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기획
K-시위, 거리에서 피어난 새로운 민주주의
서유정 ㅣ 기사 승인 2025-01-08 13  |  699호 ㅣ 조회수 : 13

 지난 12월 3일(화)에 감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대규모 탄핵 집회가 촉발됐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는 7일 기준 37만 3,000여 명으로 집계됐으며, 25-29세 여성이 약 3만 2,000명, 20-24세 여성이 약 3만 1,000명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와는 달리 젊은 세대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지며 새롭게 형성된 집회 문화가 눈길을 끌었다.



응원봉으로 물든 화려한 평화



 K팝 멜로디 안에 탄핵 구호를 첨가하거나 개사해 이뤄진 이번 집회에서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눈길을 끌었다. 응원봉은 보통 아이돌 혹은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팬미팅 때 사용되며 리듬에 맞춰 흔드는 용도였으나 이번 집회에서는 노래 가사와 탄핵 구호에 맞춰 활용돼 ‘촛불’ 역할을 대신했다. 지난 2016년 집회와는 달리 개인의 취향과 매개를 둔 도구가 시위 아이템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다. 또한 참여율이 가장 높았던 젊은 층 시민 대부분이 ‘응원봉’을 소지하면서 중장년층도 영향을 받아 함께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12월 7일(토), 14일(토) 시위에 모두 참여했던 정서린 씨(25)는 “첫 번째 주에는 롤 프로게임팀 티원의 응원봉을 가져갔는데, 빛이 약한 것 같아 두 번째 주에는 아이돌 비투비의 응원봉을 가져갔다”고 이야기했다. 왜 응원봉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는지에 대해 정 씨는 “2016년 촛불 시위 때 한 정치인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발언에 반박하기 위해 응원봉을 가져갔다”고 답했다. 이어 정 씨는 “2016년 탄핵 집회도 참여했었는데 그땐 진중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강했다. 이번에는 응원봉을 들고 K팝 위주의 노래로 시위하다 보니 친숙하게 다가와서 시위 참여가 한층 쉬워진 것 같다. 하지만 시위의 목적 자체는 변함이 없기에 당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화롭지만 비교적 엄숙했던 2016년 탄핵 집회와는 달리 이번 시위 분위기는 한층 흥겨운 모습을 띠며 외신들은 콘서트 같다는 평을 내렸다.

▲ 지난 12월 14일 탄핵 집회에 참여한 정 서린 씨의 인증 사진



“공짜 커피 10잔 남아…” 새롭게 등장한 ‘선결제’



 이전과는 달리 이번 집회에서는 ‘선결제’ 문화가 새롭게 등장했다. 시작은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음료 및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보태는 것이었다. 이후 ‘선결제 릴레이’가 일어나며 아이유·뉴진스 등 유명 연예인도 시위에 간접적으로 동참했다. 기하급수적으로 ‘선결제’ 현상이 증가해 이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시위도 밥먹고’가 등장했다.



  ‘시위도 밥먹고’는 전국에서 열리는 집회 장소 근처에 선결제된 매장 위치와 시간, 품목, 수량 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사이트 운영자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서비스가 선결제 매장을 찾는 데 쓰이면 좋겠지만, 선결제하실 분들이 어느 매장에서 선결제할지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선결제 행렬이 증가함에 따라 일부 음식점에서 선결제를 받아놓고 사용하러 온 집회 시민들을 등한시했다는 후기도 여럿 등장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선결제 대량 주문이 흔치 않다 보니 매뉴얼이 없어 혼란을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화환으로 대립하는 찬반 목소리



 지난 10월에 발생한 이른바 ‘모래 학폭’에 대해 학부모들이 학교폭력 규탄을 내세우며 근조 화환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화환 시위는 2000년대 초반 등장해 최근 들어 연예인 스캔들 규탄 시위에서도 활용되는 등 ‘시위 필수템’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이 가결되며 헌법재판소 앞에도 화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화환과 찬성하는 화환이 뒤섞이며 신경전이 한층 치열해졌다. 탄핵을 반대하는 화환에는 “윤석열 대통령님! 힘내세요!”, “국민이 믿고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탄핵을 찬성하는 화환에는 “우리 이제 광화문 간다”, “지나친 음주는 헌법도 유린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환이 지속해서 설치됨에 따라 헌법재판소 측은 ‘화환 설치 불가’라고 적힌 안내문을 걸었으며,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민원을 넣는 등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 따르면 ‘광고물은 집회·시위 지역에 한해 신고·허가 없이 최장 30일 동안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지자체 측은 ‘자의적으로 치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유정 기자 suj7260@seoultech.ac.kr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네컷만화
독자퀴즈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한 연말
학보사가 내게 알려준 것
진실이 불타는 온도,화씨911
노원구 눈썰매장
대통령 탄핵의 정의와 역사
"성평등,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김민수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