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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라는 위기와 대학의 역할
null ㅣ 기사 승인 2023-11-20 16  |  682호 ㅣ 조회수 : 182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었던 작품 <하이브>에는 거대화된 곤충이 등장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상의 산소 농도가 올라가게 되었고, 벌과 개미, 귀뚜라미와 같은 곤충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몸집이 커지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거대 곤충은 세계 각국의 도시를 습격하며 인류 문명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일견 작가의 SF적 상상력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와 그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 양상을 보면 마냥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만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적 규모의 비가역적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이미 19세기부터 여러 과학자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에 따라 지구가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후 이러한 ‘온실 효과’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었고, 급기야 1989년에 UN은 ‘기후변화를 위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구성해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확증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첸이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을 통해 인류가 지구 지질과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감안해 새로운 지질 시대로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늘날 탄소배출에 의한 기후변화가 비가역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과학적 사실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과학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가 일반 대중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최근에야 조금씩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녹아내리는 빙하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의 이미지가 우리의 삶의 양식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자동차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고, 배달음식을 편리하게 먹기 위해 일회용품을 죄책감 없이 사용하며, 스마트폰으로 의미없는 사진을 찍어 클라우드에 올리고 있다. 그러던 것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의 일상에 직결되는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최근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강추위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여름에 폭우가 쏟아져 서울 각지에 침수 사고가 나는가 하면, 평균 기온이 점점 상승해 감귤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위에서 언급한 <하이브>에서처럼 거대 곤충이 등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느닷없이 송충이나 나방이 기승을 부린다는 언론 보도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렇게 기후변화라는 위기는 한 걸음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대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인류가 직면한 유례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합연구가 필수적이다. 기후위기는 특정한 분야에서 제시하는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만으로 넘어설 수 없다. 물론 한편으로는 탄소포집(Carbon Sequestration)이나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높이는 등의 요소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노력은 중요하다. 다만, 기후변화는 반드시 복합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수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과 공학,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포괄하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성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서울과기대도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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