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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 없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4-04-01 16  |  687호 ㅣ 조회수 : 169

 작년 11월 28일(화) 공릉점에 장애인전용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 2호점이 개관했다. 지난 2022년 상계동에 1호점을 개관했던 ‘헤어카페 더휴’(이하 더휴)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전용 미용실로, 마들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한다.



 2022년 기준, 노원구의 장애인 비율은 약 5.25%로 서울 자치구에서 두 번째로 높다. 장애인전용 미용실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개관한 1호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호점의 개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구민들의 생활권과도 가까운 공릉동에 2호점이 열렸고, 현재 3~4주치의 예약이 차 있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상계동 지점이 개관했을 때부터 더휴를 애용했던 이순자 씨(월계동 거주)는 미용실에 대해 “최고”라고 표했다. 그는 시설이 편리할 뿐 아니라 비용까지 모든 측면이 만족스러우며, 더 가까운 공릉동에 2호점이 개관해 더욱 편하다고 말했다.



가깝지만 먼 배리어 프리, 더휴 공릉점



 지난 3월 14일(목), 장애인 친화미용실 ‘헤어카페 더휴’를 찾아갔다. 늘 다니던 공릉역 2번 출구를 지나 한천교 방향으로 향했다. 몇 년 동안 공릉동에 거주하면서도 공릉역 사거리 쪽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은 손에 꼽는다. 가깝지만 낯선 그 길을 두리번대며 지도가 가르키는 방향대로 따라갔더니, 얼마 안 가 ‘헤어카페 더휴’ 간판이 붙어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넓은 통창의 깔끔한 외관을 지닌 미용실은 언뜻 보기엔 일반 미용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미용실에 들어가려는 순간 출입문이 건물 정면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건물 오른쪽에 위치한 경사로를 따라가니 건물 뒤편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독특한 구조는 더 넓고 완만한 경사로를 위함이었다. 보도에 위치한 정문 쪽에 출입문을 설치하면 경사로를 좁고 급격하게 설계해야 하므로 휠체어 이용자들이 통행하기에 불편하다. 우리가 건물 정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경사로는 의무대로 설치됐을 뿐, 정작 사용자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본격적으로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시설 하나하나에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머리를 다듬으며 손님과 대화하는 미용사와 대기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까지, 여느 미용실과 같은 모습이었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미용실의 모든 시설의 높이가 낮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휠체어 이용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바닥엔 흔한 문턱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넓은 자동 출입문 앞에는 점자 블록이 깔려있었고 내부 입구 바로 옆에는 점자 안내판이 있었다. 이 점자 안내판의 공식 명칭은 ‘촉지도’인데, 이는 시각장애인이 전반적인 시설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건물의 실내 공간 및 편의시설의 위치정보를 돌출된 선과 면, 촉지기호, 점자 등으로 표시해 해당 건물의 출입구에 설치하는 장애인 편의시설이다.



 촉지도에서 눈을 돌리니, 이번에는 출입문 옆의 벽 하단에 있는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해당 스위치를 발로 눌러 문을 여닫을 수 있다. 편리함에 편리함을 더한 시설이었다.



 화장실 역시 장애인에 대한 섬세한 고려가 돋보였다. 넓은 자동문으로 통행의 편리는 물론, 사선으로 기울어져 설치된 거울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들은 고개를 살짝만 올려도 얼굴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거동이 불편한 손님들의 동선을 고려해, 샴푸를 위한 세면대는 머리를 손질하는 의자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덕분에 손질 후 추가적인 이동을 줄일 수 있었고 세면대의 높이도 조절이 가능했으며, 이 모든 게 일체형으로 가능했다. 몸을 가누기 힘든 손님은 의자의 벨크로를 통해 고정한다. 최대 200kg까지 들 수 있는 전동리프트도 구비돼 있어 중증 장애인들도 이동이 가능하다.



진정한 ‘우리’

사회를 희망하며



 더휴의 직원들은 사전에 장애인 인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 모두 장애인 유형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박건후 씨(이하 박씨)는 “상처받고 오는 분들이 계신다”며, “그분들이 심적으로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 장애 유형별로 세심히 배려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들의 경우 만족도가 가장 높다. 어떤 어머니는 아기 파마를 너무 해주고 싶은 거다. 근데 아이가 몸도 못 가누고 왔다 갔다 하니까 어머니가 아기를 2시간 동안 안고 파마를 해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근데 여기는 다들 장애인 특성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런 일로 눈치 보는 것 전혀 없이 편하게 미용 받고 간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서비스는 비장애인 미용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한 좋은 약재만 고집하며, 미용사들도 높은 경력을 자랑한다.



 미용 실장 윤순임 씨(이하 윤씨)는 장애인이라고 비장애인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말한다. 윤씨는 “비장애인 중에서도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게 하는 분이 있고, 또 장애인이지만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주는 분도 있다”며, “장애라고 분류해 놓고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벽”이라고 말했다.



 “일반 미용실에 있었을 때, 일부 고객들이 왜 장애인들은 머리가 다 그러냐고 말씀하곤 했다. 근데 그런 말 들으면 되게 화가 난다. 장애인 분들도 머리 예쁘게 할 수 있다. 근데 여기 와선 내 마음껏 예쁘게 할 수 있으니 보람 있다”



 한편 더휴는 노원구 주민만 이용이 가능하나, 다른 자치구 주민들의 예약 문의도 자주 들어온다. 비용을 더 부담하겠다며 이용을 부탁하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장애인이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정식 미용실로 장애인전용 공간이 마련된 것은 노원구가 유일하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를 따진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에겐 예외였다. 대다수가 당연하듯 누리는 편의시설들이 소수에겐 너무나도 간절하다. 그동안 사회는 장애인들을 ‘그들’로 분리하며 이들의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철저히 외면해 왔던 것은 아닐까. 장애 친화적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마음속 벽일지 모른다. 모두가 진정으로 가까운 사회가 되길 희망해본다.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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