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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리제이션의 딜레마
노승환 ㅣ 기사 승인 2021-12-05 21  |  653호 ㅣ 조회수 : 1308

카니발리제이션의 딜레마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은 한 기업에서 새로 출시하는 상품으로 인해 그 기업에서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수익,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카니발리제이션은 동족 포식을 뜻하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에서 비롯된 용어로, 자기잠식 또는 자기 시장잠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콜라를 만드는 회사가 오리지널 콜라만 판매하다가 이와 유사한 다이어트 콜라나 체리맛 콜라를 출시함으로써 기존 오리지널 콜라의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경우가 있다.



  다른 예시로는 게임을 들 수 있다. 온라인게임 개발회사가 인기가 높은 기존 게임의 후속편으로 새로운 게임을 출시했는데 이용자가 새로운 게임으로 이동해 기존 게임의 이용자를 잃는 경우다. 우리나라의 경우 짜파게티가 있는데 짜왕을 출시한 농심, 하이트가 있는데 테라를 출시한 하이트 진로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카니발리제이션은 비단 콜라와 게임뿐만이 아닌 IT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다.



  자사의 제품과 경쟁함으로써 자기 시장을 갉아먹는 카니발리제이션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달성하는 데 이롭다. 그렇다고 해서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여기서 카니발리제이션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카니발리제이션이 일어날 수 있고,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으면 추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카니발리제이션이 일어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시장에서 자기잠식이 일어난다는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 또한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신제품이 수익성 높은 기존 제품을 대체하면 회사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과 변화를 주저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 사이에서 카니발리제이션은 많은 기업의 고민거리다. 변화를 주저하다가 망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코닥이 있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서 사진을 찍던 시절, 필름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업체는 코닥이었다. 코닥은 일찌감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지만, 필름 매출만 깎아 먹을 것으로 생각해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 후 소니가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하고 코닥은 디지털카메라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하지 못하고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러한 사례는 많은 기업을 카니발리제이션의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카니발리제이션을 의도하는 시장도 있다. 카니발리제이션이 가장 흔히 일어나는 시장은 휴대폰과 같은 IT 시장이다. 이들은 기존 제품이 제품 수명 주기에서 성장기를 넘어서게 되면 신제품을 고가로 출시한다. 이어 신제품이 경쟁사와 경쟁을 벌이며 가격이 하락할 무렵이면 다시 신제품을 출시해 주력 제품으로 미는 전략을 사용한다. 시장에 흔히 시리즈로 표현되는 신제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이 잠식될 것을 알면서도 경쟁자보다 먼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카니발리제이션을 감수하는 전략을 선점적 카니발리제이션(Preemptive Cannibalization)이라고 한다.



  코닥처럼 엄청난 규모의 대기업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망한다. 실제로 세계 10대 대기업 순위 변화를 보면 과거에 비해 순위가 많이 달라진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기업들의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세계를 선도하던 기업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해오던 방식대로만 해서”라는 것을 보면, 카니발리제이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변화를 마냥 주저할 순 없다는 것이다. 카니발리제이션으로 인한 손해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결말,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기업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른바 적절한 타이밍의 카니발리제이션이 필요한 것이다.



  애플의 경우 처음으로 아이패드를 개발해 선보였을 때, 많은 사람이 맥 PC 제품의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했지만 아이패드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맥 PC 제품군의 손해를 메우기 충분했다. 애플사 CEO 팀 쿡은 “우리는 자기잠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제품이 가진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지 못하면 다른 경쟁업체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카니발리제이션은 타이밍이나 방법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고, 나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니 기업에서 고민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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