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표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헌혈이 생명을 좌우할 정도의 행동인가 의구심이 들 수 있겠지만, 이 표현은 절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현재까지 혈액을 대체할 물질은 존재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그렇기에 혈액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헌혈밖에 없으며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위에 헌혈의 집이 존재하지 않아 헌혈을 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우리대학 근처 헌혈의 집을 알게 돼 헌혈을 하게 됐다. 내가 방문한 헌혈의 집은 헌혈의 집 중계센터로, 우리대학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헌혈의 집 중계센터는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아, 평일 학교 공강 시간을 활용해 방문했다. 평일 오후 2시쯤 방문한 헌혈의 집에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내 예상과 다르게 이미 헌혈자 2명이 방문해 있었고, A4 1장에 꽉 찬 예약자 명단이 붙어져 있었다. 헌혈의 집을 나설 때까지도 계속해서 헌혈자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만약 방문한 날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다면 헌혈의 집 사이트에서 예약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예약을 따로 하지 않아 방문 접수를 통해 헌혈할 수 있었고, 간단한 전자 문진을 한 후 바로 혈액 검사를 할 수 있었다.
헌혈은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격 조건을 충족해야 헌혈이 가능하다. 자격 요건으로는 나이, 체중, 건강진단, 약물, 질병, 외국 여행 등이 있다. 전자 문진과 혈액 검사를 통해 해당 조건을 확인하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헌혈의 집에 방문해도 헌혈을 하지 못하는데 다행히 자격 조건을 만족해 헌혈을 진행할 수 있었다.
헌혈은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 발이 무릎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는 의자에 앉아 진행되며, 채혈하는 데에는 5~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헌혈이 처음이라고 말씀드리니 각종 안내 사항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고, 굵은 바늘이라 조금 아플 수 있다고 했지만 별로 아프지 않았다. 헌혈하는 동안 헌혈 기념품을 고를 수 있었는데, 전혈에 해당하는 상품에는 영화관람권, 커피 교환권, 편의점 교환권, 기부권 등이 있었다. 헌혈 후에는 안정상의 이유로 10분 정도 자리에서 휴식을 취한 후, 대기실에서 10분을 추가로 회복한 후에 귀가할 수 있다. 대기실에는 헌혈자들의 수분 섭취를 위해 음료들도 비치돼 있어 이온 음료를 먹으며 편안히 대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헌혈의 집을 나오며 든 생각은 ‘진작 헌혈할 걸 그랬다’는 후회였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헌혈 기념품을 받아 기뻤고, 무엇보다 나의 피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이 뿌듯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나 헌혈 주기인 8주 후 다시 헌혈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혈액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액 수급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항상 특정 양 이상의 혈액이 수급되고 있어야 한다. 대한적십자사는 그 기준이 되는 적정 혈액 보유량을 일평균 5일분으로 판단하며,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이 1일분 미만일 경우 즉각 대응 태세에 돌입한다. 헌혈을 마치고 그날의 혈액 보유 상태가 궁금해 확인해 보니 4.7일 치의 혈액을 보유한 상태로 일평균 5일분을 넘지 못해 혈액수급 부족 징후를 보이는 관심 단계에 해당하고 있었다. 수치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혈액 수급이 충분하게 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1시간 정도 여유를 내어 헌혈의 집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