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3일(금), 신촌에서 열린 열린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
사회, 정치, 경제적 변화와 개혁을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활동을 ‘학생 운동’이라고 부른다. 12월 3일(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국의 많은 대학생은 학생 운동에 참여했다. 교내 게시판에 시국 선언문과 대자보가 붙고, 정문 앞에서는 시국선언 대회가 열리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생 총회를 통해 공론이 정해지면 총학생회 주도로 대학 연합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2월 13일(금)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의 주도하에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러비와 중운위의 시국 선언문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인 12월 5일(목), 교내 학생 조직의 첫 공식 입장으로서 교지편집위원회 러비가 인스타그램과 에브리타임을 통해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며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했다. 시국 선언문 발표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상이하게 갈렸다. 교내 학생 단체의 첫 공식 입장을 응원하는 의견도 있었고, 과거 우리대학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진행된 러비와 동덕여대 교지편집위원회 ‘목화’의 공동 성명문 발표를 비판하며 폐간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12월 6일(금)에는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학생복지위원회, 단과대 학생회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비상계엄 규탄 선언문을 게시했다. 선언문은 비상계엄이 정치, 언론,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함을 밝히며 헌법 제76조와 제21조, 제37조를 근거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우리대학 교수 및 교직원 135명이 함께한 시국 선언문이 발표됐다.
시국 선언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우리대학 내 발표된 시국 선언문에 대해 학생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재학생 두 명에게 에브리타임 쪽지를 통해 자세한 의견을 물었다.
자신을 공대 소속이라고 소개한 A 학생은 “중앙운영위원회의 시국 선언문이 헌법 조항을 근거로 들며 이번 비상계엄의 절차적 비정당성을 지적한 부분이 설득력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시국 선언문이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냐는 질문에 “선언문이 학생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기경대 소속 B 학생은 선언문에 학우들의 의견이 반영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개인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교내에서 시국 선언문이나 대자보가 적게 붙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표현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떤 부분에서 표현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학교는 학생 총회를 열어 학생들이 비상계엄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투표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정한 데 반해 우리 학교는 총회가 개회되지 않아 학생들의 토의가 에타에서 대부분 이뤄 졌다”며, “에타는 익명 커뮤니티이다 보니 물타기나 불필요한 갈등이 조장되기 쉽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생 운동과 참여 문화 확대를 위한 과제
학생 운동은 학내 이슈를 넘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행동으로 연결되며 민주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4·19 혁명과 6월 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학생들은 정의와 자유를 외쳤다.
존 듀어의 이슈 공중 이론(Issue Public Theory)에 따르면, 대중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행동 정도에 따라 활동 공중, 인지 공중, 무관심 공중으로 나뉜다. 활동 공중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집단, 인지 공중은 문제를 인식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집단, 무관심 공중은 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이 없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번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우리대학 학생들은 기본적인 인식은 있었지만, 교내에서 조직적으로 행동할 기회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지 공중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러비나 중운위에서 시국 선언문을 발표할 때도 학생들은 개인적인 의견을 내비칠 뿐 직접 참여할 수 없었다. 학생 개개인의 의견은 시국 선언문을 지지하는지 시국 선언문을 낸 단체를 지지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했으며, 그 영향력은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데 그쳤다. 이에 우리대학 학생들은 외부 집회로 나가 활동 공중으로서 참여했다.
교내에서 인지 공중에 그쳤던 학생들이 외부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길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시에 교내에서 공동체적 참여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는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외부 집회 참여가 더 눈에 띄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학생들의 참여 기회가 한정적이라면, 공동체의 결속력이나 민주적인 문화를 확립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은 사회’가 민주주의 발전의 주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우리대학 학생들을 활동 공중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손해창 수습기자 thsgockd210@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