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학과 대학원 석사학위 청구전을 돌아보고
기자 승인 2026.05.09 11 713호



▲ 한길홍 교수 (조형대학)


 

 2009년, 정년 퇴임한 이후에도 나는 여러 해 동안 대학원생들의 석사학위 청구 전시를 빠짐없이 관전해 왔다. 그들의 작품은 나름으로 새로운 시도와 조형적 변화를 엿볼 수 있어 나에게는 흥미와 기대를 준다. 작품 중에는 꼭 좋은 결과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개중에는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도 있고, 또 기대 이상의 출중한 결실을 거두어 보람된 전시를 펼치는 원생들도 있다.



 근년에 들어 서울과기대 대학원은 눈부신 변화와 발전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명문 대학 출신들은 물론 지방의 유수한 대학, 나아가 해외에서까지 유학의 길을 찾아오고 있어 지원율은 높은 수준에 이른다. 국립대여서? 등록금이 싸서? 서울에 위치해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니다. 물론 이면에는 그 영향도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느 대학의 도예학과보다 교수진이 우수하고 졸업생들의 작품 활동이 활발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학부를 포함한 대학원생들의 실습 공간, 다시 말해 실기실의 규모나 시스템은 세계 어느 대학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최상의 여건이다. 내가 재임할 때 학부장직을 맡아 일구어놓은 보람된 업적이기에 못내 자랑스럽다.



 교수들은 연령층이 젊은 편인 데다 출신 대학이 다양하고 유학을 다녀온 해외파들도 있어 학생들에겐 다양한 도예의 영양가를 섭취할 수 있는 교육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 경덕진도예학원의 진시링 총장이 과기대를 방문했을 때 도예학과의 시설 여건과 규모에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를 포함한 해외의 많은 작가들도 도예학과를 방문했고, 심지어 러시아 작가 여섯 명이 한 달간 실기실에서 워크숍을 한 후 한전갤러리에서 전시를 치를 정도의 훌륭한 시설 여건, 자랑스러운 실습 공간이다. 졸업생들의 활동은 칭찬을 거듭해도 부족함이 없다. 가까운 도자기 마을 이천의 ‘예스파크’에 둥지를 튼 과기대 출신들의 활동 반경이나 존재적 가치는 한국도자사에 새겨둘 만한 활약을 보인다. 그들의 움직임은 과기대 출신들만이 할 수 있는 어떤 면에서 상상을 초월하고 상식에서 벗어난 특별한 존재들이다. 훌륭한 작업 여건, 우수한 교수진, 열성적인 졸업생들, 이 모든 여건과 배경 속에서 펼쳐진 서울과기대 대학원의 학위청구전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은 전공 분야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조형예술과 미술 미학에 바탕을 둔 이론과 작품을 연구하는 교육과정이다. 따라서 학위 취득을 위해 연구 주제에 의한 작품 제작으로 전시를 통해 작품을 발표해야 하고 아울러 주제에 따른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여기서 전시 발표는 과기대만의 자신감이랄까, 원생들의 실제적 경험의 터득이랄까, 이를 위해 개인전이라는 형식을 빌려 문화예술의 중심거리인 인사동에서 판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은 사회적으로 문화나 예술에 대한 이해와 호응이 크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많아진 탓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3월의 마지막 토요일, 전시가 종료되기 전에 인사동, 북촌,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동선 스케줄을 잡고 아내와 함께 순회 관람의 발길을 옮겼다. 나는 석사학위 청구전의 작품들을 피상적으로, 또는 즐거운 감정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구체적인 시각에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지적해 왔다. 최근 몇 해 동안 청구전의 성향이 비교적 젊은 교수들의 지도 탓인지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탓인지, 또 아니면 작품 제작에 드는 비용 탓인지 나는 작업의 주제나 작업 방식에 있어 편향된 점에 문제를 느끼며 이를 지적해 왔다. 특히 도자예술의 근원인 흙의 매체적, 질료적 특성에 비중을 둔 작업이 전무하며 개념 예술적 바탕이나 공예 미학적 쓰임이나 기능에 맞는 작품도 찾아보기 힘든 점에 대해서도 불만스러운 입장을 보여 왔다. 대체로 동일한 재료 선택에다 캐스팅이나 석고 틀에 의한 작업, 기물의 크기가 천편일률적으로 주먹만 한 크기들의 나열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마치 솜씨 자랑의 경연장 같다. 작품이란 게 아이디어의 소산물만은 아니다. 그것은 주로 상품적 가치에 적용되겠지만 도자예술의 범위를 폭넓게 수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탐색과 도입, 시도와 연구에 몰입해 창조적인 결실을 펼쳐 보여야 할 것이다.



 전시장 다섯 곳을 순회 관람한 우리 내외는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어떻게 한 건지도 모른 채 곧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아니 뻗어버렸다. 이틀간 가벼운 몸살을 했으나 우리 내외에게는 무척 행복한 나들이가 되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찾아본 멋진 청구전 순회 관람이 되었다. 대학원 석사학위 청구전이 갖는 의미와 기대는 도자의 예술적 변화와 미적 가치가 젊은 의식에 의해 어떻게 탐색 되고 시도되며 새롭게 표현해 가느냐에 따라 한국도예의 새로운 지평이 그려질 수 있는 것이다. 지도교수들의 노고와 젊은 그대들의 땀과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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