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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작)시_번지점프
강지민 ㅣ 기사 승인 2023-12-05 15  |  683호 ㅣ 조회수 : 125

번지점프



1



나란히 선 현관의 발



우리는 세계를 버리고



고통을 문 바깥으로 미루어둔다



손금을 잃더라도 계속 손을 잡고 싶어



끝나지 않는 지문이 맞닿을 때



같은 손가락엔 반창고가 붙어있다



비좁은 바닥을 채우며



네가 물었지



지구가 실은 네모난 것이 아닐까



세상엔 온통 모서리뿐인데



나는 너의 팔꿈치를 쓰다듬었어



밤을 통과하면 도착하는 어제의 나



믿음이 옆에서 옆으로 옮는다



나는 이제 사각형만 볼 수 있는 사람



2



고소공포증은



내려다볼 때가 아니라



올려다볼 때



생기는 거더라



창틀을 밟고 선 너의



발목을 움켜쥐면서 나는



불사신이 되길 바랐던 마음을 이해했어



눈을 치켜뜨는 대신



고개를 젖히고



내려다보았다



멀미가



역류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해



발목이 자꾸 얇아진다



움켜쥘 수 없을 정도로



3



우리는 자주



끝보다 슬픈 끝자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소매를 잡아당기는



너의 습관을 생각해



지워진 문장과



둥글어진 지우개



그 위에 눌러쓴 문장



이건 새것이야



이런 생각도 괜찮을까



나는 나의 기원이 여기인 것 같아



너는 나의 최초를 목격한 증인



어제 같은 건 없어



너는 말한다



셋 뒤에 올



둘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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