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생활방식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환경오염이 전 지구적 문제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업체들과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친환경 유통·소비활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경부에서 공개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300kg 대를 유지했으나 2022년에는 446kg까지 증가했다. 일상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점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지상·해양 오염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제로 웨이스트’는 재활용 가능 자재, 일회용품 대체 제품 등을 사용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활 실천 운동이다. 일례로, 리필 스테이션 가게들이 있다. 리필 스테이션은 빈 다회용기를 가져가면 필요한 내용물의 값만 내고 빈 용기를 계속해서 채워 쓸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 소비 매장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이니스프리,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과 더불어 개인 매장에서까지 리필 스테이션이 늘어나고 있다. 자체 상품에 대한 리필 판매는 물론, 카페에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며 제로 웨이스트는 우리의 일상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쓰레기 없는 커피
한 잔, 제로 웨이스트 카페 ‘아워리’
노원구의 학군지 은행사거리 근방에는 달동네가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백사마을. 그 길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 ‘OUR:RE’(이하 아워리)를 다녀왔다. 우리대학 인근 중계동에 위치한 카페 아워리는 제로 웨이스트 카페다. 아워리는 Refresh, Remind, Recycle, Rest 4가지 목표를 지향하는 공간으로, 제로 웨이스트 숍과 공방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 카페 ‘아워리’ 내부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우유갑과 멸균팩 수거함이 눈에 띄었다. 이 수거함에 우유갑과 멸균팩을 모아 반납하면 한살림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적립된다. 멸균팩은 두유나 멸균우유와 같은 안쪽이 은색으로 처리된 포장재를 의미하며, 일반 우유팩은 서울우유나 매일우유와 같은 제품들이 해당된다. 소비자들은 두 가지를 구분해 분리수거해야 하고, 반납 시에는 반드시 펼쳐 씻고 말린 후 반납해야 한다.
카페 한편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품들이 주를 이루며, 세탁 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소프넛 열매도 그램 단위로 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주방과 욕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키트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코코넛 비누, 곤약 스펀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수세미 등 생소한 제품들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 제품들은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다.
카페 화장실 입구에는 손을 씻은 후 종이 타월 대신 손수건을 비치하고 있었다.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워리에서는 메뉴가 나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매장 내 다회용기 사용은 물론, 테이크 아웃 시에도 종이 빨대를 제공하는 등 사소한 곳까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 중이었다.
번거로움보다
중요한 가치
기자는 아워리에서 스테인리스 빨대를 구매해 사용해 봤다. 사용 후 매번 세척하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았지만 함께 구매한 빨대 세척솔 덕분에 생각보다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스테인리스 빨대를 지니고 다니면서 카페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빨대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고, 5일간 매일 커피를 마시는 동안 5개의 빨대와 5개의 비닐 포장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은 커피를 한 번 마실 때마다 플라스틱 컵, 컵홀더, 비닐 포장지, 플라스틱 빨대 총 4개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함으로써 비닐 포장과 플라스틱 빨대 두 가지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고, 스테인리스 빨대 하나가 가져오는환경적 이점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 ‘아워리’에서 판매중인 제로 웨이스트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