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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
1
나란히 선 현관의 발
우리는 세계를 버리고
고통을 문 바깥으로 미루어둔다
손금을 잃더라도 계속 손을 잡고 싶어
끝나지 않는 지문이 맞닿을 때
같은 손가락엔 반창고가 붙어있다
비좁은 바닥을 채우며
네가 물었지
지구가 실은 네모난 것이 아닐까
세상엔 온통 모서리뿐인데
나는 너의 팔꿈치를 쓰다듬었어
밤을 통과하면 도착하는 어제의 나
믿음이 옆에서 옆으로 옮는다
나는 이제 사각형만 볼 수 있는 사람
2
고소공포증은
내려다볼 때가 아니라
올려다볼 때
생기는 거더라
창틀을 밟고 선 너의
발목을 움켜쥐면서 나는
불사신이 되길 바랐던 마음을 이해했어
눈을 치켜뜨는 대신
고개를 젖히고
내려다보았다
멀미가
역류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해
발목이 자꾸 얇아진다
움켜쥘 수 없을 정도로
3
우리는 자주
끝보다 슬픈 끝자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소매를 잡아당기는
너의 습관을 생각해
지워진 문장과
둥글어진 지우개
그 위에 눌러쓴 문장
이건 새것이야
이런 생각도 괜찮을까
나는 나의 기원이 여기인 것 같아
너는 나의 최초를 목격한 증인
어제 같은 건 없어
너는 말한다
셋 뒤에 올
둘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