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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연구개발 미래 먹거리인가 나눠 먹기인가
김시현 ㅣ 기사 승인 2023-10-16 15  |  681호 ㅣ 조회수 : 244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 3월,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에서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 목표를 발표했다. 5년간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17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언급한 이후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과학기술 관련 예산이 급감했다.



 내년도 과기부 예산은 18조 3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6천억 원 감소했다. 전체 R&D 예산 또한 5조 2천억 원, 16% 줄어든 25조 9천억 원으로 삭감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산 나눠먹기’를 언급한 이후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정부는 R&D 예산 연평균 증가율이 10.9%에 육박하는 데 반해, 과거 4메가 D램 반도체 개발과 같은 파급력 있는 성과 창출은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전과제 대신 나눠먹기식 소규모 R&D 사업을 예산 삭감의 이유로 들었다.



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발



 예산안 발표 이후 과학기술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연구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대학의 연구 여건이 악화되고, 정부 출연연은 최소한의 운영 비용과 비정규직 인건비조차 제대로 마련할 수 없어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실제로 R&D 예산삭감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받는 대학 연구개발비가 약 8.4% 감소해, 학생 연구원들이 지급받는 학생 인건비 축소가 불가피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과학계는 연구노조 및 총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할 것이라 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직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대다수 출연 연구기관이 사실상 정상적 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번 R&D 예산 삭감은 사실상 국가 파괴 행위”라고 반발했다. 카이스트 등 전국 4대 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 서울대는 예산 삭감 재고를 촉구하는 학생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벨상 수상자와 네이처지 등 국제 과학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0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100배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국가인데 기술에 투자하면서 경제 10위권 국가가 됐다”며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과학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이번 달 5일 한국의 R&D 예산 삭감 사태를 조명했다. 『네이처』는 한국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R&D 예산을 삭감했다고 소개하며,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꾸준히 유지했던 정부 R&D 예산을 삭감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한국을 세계 5대 연구 국가 중 하나로 만들기 위해 R&D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도 말했다.



또다시 정책을 

번복하는 정부



 이렇듯 과학계와 정치권의 강렬한 반발에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학기술계 원로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예산안 증액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면서 “지나치게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예산을 삭감하다 보니 꼭 필요한 부분이 누락되는 등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올해보다 2,000억 원 삭감된 젊은 과학자 인건비와 대학 기초연구 지원 예산을 우선으로 복원할 방침이다. 또 20%가량 삭감된 출연연 운영비도 일부 보전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예산도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R&D 분야는 내년 농사를 위한 종자라고도 불린다.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지라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는 것이다. 앞서 조지 스무트 교수가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천연자원 없이 기술 발전을 통해 성장한 국가다. 실제로 과기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연구개발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행한 공공·민간 분야 R&D 총 연구개발비는 ▲89조 471억 원(2019년) ▲93조 717억 원(2020년) ▲102조 1,352억 원(2021년)으로 매년 증가해 개발비 규모로는 세계 5위, GDP 대비로는 4.63%, 4.81%, 4.96%로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2위이다. R&D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는 과학기술 발전의 기틀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졸속 결정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김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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