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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완, 구의림 기자   |   2021.12.05   |   6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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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 주요뉴스
한국 산업계를 덮친 공급망 쇼크 원자재 공급망 위기의 확산   최근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으로 인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물류 대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오염물질 저감장치(SCR)를 의무 장착해야 하는 대부분의 경유차는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요소수를 꼭 필요로 한다. 요소수를 제때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저하돼 정상 운행이 어렵다. 특히 주행거리 1만 5천~2만km마다 요소수를 보충하는 승용차와 달리 화물차는 300~400km마다 요소수를 넣어야 한다. 따라서 요소수 부족이 화물차 운전자에겐 비상일 수밖에 없다. 국내 디젤 화물차 330만 대 가운데 200만 대 정도는 요소수를 필요로 해 이는 자칫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요소수가 주로 쓰이는 디젤 차량에 큰 영향을 줘 물류뿐만 아니라 ▲건설 ▲여객 수송 ▲승용 운행 등 여러 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우리나라만 어려움을 겪게 됐을까. 그동안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했다. 그러나 호주와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 내 석탄이 부족해지며 가격이 상승했고 요소 가격도 함께 상승해 요소 물량도 줄어들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 중국이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고, 이는 중국이 자국 내에서 먼저 수급을 맞추기 위해 사실상 수출 제한 조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조처로 차량용 요소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며, 국내생산 중단과 수입선 집중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일본의 경우 요소의 국내 생산 비중이 80%에 달해 해외 의존도가 낮고 수입선도 다양하다. 이번 사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원자재 공급망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것의 위험성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 자동차의 전자장치들을 연결하는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가 국내 완성차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는 사태가 발생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이 부품의 생산을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공장 가동 중단과 춘절 연휴가 겹치며 와이어링 하네스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현대자동차 ▲기아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공장이 연이어 멈춰 섰다. 이로 인해 자동차 부품업체는 물론 철강과 화학 등 산업 전반에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 산업계는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을 전면 점검하고 주요 품목을 비축하는 등 공급망 위기상황에 대비해왔다고 하지만 이후에도 반도체 부품 품귀로 생산 차질을 겪는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재까지도 공급망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요소수 공급 대란이 사람들에게 가장 큰 화두가 됐고 큰 파장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제2의 요소수 사태’를 일으킬 원자재 수급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전반에 높은 비중으로 특정 원자재 등을 한 나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요소수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 중국 수입 의존도는 83.5%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산화 텅스텐은 중국에서 94.7%를 수입한다. 특히 자동차 차체와 차량용 시트 프레임, 항공기 등 부품 제작에 필요한 마그네슘 잉곳(주괴)의 경우에는 중국산이 국내 소요량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2019년 일본의 수출 제한 이후 국산화에 나선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산 수입 비중이 13.2%에 그쳤다.   이외에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입품목 1만 2,586개 중 3,941개 품목이 특정 외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절반(1,850개)에 달하며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 11월 21일(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세계 경제를 장악하기 위한 패권 경쟁   공급망 리스크를 겪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미·중 패권 경쟁 지속 ▲기상이변 등의 전 지구적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국가와 기업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고 주요국들은 각자도생의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생산 문제에 관련해서는 중국이 전 세계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이를 ‘차이나 리스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요소수 대란도 일종의 차이나 리스크다.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이 글로벌 소비재 공급망에서 1차 출발점이자 생산 허브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미국·유럽 등 세계 기업이 중국으로 공장을 대거 이전했고 공해 산업의 중국행이 본격화됐다. 특히 선진국이 인건비·환경오염 등 이유로 ‘천연자원의 1차 가공업’을 중국 공장에 떠넘긴 것이 지금 현재 와서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 그 이유는 희귀금속을 재료로 하는 첨단·소재산업이 중국의 보급력에 의존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수출을 멈추면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들이 휘청이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천연자원 1차 가공업의 채굴·제련 과정은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원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인해 위드코로나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 회복의 낌새가 보이며 소비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도 공장을 돌리기 위한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 전기 생산량의 60% 정도를 화력발전에 의존하는데, 문제는 전 세계적인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 속에 중국이 석탄·석유 투자를 줄여왔다는 점이다. 여기에 중국은 호주와 무역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스스로 끊은 것도 자충수가 됐으며, 결국 유례없는 전력난 속에 공장이 줄줄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닥쳤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생산과 물류 전반에 적신호가 울린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자원의 가격을 올리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하는데 지금이 그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글로벌 공급망을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세계 경제에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패권 경쟁 대해 알아야 한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분업화가 가속화되고 IT산업이 세계 경제의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다. 또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심각성을 느끼고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산업 전반에서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진 것에 비해 자원의 공급은 부족해졌다.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이 기존 자원들의 개발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자원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각국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하게 됐고, 경쟁국으로 들어가는 자원을 끊어내는 방식으로 견제를 하고 있다. 자원을 가진 국가는 자원을 인질이자 무기로 삼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IT 기술을 움켜쥔 미국과 그의 동맹 호주 그리고 제조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중국이 충돌한 패권전쟁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가 이 패권전쟁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급망은 안전한가?   우리나라는 반도체, 석유제품 같은 중간재 품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분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자원을 대부분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공급망 위기는 치명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도 30% 정도 되며, 그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희토류 같은 천연자원의 상당수를 의존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국이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들의 자원을 쥐고 흔들 수 있기에 상당히 위험하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공급망 재편을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중국은 자국 기업 우선주의를 앞세워 외국 기업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여 국내 기업들도 점차 발을 빼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요소수 수출 제한을 통해 한국에 경고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요소수 공급 위기로 한국·미국 등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고, 이로 인해 우리의 공급망 구조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했다.   정부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력산업 핵심 소재 관련 품목의 경우 특정국에 수입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글로벌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공급망 리스크가 일부 있다고 봤다. 이에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4천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했다. 4천여 개 조기경보시스템 대상 품목 중 100∼200대 품목은 ‘경제안보 핵심품목’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핵심품목은 품목별로 비축을 확대하고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며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맞춤형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의 방향성   우리나라 경제는 1960년대 대외지향적 개방화 정책을 추진한 이래 무역의존도가 80%에 이를 정도로 국제 분업 구조에 편입된 상태로 발전해 왔다. 다른 국가와의 비교우위에 특화해 생산·수출하고, 비교열위 제품은 수입하는 방식을 선택해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요소수나 반도체 소재의 경우처럼 상대 수출국의 정책적 선택에 극도로 취약한 경제구조가 돼버렸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국민경제가 순조롭게 발전하려면 항상 세계 경제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입의존도가 높은 특정 상품이나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생산구조 변화를 정확하게 추적해서 수입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체수입처를 발굴하거나 국내 대체생산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 둬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제2의 요소수 사태는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전에 일본과의 통상갈등으로 인해 반도체 소재 수입이 어려워지자 국내산 소재 대체를 통해 해결했던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하지만 국내 대체화가 가능해도 가격 면에서 비경제적인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대체 수입처를 찾는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즉, 우리는 세계 경제 변화 추이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며 국가 경제정책에서 국제통상 전략 수립에 대한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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