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릉역~화랑대역 구간 경춘선숲길에 조성된 벽화거리
공릉역에서 내려 우리대학으로 오는 등굣길, 그 사이에는 벚꽃이 만개해 분홍빛으로 거리를 가득 채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경춘선숲길이 자리 잡고 있다. 경춘선숲길은 인근 자취생들에게 흔히 ‘철길’이라고 불리며 우리대학 인근 산책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억과 꿈을 담은 경춘선숲길
1939년 7월경부터 운행을 시작한 경춘선은 서울 경(京)에 춘천의 춘(春)을 더해 만든 이름으로, 서울과 춘천을 연결해 주는 수도권의 주요 철도이다. 경춘선은 약 80km의 철길로, 옛 성동역과 춘천역을 이어주며 많은 젊은 대학생들의 MT 교통편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2010년 12월 열차 운행을 마지막으로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되며 성북역(현 광운대역)~갈매역 사이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열차 운행이 중단된 후 남겨진 폐철길은 2013년 10월부터 단계적으로 공사를 거쳐 지난 2018년, 경춘선숲길로 새단장했다.
▲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인근에 위치한 철도 산책길
하루의 끝, 경춘선숲길에서 만나는 자그마한 위로
기자는 강의가 모두 끝난 저녁에 잠시 시간을 내 경춘선숲길을 걸어봤다. 정문 앞 도로를 따라 3분가량 걷다 보니 굴다리 위로 경춘선숲길의 모습이 보였다. 경춘선숲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철길을 따라 길게 조성된 산책로에는 철도 신호등과 같이 이전에 사용되던 시설물이 남아 있었다. 봄이 왔음을 알리듯 샛노란 개나리와 분홍빛 벚꽃이 만개해 있었고,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철길을 따라 걷다 보니 스피커에서 음악과 사연이 흘러나왔다. 처음엔 라디오를 틀어주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안내 팻말을 통해 경춘선 숲길에서 진행하는 ‘노원 음악방송’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노원 음악방송’은 당현천 및 경춘선숲길에서 진행하는 방송으로, 12시부터 16시까지 진행하는 주간 음악방송과 18시부터 20시까지 음악과 사연을 소개하는 야간 DJ 방송으로 구성돼 있었다.
노래를 벗 삼아 화랑대역 방면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노을이 저물고 있었다. 화랑대역 인근에 있는 불빛정원은 황혼을 머금은 하늘 아래에서 하나둘씩 불을 밝히며 형형색색의 빛으로 산책로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빛 터널, LED조형물, 3D매핑, 프로젝터를 이용한 투사 장치 등 10여 개 테마로 구성된 야간 조형물들은 밤의 경춘선숲길을 색칠해 나갔다. 기자는 화랑대역 인근을 조금 더 걸은 뒤 발길을 돌렸다. 약 1시간가량의 짧은 산책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며 분주한 하루 속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경춘선숲길은 인근 자취생들에게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경춘선숲길 인근에서 자취를 하는 김태균(화생공․21)학우는 “거주하는 자취방 바로 앞에 경춘선숲길이 자리 잡고 있어 매일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는 등 애용하고 있다. 경춘선숲길은 차가 다니지 않고, 평지에 위치해 있어 산책하기 좋다”고 말했다. 이어 “경춘선숲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색깔의 옷을 갖춰 입었을 때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며 “생각이 많아질 때 이따금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산책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경춘선숲길을 애용하는 이유를 전했다. 덧붙여 김태균 학우는 경춘선숲길을 이용하며 느끼는 불편사항으로 “보행자 중심 산책로로 운영되는 곳임에도 자전거를 이용해 다니는 시민이 많아 산책할 때 불편함을 겪는다. 최근 경춘선숲길 내 자전거 이용을 금지하며 중랑천 쪽으로 자전거 우회도로를 조성했다고 들었다. 앞으로는 자전거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우회도로를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전거 이용 시민들의 보행자 배려를 부탁했다.
경춘선숲길, 바람길숲 사업으로 도시의 숨결을 품는다
현재 서울시는 북한산, 관악산 등 외곽산림에서 생성되는 낮은 온도의 공기를 서울 도심까지 흐르게 할 수 있도록 총 30곳에 ‘바람길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춘선숲길 또한 ‘바람길숲 사업’에 지정돼 재단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람길숲’이란 도심의 미세먼지 저감 및 열섬현상 완화를 위해 도시 내 외곽산림에서 생성되는 찬 공기를 도심으로 유도‧확산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도시숲을 의미한다.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는 바람길숲 사업에 대해 “현재 서울시가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한 도시 바람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경춘선숲길 또한 교목, 관목, 초류를 심으며 기후대응 친환경 정원을 조성하고 건강한 숲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조성되는 바람길숲을 통해 연간 약 51t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여름철 뜨거운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는 도시숲 조성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해 서울시의 탄소 중립 실현 및 시민들에게 녹색 복지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원도시 서울’의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춘선숲길의 철로에는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해 도심을 식혀주고 미세먼지를 날려주는 바람이 경춘선숲길을 따라 힘차게 흐르며 도시의 허파가 될 것이다.
최율 기자 obdidian0428@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