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심’한 사과가 불러온 문해력 논란
지난 10월 9일(일)은 훈민정음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인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한글날이었다. 이 한글 창제 덕분에 우리는 현저히 낮은 문맹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국민 대부분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실제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낮다며 논란이 되고 있다.
문해력이란?
최근 온라인에서 ‘심심한 사과’로부터 비롯한 문해력 논란이 뜨겁다. 이 논란은 한 카페에서 온라인에 게재한 사과글의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서 비롯했다. 게시된 사과문에 ‘나는 하나도 안 심심하다’라며 ‘심심하다’라는 표현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이는 사과문의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의 심심(甚深)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로 오인해 생긴 일이다. 이후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새로이 사과문이 올라왔고 이 헤프닝은 곧바로 문해력 논란으로 이어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문해력 논란은 단순히 ‘심심한 사과’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화제가 됐던 무운(武運)을 비롯해 ▲연패(連敗) ▲고지식 ▲금일 ▲사흘 등의 단어의 뜻 역시 논란이 불거지며 세대의 문해력 부족 논란으로 이어졌다.
문해력 저하의 이유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2018년 ‘읽기 문해력’검사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특히 ‘비판적 읽기’ 부문에서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은 점수를 기록하는 글을 읽고 글의 본질을 파악하는데에 있어 어려움을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학교 교육의 부재를 꼽기도 했다. 학교 안과 학교 밖에서 각각 경험한 읽기·쓰기에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를 학교 교육이 충분히 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의 국어교육 시수를 34시간 늘리는 등 청소년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대안을 내놓았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단절 역시 문해력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문해력은 독서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도 키워진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으로 인해 선생님, 같은 반 친구들과 단절된 채로 영상미디어에 더욱 익숙해졌다. 긴 글을 직접 읽고 이해하는 대신 누군가가 대신 이해하고 설명해준 영상매체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며 직접 사고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감소한 독서량 역시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독서는 문해력 향상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문해력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독서율 감소가 불러온 나비효과
▲2013~2021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른 독서율 추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실시한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7년 59.9% ▲2019년 52.1% ▲2021년 40.7%으로 매년 감소해 4년간 총 19.2%p 감소했다.
청소년의 독서율은 성인의 독서율보다는 현저히 높은 ▲2017년 91.7% ▲2019년 90.7% ▲2021년 87.4%를 기록했지만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우리대학 학우들이 해당하는 19~29세의 종이책 독서율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포함한 종합 독서율은 성인의 종합 독서율을 제외한, 청소년과 19~29세의 종합독서율은 큰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문체부의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과 학생 모두 3대 독서 장애 요인으로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 ▲독서 습관 부족을 꼽았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해력 키우기
문해력은 단순히 ‘읽고 이해하는 능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문해력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텍스트를 읽고 쓰면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련의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문해력은 생활 만족도, 미래 소득 등 삶의 질과 직결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문해력이 높을수록 생활 만족도 또한 높았을뿐더러 정치 관심도도 높았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문해력은 우리 삶의 전반에 걸쳐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문해력을 단순한 세대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키워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