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다는 것
기자 승인 2026.05.09 11 713호

 이찬영 (건설시스템공학과·22)



 요즘은 누구나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고 어디를 가든 배경음악처럼 적당히 어울리는 음악이 깔려 있다. 음악이 흔해진 만큼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 역시 가벼워졌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인식되기보다는, 공간의 적막을 채우거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소모품 정도로 인식되어 간다. 과연 음악을 ‘듣는다’라는 행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여야 할까?



 학교에서 대중음악에 관한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음악이란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철저하게 계산된 상품이라는 것을 배웠다. 음악 시장 생산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현실에 대해 들으며 마음이 씁쓸했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이어폰을 꽂는 순간, 내 머릿속에 한 줄기 번개가 쳤다. 그때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던 내가 고른 노래는 분명 단순한 ‘상품’이 아닌 울림을 주는 매개체였다.



 상품화된 형태로 음악을 인식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대 자본과 손을 잡고 세상에 나온 노래가 결코 음악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장 논리에 기반한 수많은 음악 속에서 몇 안 되는 ‘진심’을 담은 음악들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음악의 진정한 매력은 다양성과 자유로움에 있다. 음악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같은 맥락의 노랫말이라도 전달하는 방식에서 멜로디나 리듬이 모두 다르고, 반대로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이라도 전달하는 메시지는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듣고 싶은 음악을 각자의 취향과 감정에 맞추어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피곤한 날에는 신나는 노래들을 골라 들으며 에너지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기도 하고 조용한 새벽에는 감성이 잔뜩 들어간 잔잔한 노래들에 마음이 이끌리기도 한다.



 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정 향기 등의 감각적인 자극을 통해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프루스트 현상’처럼 음악도 타임머신의 기능을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차 안,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던 옛날 가요를 우연히 요즘 다시 마주했을 때 다시 그 시절의 뒷좌석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신비한 경험을 하곤 한다.



 스트리밍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다. 스트리밍을 통한 감상이 낱장의 사진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면, 앨범(LP)의 감상은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과 같다. 한 곡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던 아티스트의 의도와 음악의 울림은 앨범을 통째로 듣는 행위에서 올 때가 많다. 특히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수동적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행위에 비해, 직접 앨범의 커버와 분위기를 살피고 트랙의 리스트와 노랫말을 확인하며 듣는 행위는 능동적 주체로서 음악을 대하는 좋은 태도이다.



 작년 봄에 신인류라는 밴드가 정규 앨범, ‘빛나는 스트라이크’를 발매했다. 자극적인 것과 혐오 등의 감정에 익숙한 사회 속에서 원초적인 사랑이라는 서사를 담은 10곡 남짓한 트랙의 풍성한 앨범. 평소에 좋아하던 밴드라 앨범을 차근차근 들어봤다. 뻔한 듯하면서 어딘가 색다른 문법의 노래들에 따뜻한 노랫말이 얹혀서 당시 고단했던 필자의 삶에 한 줄기의 위로 이상의 해방감을 선사했다. 당시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없이 들으면서 사랑하는 이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음반 부분 수상까지 하게 된다. 신인류는 상품 논리보다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처럼 ‘정면 돌파’를 택했고 대중들의 공감을 얻으며 ‘작품’으로서의 음악과 앨범 단위의 서사가 여전히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직은 낭만을 믿는 필자에게 음악이 주는 따스함은 영혼을 채우는 양식이 된다. 이 따스함은 앨범 단위의 긴 호흡으로 음악들을 감상할 때 배가 된다. 파편화된 형태로 한 곡씩 음악을 듣는 것도 물론 좋지만, 오늘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듯이 취향껏 앨범 하나를 골라서 느긋하게 서사를 따라가며 음악의 세계에 푹 빠져보는 것을 권한다.



 때로는 알고리즘의 추천에서 벗어나 스스로 앨범을 골라 듣는 낯선 도전을 통해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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