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마르지 않아 퀘퀘하게 퍼진 방 안에는 옷이 널브러져 있고, 그 옆으로 값싼 운동화가 헤진 채 신발장을 가득 채운다. 불려 놓지 않은 식기에는 언제 먹었는지 알 수 없는 음식물 쪼가리들이 매말라 있고, 찬장에는 식용유 조금이 겨우 병에 붙어 있다. 매트리스 한쪽은 터져 스프링이 튀어 나왔고, 다행인 점은 이것이 그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에 온점은 왜 붙이니? 아름다워야 할 시에는 온점의 단호함 따위 필요하지 않단다. 이건 단호함이 아니에요. 갑갑함, 답답함이죠. 시가 어떻게 수려하기만 할까요.
브랜드 없는 옷들과 가방, 옵션이라는 이름 아래 제 것이 없는 가구. 이것들이 그의 인생에 침투한 것인지 그가 가구들이 사는 방에 침입자가 된 것인지. 이것을 생각하기엔 지친 몸. 어쨌거나 그에게 주어진 5평 남짓한 방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시가 수려하지 않다면 어떡하니. 시는 사유의, 서정의 문학이란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그럼에도 그의 침대 구석에는 가우디가 세상에 내놓은 걸작들에 관한 책, 특히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페이지. 완공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인가, 완공을 앞두고 있기에 아름다운 것인가. 100년 넘게 지속된 불완전성과 그. 파밀리아 성당 위에는 그의 일기장이 있다. 일기장 속에는 나름 정돈된 글씨의 서정. 자책 그러나 자신에 대한 믿음.
시가 아름다운 건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이죠. 흔들리고 복잡해지는 마음을 정리된 단어로 표현하였을 때의 안정성. 그것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거예요.
그의 책상 위에는 먼 훗날 누군가 살아갈 집 도면과 각도기, 자가 있다. 너무나 많은 지우개똥도. 이윽고 그는 침대에 누워 파밀리아 성당 꿈을 꾼다. 불완전, 흔들림. 그렇기에 완성될 여지가 있고, 더 성장할 가치가 있는 성당의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