고, 공동구매 사기 등으로 고발된 많은 인플루언서, 업체들로 인해 시작됐다.



커머스를 통한 불법행위들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허위·과대광고는 계속해서 발생해왔다.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SNS에서 식품, 화장품 등을 광고·판매하는 인플루언서 84명 계정의 부당 광고 행위를 특별 단속한 결과, 54개의 계정에서 허위·과대 광고 등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이는 64.3%로 적지 않은 비율이다. 허위 광고 사례로는 체지방 감소와 관계 없는 일반 식품을 다이어트 식품으로 광고한 사례가 있다. 또한 화장품을 ‘이마가 봉긋하게 채워져요’, ‘여드름 흉터가 없어졌어요’ 등의 과장된 문구로 광고하기도 했다.



또한 소비자를 속이는 허위ㆍ과대광고 행위뿐만 아니라 공동구매 후 제품을 배송해 주지 않고 잠적해 버리는 사기 또한 발생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지난 2019년 발생했던 ‘우자매맘’ 사건을 들 수 있다. 우자매맘 사건은 피해 규모만 피해자 약 650명, 피해액 약 100억 규모의 대규모 사기 사건이다. 우자매맘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한 30대 조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값싼 제품 판매로 유명세를 치렀다. 처음엔 분유,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판매해 고객들의 신뢰를 쌓은 후, 상품권, 골드바 등의 고가상품을 절반 가격에 판매해 주문을 받았으나, 물품 배송을 미루다 갑작스레 잠적했다.



보호받지 못하는 소비자의 권리



위 경우들을 제외하고도 인플루언서 커머스에서 소비자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커머스 혹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SNS 마켓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가격 문의는 DM(다이렉트 메시지), 댓글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라는 자체 규정이다. 이는 모두 불법으로,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판매자는 거래에 관한 청약을 받을 목적으로 표시·광고를 할 때에는 상호 및 대표자 성명과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 가격 등을 공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SNS 마켓 운영자가 임의로 만든 ‘제작 상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 ‘환불은 3일 이내에만 가능하다’ 등의 규정들 또한 모두 효력이 없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또는 물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이 규정은 소비자의 단순 변심일 때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7일이 지나도 택, 제품보증서가 없는 경우, 상품 질이 광고 내용과 다른 경우 등과 같이 물건에 하자가 있고, 신뢰할 수 없는 제품임이 명백하다면 충분히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인플루언서를 선택하는 이유



사람들이 인플루언서의 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10월, CJ ENM의 통합 디지털 마케팅 기업인 메조미디어가 15~59세 사이 서울·경기 및 5대 광역시 거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플루언서 광고 제품을 구매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여성 60%가 ‘제품의 특장점을 더욱 상세하게 다뤄주기 때문’이라는 응답을 택했다. 다음으로 ‘더 좋은 가격과 구성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가 높아서’, ‘트렌디한 제품이라고 생각해서’ 답변이 순서대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종대 데이터블(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 대표는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소셜 커머스가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인플루언서는 연예인에 비견되는 인기와 명성을 누리지만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반인이다. 일상을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롤모델이자 동경의 대상이지만, 좀 더 친근하기 때문에 더 믿고 따를 수 있어 이들이 추천하는 제품에 팬들이 호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SNS가 인기를 끌며 인플루언서가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의 범위가 확대됐고,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는 저렴한 생산 인프라를 통해 누구든 쉽게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점을 인기의 이유로 설명했다.


강문경 기자 rivmun@seoultech.ac.kr

윤지선 기자 yjs132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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