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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의 두 얼굴
박수영, 윤성민, 박하나 ㅣ 기사 승인 2017-10-02 15  |  591호 ㅣ 조회수 : 5624
신동엽, 주지훈, 이승철, 탑.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대마초 흡연 혐의로 뉴스를 장식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대마초 흡연 사건·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유명 스타들의 ‘대마초 파동’ 이후 연예계에서는 거의 매년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마약의 ‘마’는 대마(大麻)에서와 같이 삼(대마)을 가리키는 마(麻) 자를 쓴다. 즉, 마약이란 단어의 기원이 대마인 것이다. 의학적으로 대마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이 함유된 대마의 꽃과 잎을 말린 것을 말한다. 카나비스 혹은 마리화나라고도 불린다. THC 성분은 대마초의 주성분으로서 향정신성 화학작용을 일으켜, 진통을 억제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도 대마초에는 카나비놀, 칸나비디올 등 66가지의 카나비노이드(대마초의 화학 성분의 총칭)가 포함돼 있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대마초 사용법은 종이에 말아 담배처럼 불을 붙이고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마 단속은 2000년부터 시행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여기서 단속대상인 대마는 대마초와 그 수지 및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해 제조된 제품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대마초 재배를 허가제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마에서 추출된 THC 성분을 가진 제품의 생산 및 판매는 엄격히 금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마초의 규제와 처벌을 강하게 집행하는 나라 중 하나다.



대마는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다. 대마의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대마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에서 발견됐다. 한 서적에 따르면 기원전 2,700년 센눙(神農) 황제시대 때 의학서에 대마를 신비한 약초로 묘사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다만 신농 시대 자체가 실제 역사인지 의견이 분분한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마가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재배돼 온건 사실이다. 대마는 기원전 1,500년에 이르러 유럽 등 전 세계로 퍼졌고 진통제 및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사용됐다.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과 얽혀있는 게 또 대마다. 중국인들은 대마를 이용해 기원전 100년에 문자를 기록할 수 있는 원시적인 종이를 만들었다. 당시 환관이었던 채륜(蔡倫)이 제지기술을 개발했는데, 대마를 주 원료로 사용했다. 이후 이슬람권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종이는 당시 혁명을 일으켰다.



19세기 유럽제국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마는 중요한 작물로 부상했다. 해양의 시대였던 19세기에 크고 튼튼한 배는 필수 요소였다. 대마는 질기고 튼튼한 범선의 돛과 로프의 원료로 유럽 국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작물이었다. ‘대마전쟁’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과 미국-영국 전쟁 등 대마는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마는 오래 전부터 재배됐다. 『삼국유사』에는 가야가 허왕후의 나라인 아유타국에 베를 보낸 기록이 있다. 대마를 이용해 직조한 직물이 우리에게 익숙한 삼베다. 이를 미뤄봤을 때 과거 한반도는 대마를 재배했을 뿐만 아니라 대마를 이용한 직조기술 또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마는 사회의 금기로 여겨진다. 대마를 피우면 폭력적으로 변하고, 대마의 중독성도 강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속속 밝혀지는 대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대마의 위험성은 과장돼 있다.



먼저 대마를 피우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통념은 거짓이다. 대마는 흥분제가 아닌 ‘다운 필’ 마약이기 때문이다. 다운 필 마약을 피우면 오히려 사람이 차분해지고 공격성이 둔화한다. 실제로, 대마를 합법화한 콜로라도주의 덴버에서는 살인과 강도 사건이 각각 24.4%, 3.3%, 강간은 2.5%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마의 중독성도 술이나 담배보다 낮다. 미국 국립 약물 남용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가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마초 이용자 중 오직 9%만이 의존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술(15%), 담배(32%)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마에 대한 오해는 군사정부가 고의로 대마의 위험성을 과장한 탓이 크다. 1976년 박정희 정권이 마리화나를 마약으로 단속하면서, 대마가 폭력적 성향과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광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마의 위험성이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가 알지 못한 위험성이 발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마는 오랫동안 마약으로 분류돼 연구 자료가 많지 않다. 대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 전에 연구가 더 필요하다.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대마의 안전성을 근거로 한다. 대마의 중독성과 위험성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합법화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마가 술이나 담배와 다를 바 없으며, 대마의 흡연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의 지나친 간섭이라고 주장한다. 대마를 합법화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미국이나 핀란드, 네덜란드 등 선진국은 소량의 대마 사용을 처벌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마 이용이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아울러, 대마를 합법화함으로써 마약 거래상이나 암거래 시장을 제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마가 금지된 덕분에 마약 거래상은 큰 부를 축적해 왔다. 다른 판매처가 없어 부르는 게 값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하경제는 각종 범죄와 비리의 온상이었다. 이를 대마 합법화를 통해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마를 국가가 관리함으로써 마약의 유통을 막고 대마 이용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뜻이다. 네덜란드는 이러한 주장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는 예시다.



대마를 통한 세수 증대도 대마 합법화의 근거 중 하나다. 대마를 미국 최초로 전면 합법화한 콜로라도주는 대마초 판매를 통해 세수를 크게 확보할 수 있었다. 기호용 대마판매로 한화 약 1,436억 원가량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이런 세수 증대로 미국 각 주의 대마초 합법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마초의 의료적 측면도 대마초 합법화의 중요한 화두다. 대마초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뇌 인지장애에 효능을 보였다. 독일 본 대학 연구진들의 실험에 따르면 대마초를 투여한 쥐의 인지기능이 개선됐다. 또한, 의료용 대마초는 각종 발작을 완화하고 부작용도 기존 약물보다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뇌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 보호자는 의료용 대마초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의료용 대마초를 허용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대마초 합법론자의 주장과 달리 대마초의 환각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대마초 반대론자들은 술이나 담배와 다른 대마초의 환각효과를 경계한다. 이런 환각효과는 대마초 이용자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폭력적인 성향을 유발시키지 않는다 해도 거리나 방향 감각의 이상으로 안전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 대마초 흡연자가 운전했을 때 음주운전처럼 ‘도로 위의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마초의 위험성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대마초의 환각효과는 간과할 수 없다.



또한, 대마초가 더 위험한 마약으로 진입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관문 이론’도 대마초 반대 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관문 이론은, 대마초의 환각효과에 노출되면 더 환각효과가 큰 마약으로 진입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대마초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긍정적인 미국에서도 대마초는 비행 청소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대마초를 허용하면 청소년의 탈선과 마약 중독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대마초가 세수 증대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그들에게는 국민의 건강을 대상으로 돈놀이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마초는 담배보다 더 깊숙이 들이쉬는 방식이다. 이런 유형은 폐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아직 대마초에 대한 위험성은 자주 보고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위험성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기호용 대마초를 통해 세수를 늘려도 고스란히 국민의 치료비로 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대마초를 둘러싼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극명하게 갈린 대마초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마초 합법화에 긍정적인 국가가 늘고 있다. 대마초를 완전히 합법화한 나라는 거의 없지만, 의료 목적으로 부분 합법화를 인정하는 국가는 많다.



미국의 경우, 2014년 콜로라도주에서 최초로 기호용·의료용 대마초 모두 합법적으로 허용됐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기호용과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모두 승인한 지역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총 9개 주다.



지난 8월, 뉴욕타임스는 ‘대마초 금지법을 폐지하자’며 대마초 합법화를 공론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알코올보다 훨씬 덜 위험한 물질을 규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됐다”며 성인의 대마초 흡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이 대마초 합법화에 적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대마초 성분이 제약업계에서 관심을 두는 신약 물질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따르면 대마초는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완화해주고,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최근 전 세계 최초로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한 나라가 나타났다. 지난 7월 우루과이가 일반 약국에서 대마초를 판매하기로 했다. 현재도 우루과이의 일부 약국이 대마초를 판매하고 있다. 우루과이 정부는 마리화나가 불법으로 유입돼 거래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합법화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미국, 우루과이뿐만이 아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가 대마초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2001년 벨기에 정부는 대마초의 개인적 사용을 합법화하는 데 동의한 바 있다. 프랑스는 대마초 소지로 체포된 혐의자의 대부분을 기소하지 않고 있으며, 독일·스페인 등 여러 유럽 국가가 대마초에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에게 대마초 합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대마초에 긍정적인 인식이 피어나는 국제 추세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직 우리나라는 대마초 합법화 찬반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그러나 대마초 합법화 논의에 있어, 먼저 미국과 유럽이 선험적으로 실행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이들의 마약 관련 정책이 매번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마약 관련 정책을 ‘전쟁’으로 수행했던 국가에서 마약 관련 범죄가 감소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한편, 무분별한 억제 정책을 펼친 국가에선 저항이 일어나기도 했다.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대마초에 대해 더욱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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