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이커머스 시장의 아기 공룡일까
자그마치 900만명, 쿠팡이 밝힌 유료회원 숫자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3명 중 1명이 돈을 지불하고 쿠팡을 사용하고 있다. 축구장 500개 크기의 전국 100여 개 물류센터를 통한 ‘로켓배송’은 남녀노소 쿠팡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경쟁력의 핵심이다. 쿠팡은 전년대비 54% 성장률을 보였으며, 같은 기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의 점유율은 ▲네이버(17%) ▲SSG(15%) ▲쿠팡(13%)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려면 시장점유율 30%에 먼저 도달한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재편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아마존의 점유율(40%), 중국 알리바바(51%)처럼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중소업체를 흡수 통합하며 독점적으로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마존을 모방한 쿠팡의 플라이윌 효과는 언제까지 굴러갈 것인가.
물류 유통망 혁신
이커머스 시장의 유통 방식의 효율은 이전에는 쿠팡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쿠팡은 최근 2년 사이에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약 1조 5,000억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에 재투자하면서 시장을 확충했다. 물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 네이버는 기업이나 개인업자들이 파는 물건들을 관리하며, 이를 통해 중개만 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주문하게 되면 개인업자들이 직접 포장을 하거나 택배를 발송했다.
여기서 택배 물류센터를 거치게 되며 소비자에게 발송이 완료되기까지의 유통 과정이 하나 늘어난다. 따라서 구축된 인프라를 중심으로 쿠팡은 처음부터 직매입 방식을 사용했다. 개인업자들에게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물류 센터에 미리 쌓아둔다. 그래서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주문자랑 가장 근접한 물류센터에서 물건이 배송되면서 유통 효율성을 제고한 것이다.
최근엔 이 직매입 방식도 소비자의 품목 다양성, 재고 처리 문제 등을 이유로 변화를 주고 있다. 직매입 방식을 통해 개인업자에게 대량으로 사놓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면 재고가 돼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쿠팡 MD(상품기획자)보다 기업 및 개인업자들이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하다. 따라서 현재 쿠팡은 네이버처럼 자영업자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과의 차별점은 바로 풀필먼트 서비스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이커머스 소비자들을 위한 고객의 전 주문 처리과정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즉, 쿠팡이 구축한 물류 시스템을 개인업자들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개인업자들이 ▲직접 포장 ▲발송 ▲반품 처리 ▲물류 창고 관리 등 시공간적으로 수고가 드는 일련의 과정들을 쿠팡이 직접 처리해주는 것이다.
늘어나는 고객, 불어나는 적자
쿠팡은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증시 입성 첫날 100조원이라는 시가총액으로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22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를 기록한 쿠팡의 매출은 전년대비 반쪽으로 떨어졌다. 적자가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해서다. 더 큰 문제는 매출보다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1조 8,00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 순손실이 5,600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3배가량 손실 폭을 키웠다. 지난해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비용을 고려해도 역대 최대 적자다. 업계에선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캐시카우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매출이 역대라는 쿠팡은 왜 적자 행세를 못 벗어나는 것일까. 직매입의 방식과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한 로켓 배송은 아이러니하게 거래액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액 및 빈도수가 미국만큼 월등히 많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유류비 등을 신경쓰게 되면 건당 물류 배송비가 실질적으로 적자를 가져와 매출로 이어지진 않는 것이다.
대신 이러한 출혈을 막기 위해 쿠팡 역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료 멤버십인 ‘로켓 와우’의 회원비를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로켓와우 회원비를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했다. 기존 유료회원을 대상으로도 6월부터 회원비를 인상한다. 아마존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에서 보다시피 이커머스 기업의 대부분의 매출은 고정적 매출인 구독 시스템이다. 따라서 쿠팡의 유료회원 수가 9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회원비 인상을 통해 적자 폭을 대폭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 휠의 결과, 적자는 소비자에게로
쿠팡은 여러 기업들의 경쟁으로 혼잡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고객 록인 방식을 전략적으로 구축한 기업이다. 이로써 구축된 콘크리트 고객층은 쿠팡에는 희망적인 전망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고객층 입장에서는 기존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 쿠팡이츠 수수료 개편 등 지출이 가중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