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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고민해야
양정현 ㅣ 기사 승인 2023-03-13 16  |  671호 ㅣ 조회수 : 165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고민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의 일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모사(模寫)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대개 그 성능이 보잘것없었다. 그러던 것이 2010년대 이후 갑자기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인공지능이 속속 등장했다.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듯이 2016년에 알파고(AlphaGo)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바둑으로는 인간 최고수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하는 일이 일어났다. 언어처리 부문에서도 각종 챗봇과 인공지능 스피커는 그동안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기 일쑤였지만, 이번에 나타난 ‘챗GPT’라는 서비스는 대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어느새 상당히 그럴듯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챗GPT가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자신이 지금 하는 업무를, 때로는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이 주로 바둑이나 야구 또는 증권 기사 같은 비교적 특수 직역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이제는 직장인의 상당수가 업무상 수행하고 있는 일, 즉 자료를 분석하고 그것을 엮어 설득력 있는 글로 완성하는 작업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내가 하는 일을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모종의 위협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으로 우리는 그동안 오픈AI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챗GPT에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느 지점에서 부족함을 보이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인공지능 시대’의 대중화는 이제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대학 역시 그에 걸맞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대학은 2017년에 전교생에게 기초적인 코딩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컴퓨테이셔널 씽킹(Computational Thinking)’이라는 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교과목은 불과 4년 동안 운영된 후 2021년부터 교양필수에서 해제되었고 이후 교양선택으로 한두 강좌씩 개설되다가 올해 들어서는 개설조차 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대학 교양교육 과정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교과목은 ‘인공지능 기초와 활용’, ‘인공지능의 수학과 과학’, ‘인공지능과 인간’,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네 과목뿐이다. 인공지능이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부문에서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우리대학의 교육과정은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전교생을 획일적으로 가르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학은 교과과정을 넘어 우리대학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국내외 여러대학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챗GPT 활용해 과제를 수행할 것에 대비해 고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한 대학에서는 ‘챗GPT 윤리강령’을 발표해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되 그것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우리대학 역시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완성한 수업 과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일관적인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인간이 보다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로 보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성찰하며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대학 당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인재를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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