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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실용을 넘어 감성으로... 텀블러 소비문화의 두 얼굴
손해창 ㅣ 기사 승인 2025-04-17 15  |  702호 ㅣ 조회수 : 24



 텀블러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과 달리, 반복 사용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을 감소시키는 친환경적 선택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변 텀블러는 일상 속 습관이자 패션으로 바뀌었다. 특히 감성, 개성 있는 디자인, 그리고 상표 가치를 중요시하는 10대와 20대는 텀블러를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한다. 오늘날 텀블러는 실용품에서 소유의 만족과 희소성 소비를 자극하는 기호상품화되고 있다.


 



실용보다 감성, 텀블러에 담긴 라이프스타일



 텀블러는 그 유용성을 넘어, 사용하는 이의 생활 방식과 취향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에게는 중소형 텀블러가 자기관리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헬스장에서는 단백질 셰이크나 물을 담기 위해 대용량 텀블러가 필수품처럼 사용된다. 이들은 기능, 상표, 디자인 등을 고려해 텀블러를 선택하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은연중에 표현한다.



 MZ세대로 불리는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텀블러의 독특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음료를 담는 도구가 아닌, 패션 아이템처럼 활용할 수 있는 텀블러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고, 디자인과 상표가 주요 구매 기준이 된다. 스탠리, 레고트 등 유명 브랜드의 제품은 기능성뿐만 아니라 희소성과 상표 가치로도 주목받으며, 일부 제품은 한정판으로 출시돼 소비자의 소장 욕구와 희소성 소비를 자극한다.



 그러나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지는 텀블러의 소비문화는 텀블러 본연의 친환경적 목적을 퇴색시킨다. 다수의 소비자가 텀블러를 구매한 뒤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디자인이 유행에 뒤처졌다는 이유로 새 제품을 반복 구매한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자원 낭비와 불필요한 생산을 부추겨 텀블러가 상징하던 친환경적 의미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텀블러, 얼마나 사용해야 친환경적인가



 텀블러는 오랜 기간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반영구적 제품에 속하지만, 오늘날 텀블러 소비문화는 본래 목적과 상반된 모습이다. 텀블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탄소량은 적지 않으며, 오히려 종이컵 수십 개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환경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텀블러의 친환경성은 단순히 사용 유무로 판단될 수 없다. 텀블러의 환경적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종이컵과의 탄소 배출량 차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총 24.7gCO2의 탄소발자국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량이 225g인 스테인리스 텀블러의 경우 제조 전 단계에서 645gCO2, 사용 단계에서 0.6gCO2, 폐기 단계에서 25.5gCO2가 배출돼 총 671.1gCO2의 탄소배출량이 산출됐다. 이는 스테인리스 텀블러와 종이컵을 각각 1개씩 비교했을 때 제작 당시 텀블러가 27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환경을 위해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려면 27회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이컵과 텀블러의 탄소 배출량 차이는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뚜렷해진다. 사용기간이 1개월일 때는 종이컵과 텀블러의 탄소 배출량 차이가 크지 않지만, 6개월 후에 6배, 1년 후에는 10배, 2년 후에는 15.9배로 격차가 벌어진다. 결국 텀블러는 종이컵보다 자주 그리고 오래 사용할수록 환경적 효과가 높아지고, 본래의 친환경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더 가까워진다.

 



“텀블러 유행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소비는 경계해야”



 앞서 말했듯, 텀블러의 환경 효과는 구매 여부가 아닌 지속성에 있다. 텀블러의 패션화 현상은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의미 없이 반복 구매돼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킨다는 단점도 있다. 텀블러가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자, 황유훈 환경공학과 교수(이하 황 교수)를 만났다.



 황 교수는 “텀블러의 사용 증가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 폐기물 감소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텀블러를 기념품 등으로 제공하거나 과도하게 소유하는 것은 오히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시적인 유행에 의한 텀블러 소비를 경계했다. 또 “자신이 원해서 사는 텀블러보다 의도치 않게 갖게 되는 텀블러가 꽤 많은 것 같다.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텀블러를 받는데, 거기서 얻은 텀블러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보통은 집 한쪽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텀블러가 형식적인 홍보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오히려 환경 오염을 야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황 교수는 텀블러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복합 재질이나 장식이 많은 텀블러는 재활용이 어렵다. 가급적 스테인리스나 단일 재질로 제작된, 재활용이 용이한 텀블러를 선택하고, 사용 후 폐기 시 재질별로 분리하여 배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해창 기자 thsgockd21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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