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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사망... 모스크바에도 봄은 오는가
박종규 ㅣ 기사 승인 2024-03-18 16  |  686호 ㅣ 조회수 : 70

나발니 사망... 모스크바에도 봄은 오는가



 지난 2월 16일(금) 러시아 연방교정청은 푸틴의 정적으로 불리는 변호사 출신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수감 도중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푸틴의 정적으로 불렸던 나발니까지 의문사를 당하자, 서방 언론들은 죽음의 배후에 푸틴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사망과 관련해 미심쩍은 부분들이 발견되면서 의혹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나발니는 누구인가



 나발니는 2011년 ‘반부패재단’을 설립하고 러시아 고위 관료들과 국영기업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푸틴의 정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총합 투표율 146%로 논란을 빚었던 2011년 러시아 총선 사태 때는 반정부운동을 주도하고 2013년에는 모스크바 시장으로 출마해 2위를 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하지만, 2018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선관위에 의해 후보 등록을 거부당하고 반부패재단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러시아 정부의 노골적인 감시의 대상이 됐다.



 단순한 법적 제재를 넘어 암살 시도를 당한 적도 있었다. 2020년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탑승한 나발니는 독극물 중독 증세를 호소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곧바로 러시아에서 치료받던 나발니는 독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베를린으로 옮겨져 치료받으며 의식을 회복했다. 독일 연방군 연구소는 독극물의 정체가 ‘노비촉’이라고 밝혔다. 노비촉은 러시아에서 개발된 독극물로, 중독될 경우 짧은 시간 내에 장기와 근육조직에 흡수돼 근육경련과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반부패재단은 나발니의 부재에도 푸틴의 초호화 개인별장 의혹들을 다루며 푸틴과 고위관료들을 계속해서 압박했다. 이에 대해 서방 언론들은 나발니가 독일에 망명해 반푸틴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나발니는 재활을 마치자마자 러시아 귀국을 택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돌아가지 않는 것은 푸틴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음을 의미한다”면서 “예전처럼 러시아의 정치활동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귀국과 함께 모스크바 공항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경찰에 의해 체포당했다.



 나발니가 구속되자, 러시아 각지에서는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가 일어났다. 110개 이상 도시에서 11만명 이상이 참여한 이 시위는 정부 당국의 코로나-19를 이유로 하는 집회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강행됐으며,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5,000여 명 이상을 체포하고 SNS 기업에 부적절한 시위 게시물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하게 대응했다.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



 러시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일어난 그의 죽음에 유족과 서방 언론들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연방교정국의 내부 보고서를 근거로 나발니 사망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FSB)이 해당 교도소를 방문해 보안카메라와 도청 장치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매체는 나발니 사망 발표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에서 2,000km 가까이 떨어진 외딴 교도소에서 발생한 나발니의 사망이 발표되자마자 2분 만에 교도소 당국은 준비된 자료를 발표했고, 4분 뒤 러시아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나발니의 사인이 ‘혈전’이라고 주장했으며, 그로부터 7분 뒤에는 크렘린궁 대변인이 언론에 그의 사망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이런 빠른 속도가 의미하는 것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인권 단체 ‘굴라구넷’의 창립자인 블라디미르 오세킨의 말을 인용하며, 나발니의 사망원인이 ‘혈전’이라는 러시아 국영 매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오세킨은 “그들이 나발니를 살해한 방식이 과거 KGB(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에서 쓰던 주먹 한 방으로 심장을 가격해 죽이는 기술과 유사하다”며 “그들은 먼저 나발니를 오랜 시간 추위에 노출해 혈액순환이 최저수준이 되도록 몸을 망가뜨렸을 것”이라며 정보요원에 의한 암살에 대한 가능성을 의심했다.



들끓는 ‘반푸틴’ 여론과 침묵하는 푸틴



 나발니의 사망 이후 푸틴을 향한 비난이 강하게 일고 있다. 베를린, 파리, 런던을 포함한 유럽 전역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는 나발니를 추모하고 푸틴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다. 미국과 EU에서도 푸틴을 비난하며 대러 제재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나발니 사망 직후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부하들이 한 일의 결과라는 것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된 수백 곳에 대해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EU 측은 EU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나발니의 사망에 대한 독립적이고 국제적인 조사를 허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푸틴은 이런 상황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망 경위 조사가 진행 중이며 필요한 모든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질문에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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