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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좋아요
null ㅣ 기사 승인 2024-05-13 13  |  689호 ㅣ 조회수 : 54

 19세기 개항 이후에 아시아의 베니스라고 불린 상하이는 유럽풍의 근대건물, 현대식 빌딩이 즐비하고 동방명주 탑이 있는 푸동지구는 화려한 야경을 자랑한다. 푸동지구가 조성되던 당시는 폭증하는 전력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인근 소도시들의 야간 전력 공급을 통제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사정이 달라졌겠지만, 그 시절 상하이의 관광 지구를 살리기 위해 어두운 저녁을 견뎌낸 사람들 마음이 어땠을까.



 오늘 한국의 연구 집단, 대학에서 오래전 상하이와 인근 지역이 겪은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다. 재정 악화 때문인지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교육부에서도 학령기 인구 감소에 대응하려고 정원을 감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모든 분야가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첨단 분야,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전공에는 오히려 정원도 추가해 주고 지원도 대폭 늘리고 있다. 재원과 인원의 총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쪽이 수혜를 입으면 나머지는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 마음은 어떨까.



 전기 공급 문제를 지원 불균형 상황에 비유해 본 것이지만 실제로 전기 에너지 문제가 최근에 심각해졌다고 한다. 생성형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난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보다 10배에서 30배 정도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다. 데이터 센터에서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고 그만큼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스웨덴의 한 지역만 하더라도 데이터 센터 수십 개가 지어졌고 센터 하나가 스웨덴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1~2퍼센트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탄소 배출량도 어마어마하다. 데이터 센터가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의 4퍼센트 가까이 차지한다고 하는데 더 많은 데이터 센터를 북유럽 국가에 지을 계획이란다.



 모바일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그저 작은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환경에 무해한 듯 호도되지만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반(反)생태적인 측면이 있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라는 책에서 저자는 “동료가 당신과 고작 10미터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당신의 ‘좋아요’는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로 학교 소식을 알리고 챗지피티로 연구와 과제를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 된 대학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새로운 기술환경에 적응할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가르쳐야 하니 현재 상황을 기술 낙관주의, 기후 악당이라고 마냥 비판할 수 없겠다. 그렇지만 4차 산업 운운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짚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 사고하고 책을 탐독하면서 성찰하는 것을 뒤처진 일처럼 여기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첨단학과에 투자하는 것의 일부라도 리터러시와 윤리에 관심을 기울여서 균형을 잡는 것이 대학다운 면모일 것이다.



 이쯤에서 도서관 이야기를 꺼내면 속 보인다고 하겠으나 정보의 효율 못지않게 지식 탐구는 여전히 중요한, 어쩌면 지금 더 중요해진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거리의 사상가로 불리는 우치다 다쓰루는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라는 책에서 “도서관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가르쳐 주는 장소”라고 설명한다. 한 권의 책과 숙명적인 만남, 인생에 이정표가 될 사상가를 찾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두운 저녁을 견뎌야 했던, 지금도 견뎌야 하는 사람들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4월부터 더웠으니 이번 여름은 어느 해보다 덥겠다. 한정된 에너지를 두고 냉방기를 틀 것인지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면 어떤 것에 ‘좋아요’를 누를까? 챗지피티에게 물어봐야 할까?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진짜 챗(chat)으로 시원하게 지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좋아요’ 대신에 진짜 손을 들어 ‘엄지척’을 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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